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아즈텍이 정복되고 나서 가톨릭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는 내용으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 완전 처음부터 아즈텍이 가톨릭에 호의적이었던 건 아니었음.

다들 잘 알고 있을 코르테스의 아즈텍 정벌 과정에서는 선교사들이 없었기 때문에 가톨릭 전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복 과정에서 신전 + 우상숭배 구조물 전부 파괴, 인육 금지, 자기들이 먹던 제물 민족을 치켜세워주기까지 하니

기존 아즈텍 시민들 입장에서는 반감을 안 가질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음.

일단 코르테스도 가축의 부재로 인해 인신공양이 발달한 것으로 보고 스페인에서 돼지를 들여왔으나

기존에 깊이 뿌리박힌 종교적 풍습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음.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의 선교사들이 아즈텍에 도착하고 나서 본 상황은 절망적이었음.

아즈텍의 언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황 + 원주민들의 적대적인 태도 때문에 쉽게 개종을 강요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거임.

그래서 일단 선교사들은 개종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적대감이 적은 아즈텍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종교를 분석함.

매일 인신공양 의식이 치러지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종교였지만 그들의 의식을 자세히 분석하던 선교사들은 곧 가톨릭과의 유사점을 하나둘 발견하기 시작함.

예시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몸을 물로 깨끗하게 씻기거나(세례성사) 옥수수가루로 사람을 반죽해서 제물로 바치는 등의 의식들(성체성사) 등이 있었음.

이런 의식들에 가톨릭을 잘 접목하면 반감을 사지 않고도 아즈텍을 개종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자 그들의 전략이 수립되었고

곧 본격적인 선교활동이 시작됨.

아, 물론 답이 없는 경우에는 기존 종교 상징을 싹 다 불태우고 강제로 미사에 참석시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게 초점이 아니니까 패스.


선교사들이 아무리 아즈텍 언어를 이해했다고 해도 원어민만큼 능숙하지 않은 이상

가톨릭의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웠음.

그래서 자기들이랑 친하게 지내던 아즈텍의 소년들을 빡세게 교육시켜서 선교사로 투입하는 방안을 사용함

보통 이렇게 보내진 소년들의 나이는 15세 전후였다고 함.

이렇게 소년 선교사들을 통해 가톨릭 교리를 전파함과 동시에 아즈텍 민중의 생활에 가톨릭을 치밀하게 이식하기 시작함.

아즈텍인들은 태양과 달을 숭배하고 제사를 지냈던 만큼 바깥에서 기도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는데

이를 이용해서 실내식 성당을 짓지 않고 기존 제단이 있던 자리에 야외식 성당을 세워 사람들의 반감을 줄임.

동시에 그들이 숭배하는 대상이었던 신성한 산을 등진 채 지어져 물리적으로 이전 종교의 상징에서 거리를 두려고도 했음.

이러한 야외 예배당은 현재도 멕시코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양식임.


거기다 더해 구조를 예루살렘의 교회랑 비슷한 식으로 만들고는 너네는 사실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부족 중에 하나인데 지금까지 잘못된 믿음으로 성소를 이상하게 꾸민 것을 우리가 원상 복귀해줬다는 프로파간다를 퍼트림.

당시 성서 만능 역사썰에 의해 퍼지던 이론 중에 하나로 지금까지 유럽인이 모르던 민족이 발견되면 '성서에 따르면 아시리아 인이 이스라엘을 정복하고 12부족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10 종족의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니네가 바로 그 10개의 종족 중 하나란다'란 것이었음.

이런 식으로 민족의 기원을 빌드업한 뒤 이전 종교와의 공통점을 통해 가톨릭으로 개종시킴

인신공양 안하면 해가 안뜨는대요? --> 너네가 잘못 알고있었던 것임. (아즈텍 신화에서는 신이 죽어서 태양을 움직이게 했다 > 우리도 인간을 바쳐서 태양을 움직여야 한다 였음) 

예수님이 신께 제물로 바쳐져서 이제 더는 인신공양 안해도 됨!


제사 이후에 먹는 인육은요? --> 그게 원래는 예수님 피랑 살이다. 미사 때 빵이랑 포도주 놓고 기도하면 너네도 예수님 피랑 살 무제한으로 먹을수있다! 드셔보실?


그... 그럼 제물로 바친 심장 담는 그릇은? --> 성수 담는 그릇임.


그치만 우리는 흑요석 거울에 기도하는데요? --> 원래는 그게 십자가 가운데에 박혀있어야 했는데 너희들이 쫒겨나면서 십가가가 빠져버린거임.


그리고 너네 전사들이 쓰는 이 모자 있지?


이게 우리 가톨릭에도 있거든? 견진성사 때 받는 건데...

이게 '이걸 쓴 사람은 그리스도의 기사단이다'라는 의미임!

그러니까 너희들은 예전부터 가톨릭을 믿었던 성경 속 민족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믿음이 변질되어 버렸었던 거지!

지금이라도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올바른 길로 돌아오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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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즈텍의 문화와 매우 밀접하게 가톨릭을 연계하여 전파하자 민중들은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로 가톨릭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미사 시간의 성체성사는 그들에게 커다란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세례성사는 병을 고치고 영혼을 치유하는 신비한 의식으로 받아들여져 다들 앞다투어 세례를 받으려고 했을 정도였음.


이러한 선교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아즈텍 지역에서의 토착 종교와 인신공양은 코르테스 이후 수십 년 안에 모두 소멸됨.

이렇게 메소아메리카 지역에 빠르게 가톨릭을 전파한 선교 전략은

현재까지 남미 지역에서 가톨릭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는 데에 밑바탕이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