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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응급실 원무과에서 근무한지 이제 1년된 윾붕이임

지금 야간근무 중인데 심심해서 기억에 남는 썰 몇 가지 풀어봄


1. 소아환자 부모들이 아이의 주민등록번호를 모름

체감상 아이 10명 중 절반은 부모가 아이 주민등록번호를 안외우고 있음

아이 엄마는 안그런다~ 아빠가 유독 그런다~ 이런 사람들 많은데 그딴거 없음 엄마고 아빠고 모름 ㅋㅋ

환자 나이가 진짜 어리면 아직 못외운거 이해는 되는데, 아이가 5살~8살이 됐는데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몰라서 휴대폰갤러리 찾고 있음

진짜 심한 경우, 부모가 아이 생일을 몰라서 아이한테 너 생일 언제냐고 물어보고 있음

보호자분 진짜 부모님 맞으세요? 라고 묻고싶은 마음 턱끝까지 차오름


2.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근데 친보호자라는 증거는 없음 ㅋㅋ

직접 원무과에 오든 전화를 하든 응급실 환자 혹은 입원 환자 상태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있음

환자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냐 물어보면 지인이라고 함

애초에 이 사람이 친족이든 지인이든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지 않는 이상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인이라 말한 사람한테는 말 못 함

근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왜 못알려줘요? 환자 상태가 궁금하다는데?" 라고 물어봄

"당신이 지인인지 가족인지 어떻게 아냐? 궁금하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라" 라는 의미를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해주는데, 이 새끼들은 도저히 납득을 못하고 그게 뭐 어렵냐고 빨리 알려주기나 하라고 성냄


3. 나 응급환자인데 왜 빨리 진료 안봐주냐

이 말 하는 새끼들 중에 진짜 위급한 인간 몇 없음

멘탈이랑 지남력 멀쩡하고, 두 발로 걸어다니고, 말 잘하고, 진료 빨리 봐달라고 화 낼 기운도 있지만 아무튼 응급환자임

이 놈들은 안에서 CPR을 하고 있든, 심근경색 환자가 왔든, 뇌졸중 환자가 왔든 ㅈ도 관심없음

왜냐하면 응급실이란 응급환자가 오는 곳이 아니라 진료 빨리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임

아무튼 그렇게 응급하다고 우기더니, 수납할 때 되면 이번엔 뭐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승질냄


4. 나 돈 못 내

기초생활수급자가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음. 내가 원무과 취업하고나서 이거 때문에 수급자 인식 ㅈ같아짐

원무과에서 환자를 접수하면 이 사람이 건보대상자인지 수급자인지 나오는데, 자격조회를 했을 때 수급자라고 나오면 비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는 편임

응급실은 응급의료관리료 때문에 비싸고, 비급여품목 사용하면 보험처리 안돼서 비싸고... 아무튼 수납하는 입장에선 신경쓸 수 밖에 없음

차라리 여기서 나 그럼 진료 안봐! 라고 가버리면 다행인데, 아무리 설명해줘도 나 수급자라 돈 별로 안나온다고 빨리 진료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음. 이건 뭐 본인 선택이고 돈만 잘 내면 내 입장에서는 상관없지

근데 막상 수납할 때 비용 얘기하면 나 수급자인데 뭐가 그렇게 비싸!!! 다른 병원은 진료비 2000원만 받는데 여긴 뭐야!!!라고 욕함

아니 왜 진료볼 땐 잘 봐놓고 왜 원무과 와서 화내세요 ㅋㅋ


5. 환자가 앞에 있는데 왜 서류를 못땜?

이건 솔직히 내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건 아님 

다른 병원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여기서는 환자가 보험이나 타병원에 제출하기 위한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구비서류가 필요함

환자 본인이 오면 환자 신분증, 친보호자가 오면 환자 신분증, 보호자 신분증, 가족관계 증명서, 발급 동의서 가져와야 함

환자 본인이면 몰라도 대리발급할 땐 챙겨야할게 많아서 좀 귀찮긴 함 (그래도 사칭범이 실제로 종종 적발돼서 하긴 해야 됨)

그냥 내가 융통성 있게 대충 뽑아줘도 되긴 하지만 나중에 다른 직원한테 가서 "저번에 그 직원은 그냥 해주던데 왜 여긴 안해주냐" 따지면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그래서 최대한 서류 확인하고 발급해주는데, 아무것도 안가져오고 대뜸 원무과 와서 서류 발급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음

우리 입장에선 이 사람이 환자 인적사항을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인지 아닌지는 모르니까 신분증 확인을 해야 하는데, 신분증 안가져와서 발급 못해준다고 하면 "지금 본인이 눈 앞에 있는데 못해준다는게 말이 돼?! 병원 시스템이 왜 이따구야?" 따지면서 컴플레인 거는 경우 꽤 많음

우리야 민원 넣든 말든 알빠노?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꺼져 하고 돌려보냄




썰 진짜 다양하고 여러가지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거 몇 가지 끄적여 봄

모든 케이스를 진상취급하기엔 무리가 있고, 합당한 의문일 수도 있지만 가끔 특이하거나 직원 입장에서 이상한? 질문 들어오면 당황스러운건 사실임

그래도 야간 원무과 존나 피곤하고 바쁠 땐 바쁘지만 새벽 시간에는 한가해져서 유튜브 보면서 뒹굴거리거나 책 읽기엔 좋음 ㅋㅋ

근데 추천은 안한다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