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엘리스 지역의 강의 신 알페이오스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결혼하고 싶어졌음
그래서 알페이오스는 친한 사촌동생 포세이돈의 주선으로 아르테미스를 만나서 청혼했어
하지만 3살 때 순결 맹세를 한 극렬 비!혼주의자가 처녀의 수호신 지위까지 버려가면서 순순히 결혼을 받아들일 리가 있나
그렇게 한참 어린 조카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알페이오스였지만 근성있는 그남충은 청혼 한 번 까인 것 따위로는 포기하지 않았음
대신 그는 설득력이 부족하면 물리력을 사용하면 된다는 생활의 지혜에 따라 아르테미스를 납치하기로 마음먹었지
일단 납치해서 잘 포박해 가둬놓고 쾌락조교로 암컷타락시키면서 임신하게 만들어놓기까지 하면 아르테미스가 자기와 결혼하지 않고 못 배길 거라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하고 말법적인 계획이었음
이 계획에 따라 알페이오스는 마침 자기가 사는 엘리스 지방에서 사냥하고 있던 아르테미스가 무방비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림
아르테미스는 12주신 치고는 꽤 약한 편이라서 활이 없고 마법의 매개물로 쓸 샘물이 없으면 그냥 몸 튼튼한 님프와 다를 게 없는 연약한 신체 스펙의 소유자였거든
그리고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사냥을 마무리한 아르테미스가 여사냥꾼들과 함께 엘리스의 숲 속에서 사냥한 동물들과 술로 연회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알페이오스에게 기회가 찾아옴
사냥의 여신이 활을 멀리 치워두었고, 근처에 마법을 쓰기 위한 샘물도 없어서 습격에 완전히 무력하단 걸 확인한 알페이오스는 아르테미스 납치작전을 결행하려고 연회장에 숨어들어갔음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으니
아르테미스는 달빛의 여신이기도 해서 달빛이 닿는 모든 걸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었다는 거
아르테미스는 이미 알페이오스가 자신을 납치하려고 숨어든 걸 알아챘지만, 알페이오스의 뒷배가 포세이돈인지라 함부로 활을 쏴제끼기엔 껄끄러워서 공격하지 않은 것 뿐이었지
그래서 대신 연회를 즐기던 사냥꾼들과 함께 얼굴에 진흙을 발라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게 만들고는 자신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알페이오스를 실컷 비웃었음
야심찬 아르테미스 납치감금강간세뇌조교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조카뻘 여신에게 비웃음까지 당한 알페이오스는 너무 분했음
그래서 강의 신은 아르테미스 대신 여신의 시녀를 맡은 20명의 나이아드(물의 님프) 중 막내인 아레투사를 납치하기로 했어, 여신 본인보다 훨씬 만만하고 잡기 쉬우니까
물로 변신해서 도망가던 아레투사는 추격전 끝에 알페이오스의 강물에 포박되어 붙들리는 위기를 겪었지만 시녀의 기도를 들은 아르테미스가 저승을 통과하는 통로를 열어줘서 간신히 시칠리아까지 도망갈 수 있었음
완전히 알페이오스의 추격을 따돌린 줄 알았던 그녀는 안도하고 시칠리아의 오르티기아 섬에 새로운 샘물을 만들었지
하지만 알페이오스는 근성있는 그남충답게 무려 해저 밑바닥을 돌파해서 기어이 시칠리아까지 쫓아와 아레투사를 납치감금하는데 성공했음
그 뒤는 뭐 끝없는 쾌락세뇌조교를 견디다 꺾이고 만 아레투사가 알페이오스에게 암컷타락 굴복선언을 하는 것이었고
아르테미스는 제우스가 배정해준 80명의 시녀들 중 막내여서 특히 아끼던 아레투사를 납치해간 알페이오스에게 깊은 앙심을 품었고, 강의 신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음
하지만 상술했듯이 알페이오스의 뒷배가 포세이돈이라 무력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기에 여신의 복수는 간접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했지
그래서 아르테미스는 훗날 헤라클레스가 엘리스의 왕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하는 과업을 수행할 때, 은근슬쩍 알페이오스의 강물을 끌어다가 물로 쓸어내버리라고 귀띔해 줬다고 함
아레투사를 따먹던 알페이오스는 그렇게 느닷없는 쇠똥벼락에 한참 고생해야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