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명 스웨덴 게이트라 하여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한 사실이 조명되었다


"스웨덴인들은 손님이 오면 밥을 주지 않는다" 하여, 접대의 관습이 일반화된 전세계를 놀라게 했지 


실제로도 스웨덴인들은 인터넷발 찌라시가 아니라 정말로 손님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위의 짤처럼 이런저런 패러디도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

(두툰의 문명6 만화에 등장하는 스웨덴의 지도자 크리스티나)


아, 물론 자신들이 초청한(식사 약속을 잡은) 손님이라면 대접하지 않는 게 어불성설. 그 경우에는 아주 후하게 대접을 한다


단, 예정에 없이 방문하거나 단순히 놀러만 온 손님이라면 음식을 대접하지 않는 것


그럴 경우는 주인도 손님도 대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어쨌거나, 스웨덴인들의 이런 '전통'이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다르다 보니 많이 놀림을 받는데


의외로 이 스웨덴 게이트라는 게 그다지 스웨덴에서 오래 이어진 전통은 아닐 수도 있다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인들 또한 전세계인들과 동일하게 손님을 잘 대접했을 거라고 학자들은 추측한다



실제로 스웨덴 대학교에서 출판된 대학생과 교수들의 몇몇 논문들을 살펴보면 


스웨덴 게이트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시기는 놀랍게도 역사적으로 상당히 최근인 1차 세계 대전 시기이다


그 이전까지의 문헌 정보들을 교차적으로 살펴볼 경우, 스웨덴인들이 접대의 관습을 지킨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는 것


물론 근대 이전 스웨덴 국민들의 접대 문화가 어땠는지를 명확하게 다룬 문헌 정보는 부족하지만


대신 동시기 극작가나 소설가들이 남긴 시대의 단면을 살펴보면 뜻밖의 결과물들이 나온다



노르웨이 극작가인 헨리크 입센이 쓴 희곡 인형의 집에는, 비록 스웨덴인끼리 한정이지만 방문객이 식사를 하고 온 건지 아닌지(그러니 대접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심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스웨덴 소설가 칼 알름크비스트가 쓴 소설에도,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방문객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목사를 집주인으로써 예의가 없다며 맹비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딱히 식사 약속을 잡고 오지 않은 손님,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종류의 방문객이라 해도


전세계인들의 상식에 부합할 정도로 싹싹하게 대접해주는 모습이 은근히 발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접대의 관습이 개발살나고, 본격적으로 스웨덴 게이트가 시작된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논문들은 해당 원인을 1차 대전 시기 발생한 급격한 이촌향도(현상과, 그로 인한 다수의 사생아 출생에서 찾는다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해 도시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시내의 치안이 불안정해졌고 


이는 하류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매춘 및 성범죄 증가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부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생아들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것


이런 아이들은 제대로 된 위탁 가정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노예처럼 부려 먹히며 비참하게 성장했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도, 전통 지역 사회에게도, 고아들을 책임져야 할 교회에게도 더러운 사생아라며 외면 당하는 삶을 살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신세대의 경제적 빈곤 및 전통적인 공동체주의 가치관 붕괴를 야기했다는 게 결론



해당 문제는 이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난 2차 세계 대전 시기에 더더욱 악화된다 


동시기의 일반적인 국가라면 총력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공동체주의적 사고관을 교육했겠지만


2차 대전 당시 스웨덴은, 나치 독일 싸우기는커녕 곧바로 항복을 해버리고 중립을 선언한 국가였고


당연히 따로 그런 교육을 할 필요성도 없었으니, 신세대의 사고관 속에서 스웨덴 전통의 공동체주의적 가치는 더 옅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스웨덴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타 민족 노동자들의 급증이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다


1939년 당시, 소련이 겨울 전쟁을 일으키자 무수한 핀란드 노동자들이 침공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을 왔고


1960년대까지 가면 개도국에서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쏟아져 들어와 문화적/사회적인 갈등을 유발하기에 이른다


일련의 과정에서 스웨덴 노동자들은 철저히 홀로 살아남으며 외부에서 들어온 노동자들과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만 했고


이로 인해 개인주의 사고관이 팽배하는 한편, 스웨덴인의 사고방식 자체가 크게 경직되게 되었으며


해당 기조가 복지가 발달하고 경제가 융성해진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이른바 '스웨덴 게이트'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한평생 모두에게 외면 당하며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으니, 당연히 남을 대접할 여유 따위도 없었고


이게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 세대 전체의 문제였기에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문화로 박혀 버린 것이다



결론) 역사를 살펴보면 스웨덴 게이트는 비웃을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1차 대전 시기 태어난 신세대가 얼마나 처참하게 살아야 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1. 어릴 때는 더러운 사생아 세대라며 부모, 사회, 종교로부터 버림받았고

2. 커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싸워야 했으며

3. 전통적인 공동체주의적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도 없었던 세대의 뼈아픈 결과물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