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트로이 전쟁의 9년 동안 트로이 동맹군 전체에서 헥토르 말고 지휘관으로서 두각을 나타낸 게 뤼키아에서 지원 온 사르페돈 빼고는 딱히 없음


그래서 사르페돈과 헥토르가 모두 죽은 이후엔 지휘 공백이 너무 커져서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와 에티오피아의 왕 멤논이 지원하러 왔는데도 각개격파당해 박살날 정도로 지휘 능력이 박살남


사실상 트로이 전쟁 마지막 1년은 성벽이 씹사기라서 헥토르 없이도 농성하면서 버텼다 수준




아카이아 연합군이 트로이 해안에 상륙하자마자 미리 대비해서 동맹국들에서 끌어모은 병력으로 기습해서 프로테실라오스를 살해하고 아카이아군을 격퇴


트로이 직접 공략을 포기한 그리스인들이 트로이 주변의 도시국가들을 일일이 초토화시키는 전략으로 선회하자 끊임없이 출격해 아카이아군을 요격, 고작 배후지 초토화에 9년이나 허비하게 만듬


그 와중에 주변국들을 공략하러 옮겨다니는 아카이아인들의 진지를 찾아내고 습격해서 배를 불태우기 직전까지 몰아넣은 것도 십수 차례


이게 헥토르가 혼자 지휘해서 9년 동안 낸 성과임


이러니까 영웅 올스타 모아온 그리스인들 입장에서는 자동으로 게임 좆같이 하네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




거기다가 더 무서운 건 저 9년 허비라는 전과가 아킬레우스가 '있는' 아카이아 연합군을 상대로 낸 전과라는 거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가 파업한 것 때문에 헥토르가 아킬레우스 없는 그리스인들만 상대했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일리아스> 작중에서 흐른 시간은 4~5일 남짓임


거기다가 <일리아스>는 전쟁 9년차, 기어이 헥토르의 방해를 뚫고 주변국 초토화를 끝낸 아카이아 연합군이 본격적으로 트로이 공성을 시도하기 시작한 시점이고


또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화내며 '나 아니었으면 공략 못했을 도시가 지천인데 나한테 이래?' 식으로 말한 걸 생각하면...




결론적으로 헥토르가 세운 전과는 다음과 같음


1. 9년 동안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저지


2. 트로이 동맹국 공략하던 아카이아군 개털어서 아킬레우스가 출동해서 무쌍 찍어줘야 커버가 되는 상황을 강요


3. 아카이아군 해안진지 수십 차례 강습, 배도 십수 척 파괴


4. 전쟁 9년차에 트로이가 완전히 고립된 뒤에도 압도적인 전력차를 극복하고 아카이아군 수 차례 격퇴




괜히 <일리아스> 막판에 헥토르가 신들에 의해 운명을 고정당해서 아킬레우스와 싸우다 죽었을 때 프리아모스 왕이 딴 아들들 다 죽어도 헥토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오열한 게 아님


9년 동안 조별과제 하드캐리하던 조장(맏아들)이 죽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