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그리스 신화 잡소리

그리스 신화의 대표 미남신 중 하나로 꼽히는 아폴론, 그는 그남충 투성이인 그리스 신화의 신들 가운데에서 아레스와 함께 몇 안되는 순애주의자임


옆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남녀노소 다 따먹고 다니는 아빠랑 꼴리면 분위기 조까고 겁탈부터 조지는 삼촌이 있는데 어떻게 멀쩡히 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순애를 좋아했던 아폴론은 다프네의 경우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강간을 시도하지 않고 시종일관 달달한 연인 관계만을 추구했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른생활 사나이의 연애운은 썩 좋은 편이 아니...아니 그냥 최악이었음




아폴론의 연애는 혹자가 분석하기를 '얘가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신이라서 감성이 이빠이 들어간 사랑은 좋게 끝날 수가 없다'라고 할 정도로 그 결과가 영 좋지 못하게 끝남


대충 16번의 연애 시도 중에 행복하게 결말을 맺거나 평화롭게 헤어진 게 딱 2번밖에 없을 정도로, 나머지는 아예 시작하기도 전에 차이거나 사귀다가 통수를 맞거나 여자가 양다리를 걸쳤거나 해서 파탄이 나버림


대표적인 예시가 아폴론한테서 예언 능력 먹튀한 카산드라




오늘의 이야기는 순애를 좋아하는데 잘 하지는 못하는 가엾은 아폴론이 트라키스의 왕족인 키오네와 연애를 한 것에서 시작됨


아폴론은 키오네와 사귀는 사이 키오네만을 바라보며 달달한 연애 생활을 했는데 키오네는 아폴론 몰래 헤르메스와도 사귀고 있었고, 결국 이틀 사이에 서로 다른 상대와 연달아서 야스를 해서 두 신의 아이를 하나씩, 쌍둥이로 임신함


아폴론의 아들 필라몬과 헤르메스의 아들 아우톨리코스를 낳게 된 키오네는 자신이 두 신의 사랑을 동시에 받아 아들들을 낳게 된 것에 기고만장했고, 스스로가 아르테미스 여신보다 아름다운 게 분명하다고 자뻑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이 원시고대 패미니스트가 자기보다 예쁘다고 자랑질하고 다니는 인간 여인을 가만히 냅두는 꼴을 본 적이 없지


그렇게 키오네는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맞고 끔살당했고, 키오네의 아버지였던 다이달리온은 절망해서 자살하려다가 연인의 아버지를 살리고자 한 아폴론의 마법으로 독수리로 변신하게 됨




그 시기 트라키스의 왕은 금성의 신 에오스포로스의 아들이자 다이달리온의 형인 케윅스였음


헤라클레스의 전우이자 친한 친구로, 헤라클레스 사후 미케네의 에우리스테우스 왕으로부터 헤라클레스의 후손을 보호하고 아테네로 피난시켜 준 케윅스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딸 알키오네와 결혼하여 금슬 좋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조카 키오네가 개복치마냥 엑윽하더니 돌연사하고, 동생 다이달리온이 집에 독수리 깃털 몇 개만 남기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더니 왕실 가축들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등 온갖 괴이한 사건이 터지는 거임


우리야 이미 키오네는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죽었고, 다이달리온은 자살하려다가 아폴론이 독수리로 변신시켜준 거라는 걸 알지만 신들이 어디 동네방네 소문내면서 행동하던가?


영문모를 사건들에 트라키스의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집값이 폭락해서 정부 지지율이 낮아지자 신들한테 저주라도 받았나 싶었던 케윅스는 아폴론에게 신탁 한 번 받아보러 이오니아 지역의 클라로스로 항해를 떠남




하지만 케윅스는 클라로스에 도착하지 못한 채 죽게 됨


과거에 알키오네와의 부부생활이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자기 부부의 금슬이 제우스와 헤라처럼 아름답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제우스가 그 말에 긁혀버린 거


그래서 제우스는 아이올로스를 시켜 항해 중이던 케윅스에게 폭풍이 몰아치게 만들었고, 배가 난파되자 물에 빠진 케윅스에게 번개를 날려 죽여버림




한편 알키오네는 매일같이 헤라 신전에서 케윅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이걸 본 헤라는 딜레마에 빠짐


부부 금슬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가정의 여신으로서는 소원을 백번이라도 들어주고 싶은데, 그런데 케윅스는 이미 불경죄로 벼락 맞고 가루가 돼서 되살려줄 수가 없는 노릇이거든


그래서 계속 고민하던 헤라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 남편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줘야겠어서 꿈의 신 모르페우스를 보내 알키오네에게 케윅스의 죽음을 알리게 함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 알키오네는 그날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웠고, 다음날 바닷가에 나간 왕비는 왕의 주검이 파도에 밀려서 해안가로 떠밀려온 것을 보게 됨


절망한 알키오네는 남편과 함께하고자 시녀들을 뿌리치고 절벽 위로 올라가 몸을 던졌고, 이때 이것이 안타까웠던 헤라가 알키오네를 물총새로 변신시킴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소생의 힘을 부여해줌


물총새가 된 알키오네는 남편의 시신에 마지막 작별인사로 입맞춤을 했고, 이때 헤라가 편법까지 써가며 알키오네에게 부여해준 소생의 힘 덕분에 케윅스가 되살아나 알키오네처럼 물총새로 변하게 됨




그렇게 다시 하나가 된 부부는 물가에 둥지를 차리고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고, 제우스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사위를 죽게 만들어야 했던 아이올로스는 미안한 마음에 알키오네가 알을 품는 겨울철이 되면 바람을 잠재워 둥지를 지켜주었다고 함


양다리 순?애 커플의 나비효과로 찐순애 커플이 새가 돼버린 이 이야기를 기원으로 해서 물총새의 이름이 알키오네의 이름을 딴 halcyon이 되었다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