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꼬마가 살던 부대는 소초보다 아주 조금 더 클 뿐이라는 걸! 나는 그 사실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우리가 이름을 붙인 청룡부대니 백마부대니 하는 커다란 부대 말고도 수백 개의 다른 부대가 있으니까 말이다. 때때로 그것들은 지도에도 실려 있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작전병은 그런 부대들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준다. 이를테면 ‘소부대 3251’이라고 붙이는 식이다.


내게는 어린 왕자지가 살던 부대가 소부대 B612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 소부대는 2009년 해병대의 모 작전병에 의해 딱 한 번 발견되었을 뿐이다. 작전병은 인트라넷에 자신이 발견한 소부대를 훌륭하게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작전병은 물이 다 빠진 각개빤쓰 한 장만 걸친 허름한 차림새였고 그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땅개들은 늘 이런 식이다.


시간이 흘러 해병대의 사령관이 정복을 입지 않는 해병은 누구든 기열 취급을 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이는 소부대 B612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10년 그 작전병은 멋들어지게 정복을 차려 입고 자신이 발견한 소부대를 다시 증명해 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소부대 B612가 어떤 부대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부대 번호까지 알려주는 것은 땅개들 때문이다. 땅개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 전입한 아쎄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땅개들은 진짜 중요한 것을 절대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 아쎄이의 포신이 어떠니? 그 아쎄이는 어떤 체위를 좋아하는데? 그 아쎄이가 선임의 자지를 끝까지 삼키면서도 전혀 꼰티를 내지 않니?”



그 대신 땅개들은 이런 것들을 묻는다.

“그 신병은 몇 살이니? 형제는 몇 명이고? 키나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니? 사격은 몇 발을 맞췄니? 직계가족 중에 군 고위직이나 국가유공자인 분이 계시니?”

그러고 나면 땅개들은 비로소 그 아쎄이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땅개들에게

“해병정신이 충만한 오도 해병을 봤어요. 포신은 강철같이 단단하고 궁둥짝이 태산만큼 컸어요”

라고 설명하면 그들은 그 해병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해병대 수색대를 봤어요.” 그러면 땅개들은 “와, 그것 참 정예병 이로구나!”라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땅개들에게

“어린 왕자지가 포신이 크고 기합이 대단하고 아쎄이 하나를 원했다는 것이 그가 짜세중의 짜세라는 증거예요. 어떤 해병이 손도 쓰지 않고 포신만으로 아쎄이 하나를 능히 들어 올릴 수 있다면 그가 진정한 해병이라는 증거가 되는 거죠”

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당신을 개병대 취급 할 것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지가 소속된 부대는 소부대 B612예요”라고 말하면 땅개들은 믿을 만하다고 여기고는 더는 캐묻거나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땅개들은 늘 이런 식이다. 하지만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선 안 된다. 해병이란 모름지기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하는 법이다. 물론 해병정신을 이해하는 우리는 숫자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