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레스와 아테나는 그리스 신화에서와 로마 신화에서 대우가 크게 변화한 신으로 잘 알려져 있음


아레스의 경우에는 로마 신화에서 마르스가 되면서 주신에 준하는 수준으로 위상이 올라갔고, 아테나는 로마 신화에서 미네르바가 되면서 그 위상이 떡락함과 동시에 속된 말로 아레스의 좆집이 되었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로마 신화의 신들을 곧이곧대로 1대1 대입해서 생기는 오해에 가까움




초창기 로마 신화는 사실 그리스 신화의 한 갈래라기보다는 같은 원시 인도유럽 신화의 뿌리에서 갈라져나온 별개의 신앙에 가까움


인도유럽어족계 민족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때 이탈리아 반도에 정착한 라틴인들의 선조들은 그리스에 정착한 분파와는 신앙 면에서 약간 다른 길을 걸었음


디에우스 프테르를 주신으로 하는 원시 인도유럽 신화의 뿌리는 동일하였지만 그리스에 눌러앉은 아카이아인들과 도리스인들이 자신의 신들에게 인간과 유사한 인격을 부여한 것과 달리 라틴인들의 신들은 개념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존재였음


초창기 로마 신화는 이런 라틴인들의 추상적인 개념 신앙을 기반으로 하였고, 여러 가지 이유로 테베레 강가의 일곱 언덕에 모여든 유민들이 모여 형성된 로마의 기원으로 인해 로마 신화는 이 라틴계 신앙에 에트루리아계를 포함한 여러 타민족의 신들이 뒤섞인 모양새를 취하게 됨




그렇기에 원래 로마 신화에는 그리스 신화와 완벽히 1대1로 대응되는 신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음


그래서 로마가 이탈리아 남부의 그리스 식민도시들과 교류하고 그리스 문화를 접하며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로마인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어떻게 자신들의 신앙에 대입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심함




그나마 아레스는 난폭한 전사의 신격으로서 규율과 용기 등 전사의 미덕을 상징하는 개념신인 군신 마르스에 대입할 수 있었던 등, 몇몇 신들은 기존 신앙의 틀에 적당히 끼워맞출 수 있었음


하지만 다른 신들의 경우에는 정확히 대응되는 신이 없거나 맡은 분야가 좀 넓어서 그게 불가능했음,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혜와 문명, 정의와 기술과 전쟁과 전술과 평화와 기타 등등 수많은 것을 대표하던 여신 아테나


로마인들은 맡은 분야가 여간 많은 게 아닌 아테나를 분류하기 곤혹스러워하였고, 결국 지혜와 문명, 기술의 신격을 분리하여 미네르바에 대입하고 남은 전쟁과 전술의 신격은 벨로나에 대입함

(벨로나)

(미네르바)




이때 기존 로마 신화상에서 마르스는 주신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고, 벨로나는 전쟁의 여신으로 마르스와 맞대응되는 위치에 있었으며 미네르바는 건축과 공예 등 로마에서 중시되지 않던 분야의 신이었음


여기에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끼얹으면서 마르스와 벨로나는 부부 관계로 인식되었고, 미네르바는 이들보다 지위가 낮은 신으로 인식된 것




이제 여기에 아레스와 아테나가 어떻게 대입되었는지를 다시 정리하면


-아레스와 아테나(의 전쟁의 신격)는 부부 관계

-아레스는 아테나(의 지혜의 신격)보다 지위가 높은 신


이것 때문에 현대에 '아테나는 로마 시대에 들어서 아레스한테 지위도 따이고 좆집이 됨'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리스 문화의 영향으로 로마 신화가 일부 요소를 끼워맞춘 수준에서 점차 그리스 신화와 비슷하게 변형되어가는 과정을 겪자 아레스와 아테나, 즉 마르스와 미네르바+벨로나의 지위 및 관계에도 변화가 생김


벨로나의 전쟁의 여신으로서의 개념은 점차 약해져서 사라져갔고, 미네르바가 다시 전쟁의 신격과 평화의 수호신격을 얻으며 마르스와 거의 동등한 지위까지 올라옴


그래서 제정 로마 시기 트라야누스 황제는 마르스가 새겨진 은화를 발행했는데 바로 다음 황제인 하드리아누스는 미네르바 은화를 발행하는 등 같은 시대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리스 문화를 숭상한 이들은 미네르바를, 로마의 전통을 중시한 이들은 마르스를 선호하였음




결론


1. 아테나가 로마 신화에서 아레스한테 지위도 후장도 따잇당했다는 건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의 호환 과정에서 생긴 찐빠로 인한 오해임


2. 그리스 신화가 완전히 융화된 로마 신화에서의 미네르바(아테나)는 마르스(아레스)와 동급으로, 신도의 취향에 따라 지위가 더 높기도 더 낮기도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