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어드벤처 시리즈의 이미나


디지몬 어드벤처 방영 당시 미나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미나의 외모 때문에 입덕하게 된 경우도 있겠지만 항상 "힝 나 하기 싫어" "엄마 보고 싶어ㅠㅠ"하며 떼쓰고 우는 모습 때문에 '아 저 새끼 존나 찡찡대네'라며 싫어했을 것이다.


특히 리키나 나리처럼 미나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떼쓰지 않고 묵묵히 모험을 하는 걸 보면 더욱 미나가 아니꼽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25화에서 왕개굴몬의 성에서 지낼 때 이전까지 자기를 잘 챙겨주던 석이와 태일이가 어서 다른 친구들 찾아보자고 할 때 자기는 이 성에 눌러살겠다고 하며 태일이 일행을 감옥에 가두는 만행을 저지르는 장면 때문에 비호감 이미지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작중 미나의 모습들은 그 나이대 어린아이에 걸맞은 행동들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드벤처 시점에서의 미나는 고작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는 점을 제쳐두더라도 미나의 상황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먼저 성장배경을 보면 선택받은 아이들은 하나씩 가정 문제를 갖고 있는데


태일&나리 남매는 각각 아픈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과거 여동생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는 트라우마 & 아픈 자신 때문에 주변인을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몸이 약해서 오빠에게 자주 의지하는 마음이란 문제를 가졌고


매튜&리키 형제는 부모님이 이혼한 것과(그래서 매튜는 아빠랑 리키는 엄마랑 사는 상태) 항상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부모님, 그리고 (매튜의 경우)그로 인해 동생을 잘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리키의 경우)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혼자 이겨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란 고민을 가졌고


소라와 정석은 진로 갈등이라는 고민이 있고(소라는 엄마와 자신의 진로가 맞지 않고 그로 인해 엄마의 애정을 강박이라고 느끼고, 정석은 의사 집안의 막내아들이란 배경에서 자신도 꼭 의사의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중.)


특히 한솔이는 어릴 때 자기가 고아인 데다 친부모는 모두 사고로 죽었고 자신의 현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라 양부모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가정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더 슬픈 건 한솔의 양부모도 원래는 아들이 있었으나 몸이 너무 약해서 아기일 때 세상을 떠났다고 나옴.),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선택받은 아이들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숙한 행동을 보이는 편이다.


반대로 미나의 경우, 부모님이 10년 이상 신혼모드 유지+유복한 집안(파워디지몬 시점에선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을 정도면 안 봐도 비디오)+집안에서 사랑받는 외동딸+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미소녀인 만큼 별다른 가정 문제를 갖지 않은 데다 부모님 역시 상당한 딸바보+어리광쟁이(특히 미나의 엄마)라는 성격 때문에 그 나이대다운 모습을 보였던 편이다.


또한 처음 디지몬 세계에 떨어져서 보이던 반응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 기절했다가 눈을 떠 보니 어딜 봐도 같이 캠프를 온 친구와 아는 오빠들(+다른 학교에서 온 아는 오빠의 동생), 아는 언니 빼곤 사람은 도저히 안 보이고 온갖 괴생명체들만 가득한 데다 한 생명체는 자신을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하며 기뻐하는데(상식적으로 어느 괴생명체가 나를 보고 "이야 윾붕아 난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어 너무 반가워"라고 말한다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다른 생명체는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죽일듯이 달려드는 상황에서(심지어 무기로 쓸만한 물건도 없는 상황) 침착하게 대응하면 그거대로 이상하다.




그리고 중반에 태일이 일행과 개굴몬에게 거만하게 굴었던 것도 작중 미나의 상황을 자세히 따져보면 그럴 만도 했던 것이 에테몬과의 전투 이후 상황을 미나의 입장에서 보면


에테몬과의 전투 이후 일행의 구심점인 태일이 오빠는 실종 상태 → 나머지 오빠들과 소라 언니, 한솔이, 리키는 태일이를 찾으러 갈지 아니면 이대로 모험을 계속할지 갈등하는 상황 → 결국 이로 인해 오빠들과 소라 언니, 한솔이, 리키는 각자 다른 길로 가는 상황(피코데블몬 분탕질은 덤) → 디지몬 세계에 자기 보호해 줄 사람은 1명도 없이 혼자 남아버린 데다 이미 에테몬이란 사악한 완전체 디지몬이 나온 이상 어떤 사악하고 강한 디지몬이 나올지 모를 뿐더러 문장 각성도 안 된 상태라 완전체 진화는 꿈도 못 꿈(릴리몬으로 진화가 가능해지는 건 나중에 현실세계 도착한 다음의 일) → 결국 하는 수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성에 도착함 → 근데 여기 성의 디지몬들은 나를 자기네 임금님을 깨워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자아이라며 숭배하네? → 그러고 보니 난 지금 혼자인 데다 집도 밥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중일 뿐더러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없잖아? → 게다가 내가 막상 얘네 임금님을 깨우면 날 쓸모없다고 버리겠지? → 그러니 여기서 최대한 눌러 살아야겠다

이런 상황이었다 보니 태일이 일행과 개굴몬들에게 거만하게 굴었던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이는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로, 심신이 건강한 성인들도 미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렇게 행동할 확률이 높은데, 하물며 초 4밖에 안 된 미나가 이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을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자기 잘못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거만하게 굴었던 태일이 일행과 개굴몬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서 좋게 끝난다.




또한 여기선 대부분 미나가 어리광쟁이가 된 이유만 말하고 있지만 사실 미나는 꼭 어리광만 부린 것도 아닌 것이


작중 태일이 만용을 부려서 그레이몬을 스컬그레이몬으로 잘못 진화시켜서 의도치 않게 사고를 쳐서 풀이 죽은 상태에서도 태일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지나간 일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부상당한 우가몬을 봤을 땐 오히려 도와주자고 하는 등(더군다나 우가몬의 난폭한 성격과 데블몬의 부하로 있으면서 자신들을 괴롭힌 전과를 생각하면 도와줄 생각은 할 수도 없었음) 마냥 어린 모습만이 아닌 나름대로 의젓한 모습도 보여줬다.




어쩌면 미나야말로 가장 그 나이대 어린이다운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