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5년에 집필된 월인석보 기준
世宗御製訓民正音 / 세종어제훈민정음
製(제)는 글 짓는다는 것이니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으신 글이다. 訓(훈)은 가르침이요, 民(민)은 백성이요, 音(음)은 소리니 訓民正音(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시는 바른 소리다.
國之語音이 / 국지어음이
國(국)은 나라다. 之(지)는 어조사다. 語(어)는 말이다.
나라의 말이
異乎中國하여 / 이호중국하여
異(이)는 다름이다. 乎(호)는 아무 거기에 라는 어조사로 쓰는 글자다. 中國(중국)은 황제 계신 나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부르는 말로 강남이라고 한다.
중국과 달라
與文字로 不相流通하니 / 여문자로 불상류통하니
與(여)는 이와 저라는 어조사다. 文(문)은 글이다. 不(불)은 아니한다는 뜻이다. 相(상)은 서로라는 뜻이다. 流通(유통)은 흘러 사무침이다(통한다는 뜻이다).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故로 愚民이 有所欲言하여도 / 고로 우민이 유소욕언하여도
故(고)는 까닭이다. 愚(우)는 어리석다는 뜻이다. 有(유)는 있다는 것이다. 所(소)는 바이다. 欲(욕)은 하고자 함이다. 言(언)은 말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호소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而終不得伸其情者가 多矣다 / 이종불득신기정자가 다의다
而(이)는 어조사다. 終(종)은 마치는 것이다. 得(득)은 얻는다는 뜻이다. 伸(신)은 편다는 것이다. 其(기)는 자기이다. 정은 뜻이다. 者(자)는 사람이다. 多(다)는 많다는 뜻이다. 矣(의)는 말 맺는 어조사다.
결국 자기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予爲此憫然하여 / 여위차민연하여
予(여)는 내가 하신다는 뜻이다. 此(차)는 이것이다. 憫然(민연)은 딱하게 여기신다는 뜻이다.
내가 이를 위하여 딱하게 여겨
新制二十八字하니 / 신제이십팔자하니
新(신)은 새롭다는 뜻이다. 制(제)는 만든다는 것이다. 二十八(이십팔)은 스물여덟이다.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欲使人人으로 易習하여 便於日用耳니라 / 욕사인인으로 이습하여 편어일용이니라
使(사)는 하여금이란 말이다. 人(인)은 사람이다. 易(이)는 쉽다는 뜻이다. 習(습)은 익힌다는 뜻이다. 便(편)은 편안한 것이다. 於(어)는 아무 거기에라는 어조사다. 日(일)은 날이다. 用(용)은 쓴다는 것이다. 耳(이)는 따름이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 편하게 할 따름이니라
이 뒤부터는 'ㄱ은 아음이니 여군자 초발성하니 병서하면 여규자 초발성하니라', 'ㄱ은 어금닛소리니 군자의 처음 펴나는 소리(초성)과 같고 같이 쓰자면 규의 초성과도 같다' 식으로 각 문자의 발음을 설명하고 있음.
세종 때 만들어진 훈민정음 원본은 해례본이고 전체가 한문으로 되어 있음. 그리고 이걸 한글로 번역한 게 언해본임.
훈민정음 언해는 전체가 이런 식으로 한문-협주-한글해설과 같은 식으로 되어 있음
제자 원리, 발성 방법까지 다 나와있는 해례본과 달리 언해본은 사용 방법 정도만 간단히 가르쳐주기 때문에 이런 정보가 많이 빠져 있음. 특히 언해본은 해례본과 달리 모음의 발음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아(무슨 자의 중성이다 식으로만 적혀 있음) 주시경때까지만 해도 아래아가 이중모음일거라 잘못 추측했었음.
잘 모르는 사실인데 훈민정음 언해는 사실 단독으로 나온 책이 아니라 월인석보라는 불경 맨 앞에 묶여 있음
월인석보는 한국사에서 왕이 직접 집필·간행한 처음이자 마지막 불경이며 한글로 석가모니의 생애를 적기 위해 집필됨
한글로 쓴 책인데 그냥 주면 뭔지 모르니까 한글 이거 어떻게 쓰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거 아님 ㅋㅋㅋㅋ
쉽게 말해 훈민정음 언해는 그냥 한글만 보급하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불경 읽으라고 만들어진 책임
조선이 숭유억불국가라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 왕이었던 세조가 불교빠라 가능했던 일
참고로 세종대왕도 세조가 쓴 석보상절을 본 후 월인천강지곡이라는 불교찬가를 쓴 적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