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
후대에는 조선시대 암행어사 직책의 대명사 취급을 받지만
실제로 그가 암행어사 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은
다 합쳐봐야 1년 남짓으로
가장 암행어사다운 일을 한 건 1727년 영조 집권 초창기에
1년 뒤에 벌어진 이인좌의 난을 정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다
아무튼 1728년 이인좌의 난이 터지자 참전해서
2등공신으로 봉해졌는데 당시 1등공신은 병조판서이자
진압대장이었던 오명항 하나였으니 꽤 큰 공을 세운 셈이다
이때 진압군 병사가 남긴 난리가라는 기록에 따르면
다른 지휘관놈들은 무능한데 박문수는 지략과 인성을 갖춘
고대의 오기같은 사람에 비유할 정도였다
아무튼 박문수는 당대 조정에는 좀 다른 의미로 유명했는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박문수를 광패 즉 또라이라고 써놨다
물론 당시 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이 노론 출신일 확률이 높고
박문수는 소론이었으므로 그렇게 묘사할 수도 있지만
한현모 : 박문수 이새끼가 조정에서 "노예같은 새끼들아" 하는데
이거 징계거리 아닙니까?
영조 : 말이 좀 심했네
박문수 : 말이 좀 심했는데 저새끼들이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잖?
영조 : 또또 지랄병한다 너 그 성질머리 죽여
참고로 영조 9년(1733년)임
우의정이면 삼정승 중 최약체라 하지만
박문수하고는 짬 비교가 안되는데
그 사람이 박문수가 임금 얼굴 똑바로 봤으니 징계하자 한 것
박문수 : 아들이 아버지 얼굴 쳐다보는 게 무슨 죄?
하지만 결국 짬에서 밀려서 박문수는 징계를 먹는다
박문수 : 교화 없고 법도 없고 사대부들 지랄나고 백성들 가난하고
옛날에는 잘나가도 지금은 나라가 거지꼴인데
3백년 조선왕조가 여까진가봅니다
근데 왕은 말로만 유념하겠다 유념하겠다 하고
정신 안 차리면 나라가 뭔 꼬라지 날 거 같음?
영조 : 알았어 유념한다는 말 안할께 다 내 잘못이다
이 3백년 나라 망한다 드립이 꽤 찢었다 생각했는지
나중에 다시 재탕까지 함
거기에 영조한테 넌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안해까지 박음
영조 : 사람들은 너보고 거칠다(또라이새끼다) 하는데
나는 네가 강직하다고 믿어
박문수 : 알았으니까 딸한테 돈 작작 찔러줘라
서명균(청나라 사신단장) : 우리가 청나라에서 돌아올때는
아들 낳아서 대를 잘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영조(기분좋음) : 그거야 하늘이 정해주시는 바지
박문수(급발진) : 사람이 사람 일을 해야 하늘이 잘해주지
니가 지금 임금으로서 일 잘한다 말할 수 있음?
백성들한테 잘해야 좋은 일이 생기지 하늘이 뭘 정해줘?
영조(기분드러움) : 사람들은 니가 미친놈이라 하는데
난 그정도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
이게 얼마나 미친소리냐면
저때 영빈 이씨가 뒤주왕자를 임신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알다시피 뒤주왕자 이전에 정빈 이씨 소생의
효장세자가 9살의 나이로 일찍 죽은지
7년 뒤인 상황에서 저 소리 한 거
미친놈이라는 표현도 순화한 표현의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영조는 박문수를 아꼈고
박문수도 제 할 일 잘 했는데
특히 경상도 관찰사 시절 떠내려온 가재도구들과 관을 보고
함경도 지역에 물난리가 났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경상도의 곡식을 함경도로 미리 보내는 업적을 세우는 등
백성들을 구하는 이미지가 당대에 퍼졌고
암행어사 =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을 구하는 정의로운 사람
이라는 당시 백성들의 생각에 따라서
그냥 이름없는 암행어사가 했었던 일들까지 박문수가 한 걸로
전부 흡수되면서 그렇게 암행어사 경력이 그리 길지 않았던
박문수가 후대에는 암행어사의 대명사처럼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