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로,

본명은 묵적이다.


그는 겸애를 추구하며, 평화의 수단으로 '방어법'을 내세웠다.


쉽게말해 공격을 해 오는 쪽보다 수비하는것이 더 유리하니,

뛰어난 방어술로 공격을 막아내거나,

공격하는쪽이 이기더라도 이겨서 얻는 것 보다 더 큰 피해를 받게 된다면

결국 공격하는쪽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리하여 큰 세력에 기댈 필요가 없어지며, 나라가 수천 수만개의 작은 나라로,

각 가족과 마을의 단계까지 쪼개지고 쪼개지고 쪼개지면 

싸울일이 없어지니 평화가 온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묵자와 묵가의 사람들(묵자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방어자들의 편에 섰고,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미리 전쟁을 막기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런 묵자가 어느날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공수반이라는 사람이 운제계라는 병기를 만들어 초나라 왕에게 바치고

이를 이용하면 송나라를 쉽게 함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초나라는 송나라보다 10배는 큰 나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이에 묵자는 공수반을 찾아가 물었다.

"북쪽에 내 원수가 하나 있는데, 그대가 나를 위해 그 이를 죽여줄 수 있겠소?"


이에 공수반은 매우 불쾌해하며,

"나는 의로움을 중히 여기어,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소."


이에 묵자가 묻길,

"그대가 의로움을 중히 여기어 사람한명도 죽여주지 못하는데, 어찌 죄 없는 송나라 사람들은 죽이려 하시오?"


이에 할 말이 없어진 공수반은 묵자를 초나라 왕의 앞으로 데려갔고,

그 자리에서 묵자는 초왕에게 물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새 수레를 갖고 있으나, 이웃의 헌 수레를 훔치려 합니다.

비단옷을 입고 있으나, 이웃의 누더기를 훔치려 합니다.

기장과 고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웃의 겨와 지게미를 훔치려 합니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이에 초왕이 대답했다.

"필시 도벽이 있는 사람이겠지요."


묵자가 다시 말했다.

"초나라 땅은 사방이 오천리이나, 송나라는 오백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초나라는 물산이 풍부하나 송나라는 그저 가난한 나라입니다.

저는 지금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는것이 앞의 비유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들은 초나라 왕은 일단 묵자의 말을 인정했으나,

송나라를 공격할 뜻을 꺾으려 하진 않았다.

"옳은 말이오. 하지만 공수반이 나를 위해 운제계를 만들어 바쳤으니,

이것을 사용해 보지 않을 수는 없지않겠소?"


그러자 묵자가 말하길,


"그러면 외신이 지금 여기서 그 운제계를 통한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걸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묵자가 초나라 왕에게 나무토막들을 청하니,

초나라 왕은 흥미롭게 여겨 나무토막들을 묵자에게 가져다 주었다.

묵자는 이를 이용하여 공수반과 함께 아홉번에 걸친 모의전을 펼쳤고

아홉번의 모의전을 모두 막아냄으로써 운제계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였다.


이에 공수반이 화난 모습으로 말하길,

"제가 선생을 이길 방법이 아직 한 가지 남았는데, 지금 여기서 그걸 굳이 말하진 않겠습니다."


이에 묵자는 그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나도 그 방법을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초나라 왕은 그 방도가 궁금해져서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묻자,

묵자가 말했다.


"그 방법은,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죽이는 것입니다.

공수반의 운제계를 막을 사람이 사라지니, 송나라를 쉽게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제 제자 삼백명이 지금 송나라를 향해 가고 있으니, 설령 제가 죽는다 한들 송나라는 공격을 막아 낼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초나라 왕이 감탄하며 말하길

"그렇다면 송나라를 공격할 수는 없겠소."

하며, 송나라를 공격할 뜻을 꺾었다.


이리하여 초나라의 침공을 막아 낸 묵자는 돌아가던 중 송나라에 이르렀을때

큰 비를 만나 성루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려 했는데,

묵자의 남루한 꼴을 본 병사는 묵자를 쫓아내 버렸으나 묵자는 조금도 섭섭해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