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워프가 고블린이 운영하는 장물 귀중품 가게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한참을 둘러보며 실망스러운 표정만을 짓고 있던 드워프는 문득 한쪽 구석에 켜켜이 먼지가 쌓인 황금 거미상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관리받지 못한 듯 먼지투성이였지만, 드워프가 봐도 훌륭하다 할 정도의 정교한 만듦새에 무엇보다 황금이었기에 드워프는 마음에 쏙 든 듯이 황금상을 집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고블린이 물었다, "그래서 그거 살거냐 난쟁이?"


"그래, 이거 얼마지?"


"거미상은 은화 다섯 닢이면 충분해, 그 거미 비밀이 궁금하면 금화 열 닢은 더 내놓고."


"됐어 이 썩을 놈아, 은화나 처먹어라!" 드워프는 심드렁하게 내뱉으며 카운터에 은화를 던지고는 황금 거미를 들고 상점을 나섰다.




얼마 안 가서 드워프는 등 뒤에 사사삭하며 뭔가가 잔뜩 기어다니는 소리가 나는 걸 알아차렸다.


뒤를 돌아보니 거미 몇 마리가 살금대며 그를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드워프가 몇 발짝 더 걸어가자 따라오는 거미의 수가 조금씩 늘어났고, 당황한 드워프가 달려서 멀어지려 시도하자 지나간 골목골목에서 거미 떼가 기어나오며 따라붙었다.


대경한 드워프는 그대로 짧은 다리를 바삐 놀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로 달려올라가 손에 쥐고 있던 거미상을 바다로 집어던져 버렸다.


그러자 그때껏 드워프를 따라오던 거미 떼가 황금 거미를 뒤따라 모조리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버렸다.




몇 분 뒤, 고블린 가게주인은 드워프가 다시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얼굴 한가득 사악한 미소를 띄며 그를 맞이했다.


"그래, 이제 비밀을 살 준비가 됐어, 짠돌이 돌파개?"


드워프는 불퉁대며 답했다.




"필요 없어 초록 민둥머리. 그딴 거 말고 여기 황금 귀쟁이같은 건 안 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