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객선들은 하나같이 다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체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것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도 검은색이고
작은 배 큰 배 할것없이 전부 약속한 듯이
선체 하부는 검은색이고 상부는 하얀색인 모습임
저 시기 대형 여객선 중 검은색 아닌 배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정답은 바로 그 시기 선박 연료에 있다
바로 석탄을 사용했기 때문
"아니 석탄이랑 선체 색깔이 뭔 상관이노?" 싶지만
의외로 문제는 간단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대형 여객선들은 2주일 ~ 3주일 가량을 바다에서 24시간 전속항해해야 했기 때문에
연료(석탄)의 충분한 보충이 필수였다
때문에 타이타닉호의 경우 편도 항해에만 7천톤 가량의 석탄이 필요했고
다른 여객선들도 대서양 한 번 건너려면 몇천톤의 석탄은 필수로 태워야 했다




보통 항구에서의 정박은 1주일 가량이었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동안 석탄은 끊임없이 석탄창고로 보충되었는데
바로 이게 여객선이 검은 이유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석탄은 존나 더럽다
태우면 연기때문에 주변 씹창나는 건 물론이고
스치기만 해도 잘 안 지워지는 검댕이 존나게 묻어버린다
그런데 이런 더러운 석탄을 넣을 방법은



당시에는 여객선 옆 문짝 뜯어서 사람이 직접 손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적재 과정에서 당연히 석탄은 배 옆 온 천지에 지저분하게 흩뿌려질 수밖에 없었고
만약 하얀색 여객선에 석탄 적재하는 날이면
순식간에 백마에서 검댕이로 변한 여객선 보면서 인부들도 시발시발거리고 선주도 시발시발거렸다



때문에 애초에 이런 참사를 방지하고자
여객선의 선체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한 것.
선체를 검은색으로 도색하면 석탄 찌꺼기도 안 보이고
하얀색으로 도색한것보다 녹도 잘 안 보였으며
하얀색의 상부 구조와 어울려 중후한 맛이 살아났기 때문에
매우 사랑받는 디자인이 되었다.





소형 배의 경우 석탄 적재에 애로사항이 별로 없어 하얀색으로 도색한 경우도 있었지만
여전히 대형 여객선의 선체 도색은 검은색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 국룰이 깨지게 되는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있는 배 없는 배 다 끌어모아서 징발시켰기 때문에
병원선으로 징발당한 배들은 전부 하얀색 적십자 도색을 해야 했다.
때문에 이런 병원선들이 찍힌 사진 중 열에 아홉은



이렇게 옆에 지저분한 석탄 검댕이 같이 찍혀 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연료가 석탄에서 기름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선체를 검은색으로 도색할 필요는 사라졌고




이제는 심플한 하얀색이 여객선의 주 도색이 되었다







그러나 영국 리버풀에 본사를 둔 큐나드 해운만은 여전히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큐나드가 세계 최후의 영국~미국 간 대서양 정기여객선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서양 항로는 타이타닉을 비롯한 수백척의 대형 정기여객선들이
1800년대부터 피터지게 경쟁했던 상징성이 매우 큰 항로이기 때문에
그 상징성을 받들어 수익성이 별로 없는 지금 현재도
큐나드의 검은 여객선은 대서양을 홀로 돌파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