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의 엘론드는 동생네 까마득한 후손이 말대꾸좀 했다고 몇천년씩이나 꽁해있질 않나

딸내미가 연하남 꼬셨더니 눈꼴 시렵다고 엄한 연하남을 집에서 쫒아내는 소인배로 나오는데


사실 원작을 보면 이 양반만한 대인배가 또 없음



엘론드 할배는 김성모 유니버스 뺨치게 하드보일드한 인생을 살았는데

선조가 모르고스와 싸워 쟁취한 전리품을 자기네 가보라는 이유로 강탈하려는 파렴치한들 때문에 어머니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생이별했고 하나 남은 가족인 쌍둥이 동생은 인간의 운명을 선택해서 요절(?)해버림



그러다 이쁜 와이프 만나서 가정도 꾸리고 알콩달콩 살아보나 했더니 이번엔 와이프가 친정집 가다 오크들한테 붙잡혀 고문받는 바람에 멘탈이 터져서 가운데땅을 떠나버리는데,요정은 재혼이 금지되어 있어서 수천년을 독수공방함



이쯤되면 아라곤과 아르웬 사이를 훼방놓는 엘론드보다 하나뿐인 딸내미 훔쳐가는 아라곤이 ㄹㅇ 씹새끼로 보이겠지만 사실 원작에선 애초에 훼방놓는 장면조차 없음


정확히는 아라곤에게 '조상을 능가하는 위대한 인물이 되기전엔 아르웬이고 나발이고 연애질은 꿈도 꾸지마라'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엘론드는 애초에 아라곤이 위대한 인물이 되어 사우론을 몰아낼거란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기 때문에 곤도르의 왕이 될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했음


당시의 상황 자체가 사우론이 언제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 엘론드 입장에선 아라곤을 키워서 곤도르 왕좌에 앉힐 필요가 있었던거지 딱히 아르웬과의 사이를 훼방할 목적으로 그랬던건 아니었음


비유하자면 썸녀한테 정신팔린 수험생한테 일단 수능부터 치고 대학 붙으면 연애하라고 한건데 그 수험생이 내신 1등급에 모의고사 치는 족족 만점맞는 수재여서 수능만 치면 원하는 대학 골라갈수 있는 상황이었던거



또 영화에선 부서진 나르실을 새롭게 벼려내 만든 안두릴을 아라곤에게 전해주며 아라곤을 진정한 곤도르의 왕으로 인정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영화 3편에서 나오지만


실제로는 반지 원정대가 결성되자마자 작업에 들어가서 원정대가 출발한 직전에 쥐어줌

안두릴을 전해준다는건 곤도르의 왕이될 준비가 끝났다는걸 의미하는데 아직 수능은 커녕 6모도 치기전에 연애해도 좋다고 암묵적인 허락을 내린거나 마찬가지임



게다가 간달프 앞에서 까마득한 동생네 후손이 자기말 씹었다며 좃간놈들이랑 못해먹겠다 찡찡대는 장면도 원작에는 없는 장면인데



사실 간달프의 정체를 생각하면 고작 엘프 따위가 팔자에도 없는 좃뺑이 치시는 마이아님 앞에서 '나 안함 ㅅㄱ'하면 당장에 뚝배기가 깨져도 할말이 없음

애초에 반지 세계관의 요정은 인간들이 아르다에 잘 정착할때까지 도와주고 보호할 목적으로 탄생한 종족이라

피터 잭슨이 이걸 몰라서 저런 대사를 넣었다기보단 당시 요정들이 전성기에 비해 크게 쇠퇴해서 극소수만 남은탓에 사우론에게 적극적으로 대항할수 없는 상황인걸 원작을 안읽은 관객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적당히 각색한거 같음




아무튼 어렸을때부터 온갖 억까란 억까는 다 당하셨지만

그래도 아라곤 수능 잘쳤다고 축하해주시는 이 해맑은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대인배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