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그리스 신화 잡소리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 갓오브워 시리즈의 주인공 크레토스는 신의 혈통을 타고난 반신이 아레스를 살해하고 전쟁의 신격을 찬탈하여 2대 전쟁의 신이 된 인물임


그리고 게임 제작진들이 완벽히 창작해낸 존재인 만큼 원전 신화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지


그러니 이 그리스 신화 잡소리에서 크레토스 일대기를 읊어보라고 해봐야 그건 내가 아는 게 아니라 게임 스토리를 싹싹 핥아먹은 할배들이 잘 아는 거임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는 크레토스(Kratos)가 존재하기는 함


너무 인지도가 없어서 게임 제작진도 이름 만들고 나서야 그 존재를 깨달았지만,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의 계보를 정리해보면 그 이름을 가진 존재가 하나 있거든, 그것도 계보의 상당히 위쪽에


권력의 신 크라토스(Kratos)




제우스가 크로노스 배때지에 구토약을 쑤셔박아서 형제들을 구해낸 뒤 크로노스의 세력과 전면전을 벌이게 된 티타노마키아에서, 티탄 신족들은 선택을 해야 했음


크로노스의 소집에 응해서 찬탈자들을 박살내느냐, 신흥 세력인 올림포스를 지원해서 새 세력에 줄을 잘 서느냐


대다수의 티탄들은 그들의 왕인 크로노스를 지지했지만, 중립을 지킨 오케아노스나 자식들을 지원한 레아처럼 올림포스와 합류한 티탄들도 있었음


대표적으로 질서와 율법의 티탄 여신 테미스의 경우 가지고 있던 예지력으로 올림포스의 승리라는 운명을 확인한 뒤 프로메테우스 등의 아들들을 파견해 제우스를 돕게 하였고


오케아노스의 딸이자 저승의 강의 여신인 스틱스는 아예 자식들을 데리고 몸소 참전해서 아테나가 남편 팔라스의 가죽을 벗겨버리는 걸 돕기까지 한 끝에 최고 수훈자로 인정받아 깨트릴 수 없는 맹세의 보증인이 되는 영예를 얻게 됨




이때 스틱스와 함께 참전한 네 명의 자식들 중 크라토스가 있었음


뭔가 맹세같은 걸 할 때마다 언급되는 어머니 스틱스나 승리의 여신으로서 아테나의 곁을 보좌하며 무수한 편파판정 시비를 불러일으킨 여동생 니케와 달리 크라토스는 얘가 있었는지도 헷갈릴 정도로 존재감이 옅은 편임


이런 크라토스가 유일하게 등장한 장면은 바로 제우스를 거스르고 인간들에게 불을 전달한 프로메테우스를 체포할 때


여동생인 폭력의 여신 비아와 함께 프로메테우스를 붙잡은 크라토스는 죄인을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묶고 독수리가 간을 파먹는 것을 감독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는 권력과 폭력이 한데 만나서 생긴 폭압적인 독재를 상징하는 장면임




이런 식으로 어디에 나오는 일이 없으니 갓오브워의 제작진들도 현대 그리스어에서 '힘'이라는 뜻을 가진 Kratos를 주인공 이름으로 정한 뒤에야 고대 그리스어 Kratos에는 권력, 지배, 통치라는 뜻도 있었고 그 이름의 신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