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화

어느 날, 아르고스 근처를 지나던 포세이돈은 웬 젊은 처녀가 사티로스(상반신은 사람인데 하반신이 24시간 풀발기한 염소인 종족)에게 쫓겨다니는 모습을 보게 됨


포세이돈은 가련한 아가씨를 붙잡아 강간하려고 드는 나쁜 사티로스를 쫓아낸 뒤 한숨 돌린 아가씨에게 자초지종을 들었지




여인은 자신이 아르고스의 공주인 아미모네인데, 아르고스 인근에 물을 구할 곳이 없어서 수원지를 탐색하러 탐사대를 이끌고 나왔다가 사티로스들에게 습격당했다고 말함


그 말을 들은 포세이돈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고, 아미모네는 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구해준 보답으로 포세이돈의 암컷이 되겠다고 선언했지




그렇게 잠시 둘이 숲속에서 주종관계를 확립하는 떡방아를 찧으며 R-18 장면이 잠시 지나간 뒤


기분이 좋아진 포세이돈은 아미모네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음, 얘 습관이 강간이든 순애든 야스 파트너한테 소원 하나씩 들어주는 거거든


아미모네는 자기 나라를 위해 아르고스 사람들이 물을 쉽게 길을 수원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포세이돈은 그 자리에서 지하수가 뿜어져나오는 연못을 하나 만들어준 뒤 '아미모네의 샘'이라고 이름을 붙였음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스 신화답지 않게 순애 가득하고 훈훈한 이야기같지?


사실 훈훈한 순애 이야기는 맞음, 아르고스에 수원지가 없어서 아미모네가 고생한 이유가 전적으로 포세이돈 책임이라는 것만 빼면




아미모네는 이집트에서 아르고스로 온 다나오스의 50명의 딸들 중 하나이고, 다나오스는 암소로 변신해 이집트로 가게 된 아르고스의 공주 이오의 후손임


그런데 그 이오의 아버지인 강의 신 이나코스가 아르고스를 처음 건립했을 때 누가 아르고스의 수호신이 될 것인지를 두고 두 신이 맞붙게 된 일이 있었지




바로 헤라와 포세이돈


이들은 누가 아르고스의 수호신을 맡을 것인지를 이나코스와 다른 두 강의 신들에게 판결하도록 했고, 세 강의 신들은 만장일치로 헤라마망이 수호신이 되어 달라고 했음




전에 아테네 수호신 자리 경합할 때도 병신같이 소금물 준다고 했다가 올리브나무 제시한 아테나한테 털렸던 포세이돈은 이번에도 자리 뺏기니까 매우 심기가 불편해졌음


그래서 아예 해일을 일으켜서 아르고스를 휩쓸어버리려고 했지


하지만 헤라가 도시 수몰시키면 '경쟁 졌다고 도시째로 엎어버리는 개 치졸한 새끼'라고 온 그리스에 소문낸다고 협박해서 그러지는 못했고


대신 아르고스를 흐르는 세 강(이나코스, 케페소스, 아스테리온)에 물이 흐르지 못하게 싹 말려버렸음




그러니까 애초에 아미모네가 수원지 찾으려고 그 멀리까지 탐사 나왔다가 하반신풀발기염소랑 잡히면질내사정레이스 하면서 개고생한 게 전부 포세이돈 때문이었다 이런 얘깁니다


책임 안 지는 건 역시 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