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쪽의 의미가 아니라 따지면 의인인 쪽에 가까운 사람인데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한테 들어슴

나이는 정확하게 모르고 그냥 흰머리 조금 드문드문 있는 걸로 봐선 5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직업은 없는건지 내가 휴가 쓴 날에도 옥상에서 담배피고 있을 때 가끔씩 보이심


혀튼 여기까지만 보면 걍 평범한 정년퇴직 아저씨 같은데


이 아저씨가 기행아닌 기행을 벌이심

돌아다니다가 개가 뭐 목줄에 묶여있는 걸 보면 유심이 확인하다가

더럽다던가 어딘가 지쳐 보인다던가 하면 집주인 찾아서


"제가 이 개 좀 잠깐 데려가도 될까요?" 허심

첨엔 집주인들은 당연히 안된다고 하지 지가 뭐라고... 개장수인줄 알았다나봄


아저씨는 그러면 핸드폰 지갑 다 맡기고 "진짜 잠깐만 데리고 있다가 올게요" 함.

그래도 열에 5~6은 거절하는데 나머지 4분은 알았다 하고 맡김


그럼 아저씨는 개 데리고 가는데 한 몇시간 후에 개가 다시 오면

샤워,미용 깔끔하게 되있고 어디 산책다녀 온건지 혀 빼물고 막 핵핵핵 거리고 있음


그거 보고 얘가 왜이리 됐냐고 하니까
"애덜이 묶여있으믄 어찌나 심심하겠어요 그래서 때 빼지고 산책 좀 해줬지라..." 하고 다시 넘겨드림

뭐 사례라도 하려고 하면 극구 사양하면서 "그냥 내 놀이요 놀이..." 하고 쿨하게 자기 지갑, 핸드폰 챙기고 가심



그렇게 개 있는 집들은 다 한번씩 그 아저씨를 만났고, 똑같이 깔끔해진 자기 개를 만나게 됨


한번은 귀찮게 왜 자기 시간, 자기 돈 써서 이런거 하시냐니까

자기가 키우던 개가 작년에 죽어 가지고 팔다리가 어디 한군데 뜯겨 나간 거 같았는데

다시 또 한마리 키우기엔 이미 가버린 그놈한테 너무 미안하대서 이런식으로 동네 개들이나 둘러보고 돌본다고 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