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되시 팔이라는 헝가리 출신 수학자가 있었다. 이런저런 난제에 상금을 걸기도 하고 불가촉 수라는 개념을 정립한 뛰어난 수학자였는데, 그것 외에도 그의 이름이 널리 퍼진 것은 그가 생애 무려 1500편 이라는, 수학자 사상 두번째로 많은 논문을 저술하였기 때문이다(참고로 1위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레온하르트 오일러). 게다가 그는 이 1500여 편의 논문 상당수를 공동연구하였는데, 그렇게 따져보니 당시 수학자들은 대부분 두 세 다리를 건너면 에르되시와 연결이 되었다.


그러자 에르되시의 절친한 친구 로널드 그레이엄(그레이엄 수의 그분 맞다)이 이것을 정리하였고, '에르되시 수'로 정립되었다.

이는 에르되시 본인을 0으로 두고, 그와 공동논문을 저술한 512명을 에르되시 수 1, 그 공동논문 저술자와 논문을 저술한 12600명을 에르되시 수 2, 또 그 사람과 논문을 저술한 사람을 에르되시 수 3… 이런 식으로 늘려가는 것이었다.


당연히 전혀 연관관계가 없는 사람은 에르되시 수 무한대가 주어졌다.

간혹 저 에르되시 수 1번 중에서 에르되시와 여러 편의 논문을 공동저술한 사람은 그 횟수만큼 분모가 붙었는데, 최대 기록은 1/62(즉, 에르되시와 공동논문을 62회 저술한)의 언드라시 샤르쾨지라는 학자이다.


수학 저널에 논문을 한 편이라도 기고한 수학자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8 이하의 에르되시 번호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때문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의 수상자는 전원 에르되시 수가 9 이하이다.


한국인, 또는 한국계 중에서는 에르되시 수 1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수가 높은 사람은 조합론으로 유명한 김.정한 박사이며, 3은 필즈상을 탄 허준이 박사, 4에는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가 있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수치 특성상 1은 '대부분' 수학자이지만 2, 3으로 넘어갈수록 다른 학문 학자들도 우후죽순 생겨 현재까지 노벨상 수상자들 중 무려 200여 명이 에르되시 수를 가지고 있다 하며 구글의 창시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역시 에르되시 수 3을 가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에르되시 수 2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에르되시 수 4인 라이너스 폴링이 대표적이다.


그 외 문과 계열에서는

과학과 유사과학의 기준을 세운 철학자 칼 포퍼와

생성문법의 창시자인 언어학자 놈 촘스키의 에르되시 수가 4다.


유명인 중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에르되시 수 3인 파디스 사베티와 코로나19에 관한 논문을 같이 썼기에 에르되시 수 4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에르되시 수 5를 가졌다.


참고로 동물 중에도 이 에르되시 수를 가진 축생이 존재하는데, 이 챈에도 올라온 고양이 F.D.C 윌러드이다. 월러드를 멋대로 넣은 물리학자 잭 해더링턴이 에르되시 수 6을 가졌기에, 그와 공동논문을 저?술한 윌러드는 자연스럽게 에르되시 수 7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집사 잘 둬서 이런 영예를 얻는다.)


또한, 수학자도, 과학자도 아닌데 에르되시 수 무려 1을 가진 사람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 타자 행크 애런이다.


1974년 그는 베이브 루스의 통산 714홈런을 넘어 715번째 홈런을 기록하는데, 714와 715라는 수에 관심을 가진 칼 포머런스라는 수학자가 714는 2*3*7*17로 소인수분해가 되고, 715는 5*11*13으로 소인수분해가 된다. 공교롭게도 두 수의 소인수를 합하면 2+3+7+17 = 5+11+13 = 29로 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 외에 두 수의 곱은 17보다 작거나 같은 모든 소수가 한 번씩 사용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여, 2명의 제자와 함께 이런 성질을 띠는 '루스-아론 수'(보다시피 이전 홈런왕 베이브 루스, 현 홈런 왕 행크 애런의이름을 따왔다.)에 관한 논문을 공동 저술하고, 또한 이 루스-아론 수의 밀도가 0이라는 추측을 낸 다음 에르되시가 이를 포머런스와 공동연구로 증명해 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1995년 에모리 대학에서 행크 애런과 에르되시 팔을 초청하여 명예 학위를 주었다. 칼 포머런스 교수도 이 행사에 참석하였고, 즉석에서 야구공에 두 사람이 공동으로 사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두 사람이 사인하면서 행크 아론은 에르되시 수 1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