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요약 있으니 장문읽기 싫은놈은 내려도 됨.


"그러니까 우리가 겪고 있는 갖가지 불행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한이 예언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슬그머니 드는 것이다. 나는 이제 이 자리에서 「요한 계시록』의 집필 장소인 파트모스섬 의 두번째 예언자를 자청하고자 한다.


최소한 우리 나라에서는(그래, 이건 우리나라로 제한하는 게 좋겠다) 노인의 수가 젊은이를 점점 추월하고 있다. 예전에는 평균 예순이면 죽었다. 오늘날엔 아흔까지 산다. 연금과 사회 보조금을 30년이나 더 받아 먹는다는 말이다. 알다시피 연금과 사회 보조금은 젊 은이들이 지불한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 많은 노인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가보면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죽지 않고 버티는 노인들이다. 최소한 치매가 올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말이다. 반면에 정작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치고, 그래서 노인들의 연금이나 보조금을 낼 능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아무리 국가가 군침이 도는 이율로 국채를 발행하고 세금을 낮추어도 더 이상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은 다른 방법이 없는 한 어쩔 수 없이 은퇴한 부모나 조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비극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너무나 명백하다. 젊은이들이 자식 없는 노인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거 명단부터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 보존 본능은 어떤 상황에서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작동하기에 젊은이들은 자식 있는 노인, 즉 자신들의 부모까지 제거할 수밖에 없다. 가혹한 일이지만 습관이 되면 괜찮다. <난 예순 밖에 안 됐어!> <괜찮아요, 아빠, 우린 영원히 살지 않아요. 학살수용소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위해 기차역 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손자들 도 <잘가요, 할아버지!> 하고 외친다. 노인들이 반발해서 숨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노인사냥이 시작된다. 밀고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 옛날 유대인도 그런 식으로 깔끔하게 처치했는데, 연금생활자라고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아직 은퇴하지 않은 노인들, 그러니까 여전히 힘이 있는 노인들은 그런 운명을 흔쾌히 받아들일까? 처음엔 자신들의 잠재적인 킬러를 세상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 결국 산업계의 늙은수장들과 언론의 늙은제왕들은 그 동안 수천번의 전투로 축적된 내공을 토대로, 안됐지만 자식과 손자들을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자식들이 자신들에게 할지도 모를, 학살수용소 같은 곳으로 보내는 방법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가치에 묶인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전쟁을 부추겨 수많은 젊은이를 이 땅에서 싹쓸이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젊은이는 거의 없고 노인들만 북적거리는 나라에 살게 될 것이다. 제 세상을 만난듯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노인들은 조국을 위해 용감하게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곳곳에 기념비를 세운다. 그런데 노인에게 연금을 주려면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할 텐데, 누가 할까? 대안이 있다.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지금도 곳곳에서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이민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예부터 늦어도 쉰 살이면 죽곤 하는데, 다른 신선한 노동력에 기존 역할을 물려줄 절호의 타이밍이다. 이제 두 세대 이내에 수백만 명의 <갈색 피부> 이탈리아인들이 수많은 종자(從者)를 거느린 돈 많은 백인들의 안락한 삶을 보장해 줄 것이다. 이 백인노인들은 식민지 저택 같은 집의 베란다나 호숫가 또는 해변에서 소다를 탄 위스키를 홀짝거린다.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빈민가엔 홈 쇼핑에서 산 표백제로 떡칠한 유색 좀비들만 득실거린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현재 게걸음으로 나아가고 있고, 진보란 그사이 퇴보와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는 내 소신에 맞게,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 옛날 인도와 말레이군도, 중앙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 제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료 기술의 발달로 운 좋게 백세까지 산 사람은 자신이 마치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서 백인 왕으로 등극한 제임스 브룩 경이 된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요약.



1. 적어도 유럽, 아니 이탈리아에선 노인의 수가 젊은이의 수를 이제 압도하고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경제, 정치, 관료계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은 모두 늙은이들뿐


3. 이러한 늙은이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노동자와 난민을 데려와 청년세대를 대체/견제하는것


4.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늙은이들을 젊은이들이 깨끗하게 쓸어내는것 뿐


5. 그게 아니라면 종래에는 소수의 늙은이들만이 남아 데려온 저임금 외노자들을 부리며 귀족처럼 살게 될것


6. 역설적이게도 이 모습은 지난 몇세기동안 보아온 제국주의시대 식민지의 광경이다. 다만 이것이 이제 유럽본토에서 이루어질것




이게 20년도 더 전인 2001년도에 썼던 글임 ㄷㄷ

2016년에 움베르토 에코 본인이 급사하면서 후손들이 유품을 정리하다가 2021년에 책으로 묶어서 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