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학교에 서열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스카이 서상한과 같은 식으로 나뉠지언정 서울대와 동국대는 같은 “대학교”다. (대학의 평준화 이야기.)


카이스트, 농수산대학교 같은 예외도 있지만, 이런 경우도 어떤 목적에 초점을 맞추나에 따라 나눴을 뿐, 모든 대학은 평준화된 상태이기에 모든 학생이 그 학교 특유의 고사가 아닌 정형화된 유형, 이를태면 정시나 수시 등으로 들어갈 수 있다.









프랑스도 대학교는 20세기 68운동 이후 평준화되었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인 소르본 대학교까지 싹 다 평준화된 결과, 바칼로레아(프랑스판 수능)에 합격만 하면 바칼로레아 성적표와는 무관하게 어디 대학교든 입학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대학교(Université)만 평준화했지 그랑드 에콜(Grande École, 이하 복수형인 Grandes Écoles(그랑제콜)로 칭함)은 대학과 별개로 취급되어 냅뒀다.

그리고 이 그랑제콜은 대학교(Université) 위에 위치한 모양새를 취한다.


프랑스에서 “대학 평준화” 이야기가 들리면 그랑제콜은 빼놨다 생각하면 된다.






그럼 대학교 위에 있는 이 그랑제콜은 뭔가?


그랑제콜은 국가가 주도하여 만든 실무 위주의 고급 기술전문인 양성 교육기관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Université는 우리가 아는 일반 대학교(학문 위주), Grandes Écoles은 소수정예 엘리트 대학교다.(실무 위주. 예를 들어 경영이면 경영만, 인문이면 인문만.)


엘리트 대학교라는 말에서 알 수 있겠지만, 그랑제콜은 바칼로레아와는 별도의 선발과정으로 뽑는다.








우선 이들은 바칼로레아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얻은 후, 2년에 걸쳐 프레파 혹은 CPGE(그랑제콜 준비반) 과정을 밟아야 한다.(성적이 좋을수록 더 좋은 프레파에 들어설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여러번의 시험과 본고사를 거쳐 최종 구술 및 필기시험으로 그랑제콜 학생이 된다.

그러나 원하는 그랑제콜에 바로 붙기란 매우 힘들기에... 여러면에서 그랑제콜 입시경쟁은 대학보다 더 빡쌔다. 그래서 프레파에서 재수나 삼수하는 경우도 많다.


몰론 이렇게 빡쌔게 운영되다 보니 그랑제콜은 일반 대학교에 비해 교육 및 연구예산 등에서 더 많은 투자를 받으며, 교육예산은 무려 30%를 차지한다.


그랑제콜은 약 250여개가 프랑스에 있으며, 이 모든 학교를 포함하여 매년 약 2만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졸업에 있어서도 그랑제콜은 일반 대학교와 두가지 차이점이 있다.

프랑스의 대학교는 학사 졸업이지만, 그랑제콜 졸업생은 석사 졸업이다.(정확히는 한 그랑제콜에서도 밟는 과정에 따라 학사졸업인지 석사졸업인지, 그랑제콜 졸업인지 일반 대학 학위인지 결정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동문이라 생각 안한다.)


또한 그랑제콜은 박사과정이 없다. 즉 박사학위를 따고 싶다면 그랑제콜 졸업 후 대학(Université)에 입학해야 한다.









그랑제콜도 당연히 서로 서열을 나누며, 이 중 유력한 동문과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만이 그랑제콜로 인식된다 한다.

예를 들면 에콜 폴리테크니크(종합기술학교), ENA(국립행정학교. 폐교됨), HEC Paris(파리 고등상업학교) 등이 있다.


프랑스 상위 40개 그룹의 CEO는 위에서 말한 그랑제콜 출신인데, 이 비율은 전체의 0.057%다. 즉 경쟁률이 엄청 치열하기에 이들은 법대, 의대 출신 이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특정 분야(법대, 신학대, 의대, 간호대 등.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가야함)을 제외한 프랑스의 저명한 사람들, 특히 학문 관련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랑제콜 출신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그랑제콜 출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있다.(ENA, 국립행정학교)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그랑제콜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학벌주의(그랑제콜로 인한 학벌주의는 한국의 스카이 이상이다)등을 우려하며 본인의 모교 ENA를 폐교한 바 있다.










사실, 그랑제콜을 없에고 대학 시스템을 개선헤야 한단 이아기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전액 무료도 있지만 한학기에 5000만원까지 깨지는 곳도 있다. 전액 무료여도 그랑제콜 준비 예산 생각하면...)


그러나 그랑제콜은 이것이 대학이 자기들을 흡수할려고 한다 하여 경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상위층 대부분이 그랑제콜 출신인 이상 지금과 같이 이원화된 고등교육 시스템은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