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담배 법이 놀라운가?

그렇다면 여기 근-본이 있다.

그 근본은 바로 「적기 조례」


1769년 프랑스의 니콜라 퀴뇨가 최초로 증기 자동차를 발명함으로써 세상에는 처음으로 "자동차"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후 개량을 거듭하며 자동차가 서서히 운송 수단으로서 입지를 다져가던 중....




마차 제조업체 사장: 하아, 슬슬 좀 쫄리는데....



마부: 네? 뭐가요?



아니~ 저 자동차라는 물건 말이야.

처음엔 느리고 시끄럽고 연기나 뿜어대고... 괴짜 부자들의 장난감인 줄 알았거든?

근데 이젠 슬슬 우리 나와바리를 갉아먹고 들어오는 거 같아.



그러게요... 저희도 요즘 일거리가 많이 줄었죠.

말이야 건초 잘 먹이고 똥이나 치워주면 땡이지만, 자동차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압?력 밸?브 기?어

저희 같은 무식쟁이는 조종도 못 하겠더라구요.



그치? 슬슬 손을 좀 써야 할 거 같아.

거 정부 관료님, 나 좀 봅시다.



정부: 응? 왜?

뭐, 또 세금 줄여달라고?



아이 씹... 누굴 거지로 아쇼?

그건 아니고, 정부면 모름지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야 하죠?



ㅇㅇ 그렇지?



근데 내 장사가 말아먹... 아, 아니!! 우리 국민들이 대량으로 실업자가 되게 생겼소!!

저 자동차라는 물건 때문에 말이오!!



옳소!! 옳소!!

아무거나 규탄한다!! 이것저것 보장하라!!



이건 또 뭔 병ㅅ... 아니, 잠깐.

이거 로비도 받고 마부들 지지율도 좀 챙기고 꿩 먹고 알 먹는 개꿀따리 이슈 아님?

자아~ 보이는 손 들어갑니다이~ ?



그 결과 영국 정부는 "마차 산업의 붕괴를 막는다."라는 명목으로 자동차에게 온갖 미친 규제들을 때려박기 시작함.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 (1861년)

-차량의 중량은 12톤으로 제한.

-최고 속도는 16km/h, 시가지에서는 8km/h 넘게 달리지 마.


The Locomotive Act - 적기 조례 (1865년)

-최고 속도는 교외에서는 6km/h, 시가지에서는 3 km/h로 더 줄여.

-1대의 자동차에는 세 사람(운전수, 기관원, 기수)을 배치해야 하고, 그 중 기수는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밤)을 갖고 55m 앞을 선도해라. 자동차가 사람 걷는 속도인 기수랑 거리 유지 안 해? 응, 너 불법.

-그리고 기수 넌 말 탄 사람이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 경고해라. 어, 맞아. 자동차가 목적지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걸으라고.


Highways and Locomotives Act - 개정법 (1878년)

-붉은 깃발은 폐지.

-전방 보행 요원의 거리도 18m로 단축.

-그렇지만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반드시 정지해야만 한다. 뭐? 직진 차량 우선? 증기 자동차라 정지가 어려워? 알빠노?

-증기 자동차지만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으면 그것도 불법임. 증기 자동차 운전자, 또 불만이 있어요? 꼬우면 전기 자동차를 타십시오, 휴먼. (토막 상식: 1870년대에도 전기 자동차는 존재했다.)




그냥 한마디로 타지마 병신들앙 'ㅅ'ㅗ

이 미친 법은 1896년이 되어서야 폐지됨.


그 덕분에 영국은 세계 최초로 산업 혁명에 성공했으며 가장 먼저 실용화 단계의 자동차를 개발했음에도 적기 조례에 발목 잡혀 다른 나라들에게 자동차 산업의 선두 자리를 그냥 거저 내주다시피 함.

이후 1906년 롤스로이스 설립으로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기 전까진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는 그냥 쩌리 신세를 면치 못함.

결국 기득권의 입김에 영합한 정부로 인해 1861년부터 1906년까지 한 국가의 산업을 45년 동안 홀라당 날려 먹은 희대의 병신 법이 됐음.



사족 1

사실 롤스로이스도 초창기에는 상류 계급의 주문 제작 차량만 만들었지, 대량생산을 통한 수출 등은 없다 보니 산업으로서 고용 창출 등의 효과는 크지 않았음.

물론 지금도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라지만 솔까 초기에 영국 왕실에서 밀어줘서 "오오 로얄카 오오" 버프빨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고, 정작 영국 국민들은 롤스로이스 안 탐.


사족 2

그런 롤스로이스도 2차 대전 때 전투기/탱크 엔진 만드느라 대량생산 라인을 갖추는 데 성공하지만, 전쟁 후 결국 파산.

항공기 엔진 부문은 영국 정부가 국유화하고, 롤스로이스 브랜드 자체는 BMW에게 팔려나가는 굴욕을 겪었음.

만약 적기 조례가 없었다면 도요타의 일본, GM의 미국, BMW의 독일 같은 굴지의 기업을 보유하지 않았을까.



적기 조례도 마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좋은 의도와 효과는 있었음.

비록 자동차가 미래를 주도하는 차기 운송수단이자 국가 산업의 주력이 될 것임을 예견하지 못하긴 했지만.

영국의 이번 담배 법도 좋은 의도와 효과는 있겠지.

물론 그 뒤에는 전자 담배 업계의 사익이 더 크게 버티고 있겠지만.



아, 물론 글쓴이는 비흡연자임.

길빵충 뒈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