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서 수도원을 운영하였던 존경받는 성직자가 이러저러한 일로 도시를 떠나게 되어 시청에서 성대한 송별연회를 열어주게 되었다.


만찬이 시작되기 전 시장이 노쇠한 종교인을 위해 연설을 하기로 하였으나, 불가피한 공무로 인해 연회에 늦게 되면서 기다리는 사이 대신 성직자가 미리 짤막하게 작별인사를 하기로 했다.


연단에 오른 성직자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제가 처음 이 도시에 수도원을 차리게 되었을 때, 부끄럽게도 첫 고해성사를 들으며 이 도시에 대해 끔찍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해실에 처음 들어온 그분은 지나가던 국왕 전하의 세금 마차를 털었고, 수사관들의 탐문을 거짓말로 모면했다고 털어놓으셨습니다.


수비대 공금을 횡령하여 그 돈으로 불법적인 약물을 암거래해 비자금을 축재하였고, 친구의 아내나 동생의 17살 딸로 모자라 여러 여성들과 부적절한 밀회를 가졌다고도 고백하셨죠.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이 이리도 많다는 사실에 저는 경악하여 수도원을 세운 목적 자체를 잊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은 제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으며 선량한 분들이 이 도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주셨습니다.


이 수도원이 이토록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선량한 마음 덕분이니, 이 늙은이가 떠난 뒤에도 여러분이 수도원을 잘 유지하시며 경건한 생활을 유지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나이든 사제의 연설이 끝나자 연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갈채를 보내었고, 그 사이 일을 다 마치고 급하게 연회장으로 달려온 시장이 연단에 올랐다.


박수갈채가 가라앉자 시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목을 가다듬은 뒤 늦은 것에 대해 연신 사과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저는 아직도 수도원장께서 이 도시에 와 수도원을 설립한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시장은 다시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그날 저는 방 한 칸으로 시작한 그 수도원에서 당신께 죄를 고백한 첫 번째 사람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