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르테미스에게는 극단적인 남성혐오에 자신의 추종자가 처녀를 잃으면 무조건 죽인다는 잔인한 이미지가 있음
칼리스토가 제우스에게 겁탈당한 뒤 임신했을 때 해명도 듣지 않고 활로 쏴죽이려고 한다거나 그런 일화들이 널리 퍼져서 더 그런 면이 있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아르테미스는 성깔 때문에 자주 욱한다는 문제만 빼면 그리스 신들 사이에서는 꽤 괜찮은 인성의 소유자에 속한대
남성혐오자라는 인식과 달리 아르테미스는 자신에게 순결을 맹세하고 그걸 지키기만 한다면 남성이라도 자신의 추종자는 물론 측근으로까지 받아들였음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가 대표적인 예시
그 외에도 에페소스 출신으로 같은 고향을 둔 로도피스와 함께 여신의 총애를 받은 에우티니코스라던지
트로이 전쟁 참전 전까지 여신의 사냥꾼에 이름을 올리고 여신에게 직접 활을 배운 스카만드리우스
여신에 대한 충성도가 너무 높았던 나머지 포세이돈보다 아르테미스가 더 강하다는 망언을 해서 긁힌 바다의 신이 국지성 해일을 일으켜 죽여버린 아마린토스도 있음
거기다가 처녀를 잃은 추종자는 무조건 죽여버린다는 잔인한 이미지와 달리, 추종자들이 결혼하겠다고 정식으로 부탁하면 흔쾌히 순결 서약에 의한 예속도 풀어주고 가끔 결혼 선물까지 쥐어줘서 보내기도 했지
아프로디테의 언질이 있었다지만 신혼 초야도 못 치른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선물을 세 가지나 쥐어주고 보낸 프로크리스
그리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아르테미스의 사냥꾼을 그만두고 시시포스의 첩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안티클레이아(훗날 오디세우스의 어머니) 등
압권으로는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딸이자 아르테미스의 사냥꾼이었던 베로에는 포세이돈과 디오니소스의 청혼을 동시에 받고 두 신이 경쟁하게 되었을 때가 있음
이때 아프로디테는 딸이 두 신 중 하나에게 납치당하게 될 것을 걱정했는데, 그걸 본 아르테미스가 로도피스의 일로 서먹했던 아프로디테의 일인데도 아직 자기 추종자라고 발벗고 나서서 베로에를 호위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진짜 아르테미스가 언뜻 보면 인성 쓰레기인 것 같지만 신화를 잘 뜯어보면 은근히 착한 편에 속한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