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 문제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이란의 정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


이란은 겉으로는 한국처럼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 같지만, 실상은 아님


라흐바르(페르시아어로 지도자라는 뜻임)라는 최고 지도자가 실권을 다 가지고 있고


대통령은 라흐바르로부터 몇몇 권리를 대행해서 행사하는 것에 불과함


오히려 한국으로 비교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관계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음




라흐바르는 단순 국가원수일 뿐만 아니라 이란 이슬람교(시아파)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음


그리고 저 지위는 한번 선출된 이후로는 종신이라, 죽을 때까지 해먹을 수 있는 자리임


그러면 윾붕이들이 보기엔 이란 이 새끼 왕정 없애고 세운게 똑같은 왕정이노? ㅋㅋ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왕정과는 엄연히 말하면 다름




라흐바르는 8년 임기를 가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88명의 동의 아래 선출함


그리고 그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됨


이 점을 보면 국민이 뽑은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미국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음


하지만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면 이란 라흐바르는 독재자나 다를 바 없는데


일단 선출되면 위에서도 말했듯, 죽을 때까지 해먹을 수 있음


또 짤에 '헌법수호위원회'라는 게 있는데 저게 권력이 어마어마함


맘에 안드는 새끼가 정치인으로 나설려고 하면 빠꾸 먹일 수 있고, 정부에서 맘에 안드는 정책 펼치면 거부때릴 수 있음


저 자리는 12명으로 구성되는데, 6명은 라흐바르가 직접 임명하고 6명은 대법원장이 임명함


근데 이 대법원장 임명권을 라흐바르가 가지고 있으니, 사실상 라흐바르 똘마니들이나 다를 바 없음


이외에 권한들을 짧게 짚고 넘어가면


대통령 인준 및 해임권, 이란군 최고 통수권, 국영TV 운영권 등


행정, 군사, 언론을 자기 맘대로 주무를 수 있음



때문에 이란 대통령이 죽어도 현 라흐바르인 알리 하메네이 말대로 '국정 운영'에 별 차질은 없음


그래서 해외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자체가 죽은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로 삼지 않음


문제는 대통령을 해먹던 '사람'임



에브라힘 라이시는 현 이란 정계의 보수파 핵심이었음


이란은 정당 활동 보다는 계파 활동이 중심이 되는데


크게 이슬람 꼴통인 보수파랑 서방이랑 좀 친하게 지내자는 개혁파로 나뉨


그 중에서 쟤는 극강경파임


사실 대통령 자리는 비록 힘은 없어도 개혁파 출신 애들이 자주 뽑혀 왔는데,


2021년 라이시가 대통령에 당선됨에따라 허울뿐인 행정부마저 보수파가 장악해버리게 됨


이에 대해서는 벌써 나이가 80을 넘은 하메네이가 슬슬 후임으로 라이시를 키우려고 했던 걸로 보임


왜냐면 하메네이도 호메이니 시절에 2차례 대통령을 해먹고 경력 쌓은 뒤 라흐바르로 뽑힌 애거든





본래 하메네이는 자기 후계자격으로 강경파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특수부대) 사령관을 염두해두고 있었음


지위는 군사령관이지만 막후에서 대서방 외교 정책까지 결정했을 정도로 라흐바르 다음 가는 실세였어서


원래 라이시 대신 2021년 대선에 이 사람이 나와야 했지만


2020년 미국의 바그다드 국제공항 기습으로 암살 당하면서 후계 계획이 틀어짐


하메네이가 이 새끼 장례식에서 눈물 흘렸을 정도니 존나 맘에 들어했던 것 같음




자기가 구상해놓은 후계 문제가 잇따라 개판이 난 상황 속에서


지금 언론에서는 하메네이가 자기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짤 오른쪽)한테 자리를 '세습'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음


근데 저 자리를 세습하게 되면 지들이 몰아낸 왕이랑 다를 바 없어지니 이란 성직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거임


한편 유권자들은 2021년 대선 때 개혁파 후보를 하메네이가 다 떨어뜨려서 투표 보이콧을 했을 정도


여하튼 이란 정계는 당분간 혼란한 상태에 있으리라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