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흑사접 살인사건.


나비에 집착하는 나비학자와 그 일가 가족이 정체 모를 살인범에게 거의 다 몰살을 당해버린 연쇄 살인극 


물론 살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동정이 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님


범인에게 직접 살해를 당한 사람들은, 딱 1명을 빼면 대부분 아무 잘못도 없이 희생을 당한 거기에 매우 안타까운 게 팩트임


다만 이 에피소드의 사망자 중에는 범인에게 직접 살해를 당하지 않고 자살을 해버린 인물이 있는데


동정이 가지 않는 걸 넘어, 솔직히 흑사접 살인 사건 전체가 그녀의 자업자득으로밖에 안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지금부터 사건 개요를 설명하면서 부연하겠음



해당 사건의 범인은 오노데라 마사유키라는 이름의 남자


저명한 나비학자이자 해당 사건에서 살해를 당한 피해자인 마다라메 시몬의 첫째 딸과 약혼을 한 사람임


그리고 살해 목적은, 매우 당연하지만 마다라메 시몬을 향한 복수


그리고 마다라메 시몬의 아내이자, 실은 숨겨진 친아들이었던 자신을 버리고 시몬과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어머니 마다라메 미도리를 향한 복수였음



죽은 피해자 시몬의 아내이자, 마다라메 가문의 안주인인 미도리


그녀는 예전에 나비를 연구하던 전도유망한 연구가인 스가 미노루와 약혼을 한 사이였음


심지어 속도 위반까지 했던 지라, 이미 미도리의 뱃속에서 스가의 아들(오노데라)가 자라나는 중이었고


당시 스가 미노루는 멸종을 한 걸로 알려졌던 야광접이라는 희귀 나비종에 대해 연구에 매진하느라 바빴는데


이 연구가 결실을 맺는다면 나비학자로써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음


그래서 오직 약혼자였던 미도리에게만 진실을 알려주고 모든 걸 기밀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난데없이 마다라메 시몬이라는 남자가 스가의 연구 결과를 모두 빼돌려서 발표해버리는 대형 참사가 벌어짐



마다라메 시몬은 스가 미노루 따위는 넘볼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부유했던 자산가였고


심지어 스가의 약혼자인 미도리에게 종종 이성적인 관심을 보인 적도 있는 금태양상의 남자였음


그랬던 와중에 오직 스가와 약혼자 미도리만 알고 있던 극비 연구가 유출되어 시몬에게 넘어가 버렸으니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은 스가는 '미도리가 돈에 눈이 멀어 날 배신하고 정보를 팔아 넘겼다!'는 분노에 사로잡혀 좌절, 얼마 못 가 자살을 해버림


그리고 스가가 죽자, 미도리는 태어난 아들 오노데라를 스가의 친모에게 넘기고는 바로 마다라메 시몬과 재혼을 함


약혼자와 속도 위반을 해서 얻은 아이를 그 할머니에게 덤핑한 것도 모자라, 약혼자가 죽은 원인이 된 남자와 바로 붙어먹어 버린 것


이로 인해 미도리가 돈에 눈이 멀어 약혼자를 배신했다는 루머가 엄청나게 확산이 되고


하루아침에 전도유망하던 아들 스가를 잃은 오노데라의 할머니 또한, 한때 예비 며느리로 여겼던 미도리를 죽을 때까지 저주하고 또 증오하게 됨


그리고 이 증오는, 할머니를 부모로 여기며 자라난 스가와 미도리의 아들 오노데라에게 그대로 전염됨





"그때부터 난 결심했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 더러운 '나비 저택'을
내 손으로 말살시켜 버리리라... 내 아버지로부터 빼앗은 연구에
안주하여 살아가는 그놈의 요괴 할아범과, 그 할아범의 재산 때문에 아버지와 날 배신한 당신을...!!"



과거에는 인자하고 온후한 할머니가 왜 그렇게 어머니 얘기만 꺼내면 불같이 화를 내는지 몰랐던 오노데라


그러다 할머니가 죽고, 생계를 위해 다른 가문에 양자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아버지 스가가 남긴 유서를 접하게 되고


부분적이지만 어쨌거나 진상을 알게 된 오노데라의 마음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똑같은 증오와 분노로 불타오르게 됨


오노데라에게 있어 어머니는 자신을 버린 것도 모자라 예비 남편을 죽게 한 남자와 정분이 나버린 천하의 악녀였고


심지어 그 와중에 새로운 딸까지 세 명이나 얻어 호의호식하고 있는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년이었기 때문


그래서 오노데라는 스가와 미도리의 친자식이라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감춘 채 마다라메 가문 속으로 숨어들어갔고


마다라메 가문 장녀의 약혼자까지 되어가면서 은밀하게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됨


 




마다라메 시몬과 미도리 사이에서 태어난 세 딸


이 중 루리타데하는 복수를 계획한 오노데라의 손에 무참히 살해를 당한다


오노데라는 나머지 딸 아게하와 친어머니 미도리까지도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해버리려고 했지만


하필 이 시점에서 김전일에게 정체를 들키는 바람에 무산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건에는 오노데라가 전혀 모르던 부분이 있었다


사실 미도리는 약혼자인 스가를 배신했던 적이 없었고


마다라메 시몬이 남몰래 스가의 연구를 훔쳐낸 루트는 전혀 다른 쪽이었기 때문


이를 눈치챈 미도리는 복수를 위해 시몬의 아내가 되기를 자처, 부유한 마다라메 가문의 일부로 들어갔고


당시 일본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던 인공 수정 기술을 응용, 죽은 약혼자 스가의 정액을 자궁에 착상시켜 세 명의 딸을 얻는다


즉, 위에 나온 세 딸은 사실은 시몬의 친딸이 아닌, 인공 수정 기술로 태어난 죽은 스가의 친딸이었던 것


그리고 미도리는 차후 시몬이 병이나 노환으로 죽게 되었을 때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 나름의 복수를 하려고 했었다


네가 친딸처럼 기르고, 재산까지 전부 물려준 딸들은 사실 네 딸이 아니라 스가의 딸이라는 진실을 알려줘서 말이다


하지만 이를 미처 몰랐던 오노데라는 자신의 손으로 친동생들을 죽여버리는 비극을 일으키게 되고


마침내 김전일의 추리로 모든 게 밝혀지자, 그는 제 손으로 친동생들을 살해했다는 절망감에 빠져 활활 불타는 저택 속에서 탈출하지 않고 자살을 해버리며


미도리 또한 그간 아들과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죄하면서 함께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까 내가 했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이 에피소드의 피해자 중 전혀 동정이 가지 않는 인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게 바로 오노데라의 어머니이자 시몬의 아내인 미도리이다


왜 그녀가 전혀 동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이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어쨌거나 아들인 오노데라를 버렸다는 점만큼은 철저한 팩트이기 때문



비록 나름의 복수를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미도리는 친아들 오노데라를 할머니에게 덤핑해버린 채 그대로 떠나버렸고


심지어 그 후 단 한 번도 아들을 만나러 오지 않은 채 철저히 시몬의 아내로써 살아갔다


오죽하면 나이가 들 때까지 오노데라는 자기 친엄마의 얼굴은커녕 그 존재조차 제대로 몰랐을 정도


그가 알 수 있는 건, 오직 친부모처럼 여긴 인자한 할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만은 극렬히 증오한다는 사실뿐이었고


나이가 들어서 추가로 알게 된 것은, 자길 버리고 사라진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게 한 철천지원수 금태양의 아내가 된 것도 모자라


아들인 자기를 깨끗이 잊고 금태양과의 사이에서 세 딸을 낳아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분통이 터질 소식이었다


게다가 이 오해를 갖고 오노데라를 탓할 수도 없는 게, 솔직히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하는 게 너무 당연했다


막말로 친모라는 인간이, 애를 낳아 놓고는 단 1번이라도 찾아온 적이 있었던가?


물론 분노한 할머니가 중간에서 만남을 가로막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작중 묘사를 보면 미도리는 그걸 넘어서 정말로 오노데라를 1번도 찾지 않았다


철저한 복수를 위해 한 연기였다고 해도, 사랑하는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만 셈이다



만약 미도리가 정말로 아들에게 애정이 있었다면, 최소한 복수를 한답시고 그런 식으로 처신을 해서는 안 되었다


신분을 숨긴 채 한두 번이나마 아들을 만나러 오기만 했어도 오노데라는 어머니가 아직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테고


하다못해 예비 시어머니였던 오노데라의 할머니에게만큼은 진실을 귀띔해줘서 추가적인 오해를 막아야 했다


그랬다면 오노데라의 할머니는 한평생 아들이 예비 며느리에게 배신을 당해 억울하게 죽었다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죽어갈 필요도 없었고


손자인 오노데라에게 친어머니를 향한 삐뚤어진 증오심을 주입할 까닭도 없어질 것이었기 때문


하지만 묘사에 따르면, 미도리는 그저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지레짐작만 가지고 해명을 포기했고


그 결과 온갖 연쇄 작용이 나비 효과처럼 폭발하면서 본인이 계획해온 복수극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한편


스가와 자신의 아들이, 스가와 자신의 딸들을 금태양의 딸인 줄 알고 참혹하게 죽여버리는 비극까지 유발하고 말았다


실제로 작중에서도 미도리는 이 부분에 한해 자신의 책임을 100% 인정한다


'내가 진실을 알려주지 않아 아들이 이런 끔찍한 짓을 벌였다'는 대사를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물론 진정 사랑했던 남자의 복수를 위해 증오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어 인공 수정까지 한 미도리의 집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전일 애독자로서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정말 그 방법밖에 없었나?'라는 제일 근본적인 질문이다


죽은 약혼자의 복수라는 게, 정작 그 약혼자의 친아들을 부모 없는 고아가 되도록 내버리고 혼자 상처 받게 놔둘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나?


김전일 사건의 피해자로써 억울한 측면이 있는 건 알겠지만, 솔직히 그녀에 대해 내릴 수 있는 평가는 단 하나뿐이다


복수를 위해 진정 돌봐줬어야 할 아들을 내버린, 어머니로써는 정말 최악을 달리는 인물이라고


흑사접 살인 사건에서 딸들이 그리 무참하게 살해를 당한 건 전부 미도리 본인의 자업자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