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이 선임.
우리 부대는 독립 대대여서 그냥 따로 덩그러니 있는 부대였음.
내가 있는 본부 중대에는 여자로 오해 받을 정도로 신기한 사람이 하나 있었음.
여자도 감탄할 정도로 목소리가 얇고(면회 온 누나가 충격에 빠짐), 키는 160 초반대에, 얼굴은 백지장 마냥 희고 잡티도 없었음.
거기다 머리도 좋고(연대 출신)의 그런 사람이었음. 나보다 5개월 먼저 온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6개월 단위 동기제가 되면서 동기가 되긴 했지만 아무튼 신기한 사람이었음.
게다가 착하고 말도 잘해서 부대 내에서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음.
때는 그 사람 병장 때 나 상병 때에 일이었음.
불침번 초번초를 서던 그 선임이 내 알동기(같은 날 입대한 사람)을 깨우러 갔음.
근데 한 10분이 지나도 안오는 거임.
그래서 같이 서던 불침번이(초번초는 2명이 불침번을 섬) 그 자리로 갔는데.
자고 있던 내 알동기 옆에 누워있었고 뭐하냐고 뭐라 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서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강제 아웃팅 당하게됨.
결국 내 알동기랑 그 선임은 둘이서 이야기하고 잘 풀긴 했음.
하지만 그 뒤로 모두가 그 선임을 약간 공포 어린 눈초리로 보긴 했지만
다들 원래 평판이 좋고 착한 사람이었기에 그냥 전역 때까지 별일 없이 보냈음.
그리고 대망의 전역 전날 내 알동기한테 고백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다음날 전역함.
그 때의 내 알동기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함.
여자한테도 고백 못 받아봤는데, 남자한테 받았다고 멘탈이 터져서 한동안은 폐인이었음.
2. 괴식 트리오
임병장 윤이병 사태가 터지고 우리 부대도 대대적인 설문 조사 및 부조리 색출에 들어감.
그 과정에서 몇가지 재미있는 설문이 있었는데 그게
1) 가장 위병소 근무를 같이 서고 싶은 병사
2) 같이 밥 먹기 싫은 병사
3) 가장 힘들어 보이는 병사
이렇게 3가지 질문이 가장 핫했음.
행정병이었던 나는 이 설문을 취합해서 정리하고 중대장님과 행보관님께 전달함.
그리고 당시 내 동기 라인 나, 내 행정반 동기, 내 알동기(그 고백 받은 놈)까지 3명이 모조리 불려감.
이유는 간단함. 같이 밥 먹기 싫은 병사 순위 1~3위가 우리 였거든.
1위는 행정반 동기
2위는 나
3위는 내 알동기였음.
근데 정작 같이 위병소 근무 가고 싶은 사람 1위는 나였고
가장 힘들어 보이는 사람 1위도 나였음.
나랑 근무하면 시간 잘 간다고 1위였고 맨날 애들 다치고 병들어서 위병소 못 뛰면 내가 대타로
나가서 애들 도와줘서 힘든 사람 1위도 나였음.
근데 같이 밥 먹기 싫은 사람 순위에 이렇게 평판 좋은 3명이 우르르 나오니
통계 조작아니냐고 말이 나옴.
그리고 시작된 해명이 좀 가관이었음.
1위 피클 국물 마시고 피클 국물에 밥 말아 먹어서
2위 일요일 아침 닭죽에 우유 넣어 먹어서
3위 치킨 무 국물 마시고 무 국물에 밥 말아 먹어서
서로 해명하고 나도 그렇고 나머지 놈들도 '그래도 내가 저 놈들보다는 낫지'라는 표정이었음
나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무튼 이로 인해 괴식하는 놈들이라는 소문이 대대 내에 퍼지고 일요일에 항상 3명이서 각자 첨가물들고
밥 먹으면 아무도 근처에 안오는 무슨 현상이 발생함.
지금도 3위한 새끼랑은 누가 더 낫냐고 가끔 티격대고 지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