오늘, 리니지라이크 라는 장르를 비 선호 하는 게이머들에게

그 장르에 대한 경각심과 공포를 갖게 만들었던 한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리니지라이크는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매출적으로)인기가 높은 장르중 하나이다.


이번 글에선 왜 그놈의 리니지라이크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리니지 유저가 느끼는 장점'에만 포커징해서 글을 써 보도록 하겠다.

(물론 그들의 장점이 우리가 보기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리니지라이크 안하니 오해말도록)


1. 샌드박스의 매력

초장부터 얼척이 없을 개소리를 쳐하는것 같아 보이는건 인정한다.

하지만 리니지라이크 장르는 샌드박스형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유도와 컨텐츠를 부분적으로 제공한다.

유저들이 이뤄낸 업적이 게임내에 반영되며

유저들끼리의 전쟁이나 사건들이 세계관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어낸다.

유저들은 자신들의 집을 만들수 있고, 이를 위해서 더 좋은 환경의 토지를 갖고자 하고,

그 토지를 빼앗거나 지키기 위해 집단을 형성하고, 성과 요새를 짓는다.

즉 다른 장르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유저들끼리 만들어나가는 이야기', '유저들끼리 바꿔나가는 세상'을

실제로 바라보고, 느끼고, 이루어나갈수 있다는 샌드박스 장르의 특징이 리니지라이크에서도 어느정도 공유된다.



2. 판돈이 높을수록, 더욱 짜릿하다.


또다른 좆같은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트롤러들이 롤에서 트롤링을 할때, 일겜에서 하는것과 랭겜에서 하는것 중 무엇이 더 재미있을까?

일겜에선 트롤러를 봐도 'ㅇㅇ 나도 티모픽함' 하고 웃어 넘길수 있던 사람도 랭겜은 빡칠만큼

걸린게 없다면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분노도 잠시일뿐, 걸린게 많을수록 더욱 '절실하고', 이긴다면 더욱 '짜릿하다'.

PVP가 중심인 MMORPG하면 바로 떠오르는 EVE온라인

죽으면 갖고있던 배를 영구적으로 잃고 아이템도 일정확률로 그자리에 드랍/파괴되어 PVP는 중요한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리니지2M의 공성전

공성전에서 승리한 길드는 해당 지역을 지배하게 되고 세금을 걷을수 있는데

왕년에 리니지가 가장 잘나가던 시절엔 세금만으로 월에 몇천만원씩 벌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 물가로는 억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또 해당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길드는 세금 뿐만 아니라 필드를 통제하면서

자세력 유저의 성장속도는 높임과 동시에 타세력/비세력 유저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유저에 비해 필드몹이 한없이 적게 설계된 리니지의 주요 경쟁수단이 되기도 한다.


EVE 온라인의 국가/연합 지도 (앞으로도 비교를 위해 EVE를 리니지라이크라고 가정하고자 하니 양해바람)

비문명지역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전략자원들을 통해 고급장비와 함선을 제작 할 수 있기에

이 자원을 많이 확보 해 생산량을 늘리거나 자본을 늘리는것이 곧 국력이 되며

이를 위해 영토를 늘리고 끝없는 전쟁을 펼친다 


이렇게 실제로 몇백시간 몇천시간 공들인 아이템이 걸려있거나, 이권을 두고 경쟁을 하기 때문에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에도 일희일비할 수 있는 짜릿함이 생긴다. 

롤에서 한번 죽어봤자 몇분이면 회수할 수 있거나 몇십분짜리 게임이 날라가지만

이런 RPG에선 반영구적인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작 게임'으로 서로를 진심으로 혐오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PK 한번 당했다고 절망감과 억울함에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맹세를 다짐하기도 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죽였던놈에게 복수를 이뤄내고 길드를 망하게 했을때 눈물을 흘릴만큼의 감동으로 보답받기도 한다.

걸린게 많기 때문에, 몰입도 커지는 법이다.


3. '굴종의 미학'?

사람들을 광인을 맞이한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굴종의 미학' 이란 단어가 있다.

사실 좀 더 일반인이 알아듣기 쉽게 해석해서 다시 설명하자면

유저만의 사회를 형성하는 재미와 RP, 필드통제와 보상통제에서 나오는 보상불균형과

이로인해 가속화 되는 피라미드형 권력구조, 이를 지키려는 유저들과 이를 타파하려는 유저들의 투쟁

이 모든걸 함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고효율 필드를 통제하고 있는 A 길드가 있다.

이 A길드는 필드보스를 A길드의 1군 멤버들이 잡고, 며칠에 한번 2군 멤버들이 잡는다.

그리고 1주일에 하루는 A길드의 하위길드인 A1,A2,A3.. 더 하위인 협력길드 B,C,D,E들이 번갈아가며 잡는다.

이렇게 A는 그 서버에서 가장 강한 위치를 공고히 하고, 그 밑엔 A1,2,3 그 밑에 B,C,D,E

그 밑에 그 외 길드와 일반유저들이 깔리게 된다.

(1위길드가 탈탈털리고 역으로 필드통제 당했던 트O스터 M 캬루단 사건)


이렇게 되면 A의 유저들은 그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과금을 유지하게 되고,

그 밑의 유저들 또한 BCDE에 라도 들어가기 위해 소과금(그들 기준)을 해서 병사급이 될 스펙을 맞추고

위에서 내려오는 독점이익의 일부로 남들보다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기에

자신에게 콩고물을 주는 A길드의 이권을 수호하기 위해 충성하고 타세력의 성장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다.


이에 이권 경쟁에서 밀린 길드들과, 멀쩡히 잡던 보스를 못잡게 하는 통제에 반발하는 유저는 타도세력을 형성하고

스펙은 낮더라도 인구수로 밀어붙여 A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체계화가 되고, 과금과 신규지역 통제를 통해 무장을 개선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월 과금량과 노가다량, 스펙, 사회적입지(?) 등에 의해 게임내 사회의 계급과 신분이 결정되고

국가의 수장-장관급-길드장급-공대장급-파티장급-일반병사 같은 지휘체계와 역할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지배하고 억압하는것 또한 유저, 그 폭군을 무찌르고 해방하는것 또한 유저,

이 거대한 세력을 이루는 왕과 장군 병사 하나하나가 모두 유저고,

자신은 그 승리한 국가의 병사가 되어 플레이 할 수 있다는 RPG의 재미와 낭만.


사소한 일로 싸움이 붙어 PvP를 뜨다가 쳐바르는 쾌감, 쳐발리고 더 강한 형들 부르고

다굴 맞은놈은 또 길드를 부르고 길드끼리 뜨고~ 하며 에스컬레이트 되어가는

분쟁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의 일부가 되는 RP의 묘미.



https://youtu.be/X1JiLZXETFI

복수하기 위해 위장취업해 쿠데타를 일으켜 혼자서 랭킹 1위 국가를 멸망시켰던 EVE의 BoB 사건

한국 게임 판타지 소설계에 엄청난 영향을 줬고, 소설과 만화화 까지 되었던 리니지2의 실제사건 '바츠 해방 전쟁' 


유저끼리 사회를 이루기 때문에 일어나는 쿠데타나 반란같은 충격적인 권력투쟁과 사건들

이러한 것들을 모두 합쳐서 너무 심하게, 과하게 요약해버린게 바로 '굴종의 미학'의 실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전투 한번에 억단위의 손실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EvE)

4. 온라인이 아니라면 못하는 대규모 전쟁

보통 대규모 전투를 지원한다고 해봐야 32vs32, 정말 대규모 전투에만 특화된 게임도 200명 규모 정도가 끝이다.

하지만 리니지라이크 장르는 전투요원/비전투요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력전 형태의 구조를 구현해

수만명 이상이 전쟁에 참여하고 수백,수천이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1. 리니지라이크는 유저가 직접 국가를 형성하고 사회를 형성하는 재미, 그 사회의 일원이 되는 RP적 재미를 모두 갖고있다.

2. 걸린것이 많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갖고 원수와 친우의 관계가 극대화 되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즉 과몰입 하기 딱 좋다. 

3. 유저가 이뤄낸 일들이 게임내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세계가 실시간으로 변해간다.

권력투쟁과 암투, 유례없는 대전투, 영웅스러운 해방자의 이야기 까지 모두, 유저들이 만들어낸 모든 이야기가 전설이 된다.


'이러한 재미들을 보장 할 수 있는건, 리니지라이크 밖에 없다.' 는 점이,

아직까지도 팬들이 리니지를 손에서 놓을수 없는 요인이다.



물론 외국의 EVE온라인처럼 월정액만으로 할 수 있으며 규모도 더 큰 리니지라이크(?) 게임도 있지만,

어째서 한국에서 안먹히는지, 반대로 리니지라이크의 문제점에 대해선 후편에서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