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직구 규제 사태 등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외환위기 사태의 원인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것과 오버랩되어보인다는 말이 많아보임


그래서 뜬금없지만 외환위기 사태의 드라마틱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함





사실 97년 외환위기는 몇 년 전 개봉한 어떤 영화가 주장하듯


탐욕스런 대기업과 미국이 짜고 벌인 음모라는 건 너무 터무니 없는 헛소리고



한국 기업과 경제 구조의 후진성이나 특정 정치인 또는 관료들의 무능


심지어는 국민의 과소비니 하는 식으로 범인을 특정해서 지목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건임



물론 경제 구조가 선진적이고 정치인과 관료들이 유능했으면 겪지 않아도 됐을 일은 맞음


하지만 그걸 우린 선진국이라하고 그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었지


그리고 선진국들은 이 사태에서 대부분 피바람을 피했고




외환위기 사태는 당시 단순히 한국만 못나서 겪게 된 일은 아님


외환위기는 마치 전세계 개도국 경제의 역병과도 같았고 


기초 체력이 부실했던 개도국,중진국들은 죄다 걸린 마마였음



80년대 후반 전세계를 뒤덮은 거품들이 차차 꺼지면서 


소위 팔자를 고쳤다고 으스대던 개도국,중진국들이 죄다 뚜드려맞았고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국가들,한국,러시아,브라질까지 빚이라는 


거품 위에 쌓아올린 번영을 자랑하다 처참히 박살이 났음




왜 역사에서 좆같은 일이 있으면 영국을 찍으면 대게 맞다고 하잖아?


이번에도 시작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유로존이 만들어지기 직전,


독일이 통일된 이후 독일 정부가 동독 재건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자


같은 통화권에 묶이게 된 영국은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꼴에 대영제국이란 자존심에 파운드화를 죽어라 매수하며 파운드 가치 방어에 매진했음




자 투자에서 가치가 실질가치에 비해 고평가된 자산을 견제하는 시스템은?


공매도임




여기서 바로 천재적인 개자식 조지 소로스가 나타난다


소로스와 헤지펀드 세력은 영국 정부의 매입으로 파운드화가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있다는 걸 캐치했고 가능한 모든 재원을 동원해 


파운드화를 빌려 그걸로 다시 달러를 사는 공매도를 때려버린다




물론 당하고만 있을 영란은행이 아니다


이런 환투기 세력들의 공격에 국가가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음


첫째로 빌려준 금리를 올려버리면 된다.


그리고 환투기 세력이 그 이자를 버티지 못해 나가떨어질때까지 버티면 됨


쉽죠?



그럴리가




애초에 환투기는 그 리스크가 엄청나게 큼 


그래서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대상이 되는 국가들은


국가 경제에 아주 '투명하고 명백하게' 문제가 보이는 국가들임



영란은행은 금리를 무려 10%까지 올려서 대응했음


근데 경제가 개판인데 금리를 10%로 올린다?


환투기 세력이 뻗기 전에 자국민들과 기업들이 먼저 뒤지지ㅋㅋㅋ




결국 영란은행이 먼저 백기를 들었고 


소로스와 그의 헤지펀드는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수익을 


포식해 빵빵한 배를 튕기며 또 다른 희생자를 찾으러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향했다




헤지펀드들의 다음 타겟은 태국의 바트화였다


근데 영국도 못 막은 걸 태국이 막을 수 있었겠냐?


결국 바트화의 가치도 속절 없이 추락하며 


태국은 97년 5월 15일 IMF의 구제금융 신세를 지게 된다




타이의 역병은 삽시간에 주변 동남아국가들,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로 퍼져나갔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금방 태국처럼 작살이 났음




아까 국가가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맞서는 방법이 2가지 있다고 했는데


말레이시아는 그 두 번째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위협이 감지되자마자 문을 꽁꽁 걸어잠구고 외국인에게 자국 통화를 빌려주지 않는 것이었다


돈이 나가지 않으면 애초에 문제의 근원인 환투기 공격이 들어오지도 못하니까




물론 두 번째 방법도 첫 번째 방법 만만치 않게 부작용이 크다


기본적으로 개도국들은 세계 무역시장에서 수출 주도형 모델로 경제 규모를 키워왔다


그런 후진국이 갑자기 자국 화폐를 묶어버린다?


그 날로 무역 시장에서 국가 신용도와 화폐 가치는 바닥을 뚫어버리게 됨


환투기 세력이라는 늑대들한테 맛 좋은 살점을 내주지 않았을 뿐 


그게 싫다고 스스로 배를 갈라 살자해버리는 꼴인 것임


결국 말레이시아도 고꾸라져버린다



이 당시 동남아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했음


헤지펀드들의 환투기 공격에 경제구조가 취약한 개도국들의 유혈이 사방에 낭자했고


그들이 이제껏 마시며 취한 빚이라는 잔치의 술은 독약과 진배없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들은 그래도 상황이 달랐다


싱가폴은 원채 기초 체력이 튼튼한 국가였고 금융이 발달한 나라라 


조금의 피해를 입었지만 동남아 국가들처럼 나라가 절단 날 피해는 아니었다



대만도 공격을 받았지만 대만은 금방 환율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 든든한 외환보유고로 버티며


애총 이전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빚으로 쌓아올린 경제구조도 아니었기에 


헤지펀드 세력의 공매도 공격이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홍콩은 싱가폴이나 대만에 비해 경제 규모는 작았지만 뒤에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버티고 있었고


도널드 챙이라는 유능한 경제 관료가 동남아 국가들의 사례를 주시하며 


머지않아 닥칠 헤지펀드 세력의 북상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홍콩 또한 10% 가까운 금리를 퍼부으며 홍콩 달러 방어를 위해 


엄청나게 제 살을 깎아먹으며 끝끝내 헤지펀드 세력의 공격을 좌절시켰다




결정적으로 싱가폴,타이완,홍콩 이 세 국가들은 중화권이라는


중국의 달콤한 젖꼭지가 그들에게 IMF 체제와는 다른 료에키를 전개해 


보호해주고 있었기에 이 외환위기에서 그나마 덜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느그나라는 달랐다 


사실 지금까지 소로스를 위시한 헤지펀드의 환투기 공격에 


개도국들이 줄줄히 무너졌다라고 이야기했지만


한국은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게 아니다


애초에 한국은 일개 헤지펀드 따위들이 어찌해볼만한 체급도 아니었음




그러나 한국은 헤지펀드의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


동남아 개도국들이 줄줄히 무너지며 발생한 충격파에 스스로 무너져버렸다



우선 한국의 경제 관료들이라고 이 사태를 전혀 모르쇠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태국이 무너진 시점부터 사태를 파악한 경제지들이 외환위기에 대해 경고를 내기 시작했음


그러나 당시 한국의 경제 체질은 앞서 말한 두 번째 방법을 과거부터 쭉 이어오고 있었다




그랬다 이때까지도 한국은 무역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제에


여전히 원화를 해외 시장에 개방하지 않은 놀랍도록 후진적인 경제 구조였던것이다



어쨌든 그랬기에 경제 관료들은 헤지펀드들의 환투기가 


원화에 대해선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 그들의 환투기 공격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었고 이 판단은 적어도 맞는 판단이었다


다만 그들이 간과한게 있었는데




바로 동남아 국가들에 돈을 빌려준 종합금융회사들이었다


97년도까지만해도 종금사들의 장사는 녹아나는 사업이었다



한국은 아무리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다해도 


남한테 돈을 팡팡 빌려줄 정도로 돈이 많은 나라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종금사들은 금리가 싼 나라에서 돈을 단기 상환으로 빌려와


동남아 국가들에게 장기 상환에 고금리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었다



2%대 금리의 나라에서 3개월 상환으로 빌려와 


동남아 국가들에게 1년 상환으로 5% 금리로 대출해주면


자본금 하나도 없이 3%의 이자를 꿀꺽할 수 있는 정말 기똥찬 발상의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3개월마다 갚아야하는 돈은 대충 돌려막고ㅇㅇ





그런데 그 단기로 돈을 빌려준 2%대 저금리 나라에 문제가 있었으니...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