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촬영 중...
미나스 티리스 공성전에서 아군들이 망할 것 같은 타이밍에 로한 기마병단 나오는게 이거 거의 하이라이트잖아? 힘 빡줘서 만들면 아카데미 상 다 쓸어버릴 수 있을듯. 가즈아아아아아!
안됩니다.
???? 왜??? 이게 이 영화 하이라이트라니까?
아니 하이라이트고 지랄이고 그 기병대한테 입힐 갑옷이랑 무기가 얼만줄 아세요? 사슬갑옷만 만들다 소품팀 다 뒤져나가는거 모르세요?(실제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300개가 넘는 갑옷은 소품팀이 일일히 수제작으로 만들었다...)
아니 그래도....그 장면 대충 찍으면 그 뽕맛이 안난다니까? 갑옷이랑 무기는 어떻게든 만들고 엑스트라라도 좀 모아보자
안됩니다.
또 왜
갑옷이랑 무기는 둘째치고 로한군 "기병대"죠?
ㅇㅇ그치?
그럼 말 타고 다녀야겠죠? 그것도 중기병이니까 말도 제대로 갑옷 입혀야겠죠?
ㅇㅇ 그치?
그럼 모든 엑스트라가 창이랑 갑옷 입고 다녀야되고 말도 탈 줄 알아야 되네요? 말 갑옷도 만들어야 하고요?
ㅇㅇ 그치?
차라리 스페이스 마린 데려다 촬영한다 하십쇼. 사람도 사람인데 말이 무슨 10연 가챠하면 나오는줄 아십니까?
그렇다. 기마돌격을 찍으려면 엑스트라 전부 기마 가능+단체로 있어도 놀라지 않고 컨트롤 잘되는 어느 정도 훈련받은 말+고증 맞춘 무기와 갑옷(사람 거 말 거 둘 다) 이 3개가 다 있어야 되는데 전부 엄청나게 비싸기도 하거니와 시간도 더럽게 잡아먹는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영화에서 스케일 큰 기마돌격 장면은 예산은 예산대로 잡아먹는데 찍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리턴이 큰 것도 아닌 계륵 중에서도 닭목급의 예산 잡아먹는 귀신이었다.
아씨... 진짜 어떡하지... 돈 진짜 겁나게 깨질 것 같은데 그냥 적당히 찍어야되나?
????: 똑똑 안녕하세요.
??? 누구세요?
여기 반지의 제왕 찍는 데 맞아요?
네 맞는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엑스트라 지원하러 왔는데요.
아 와주신 건 감사한데 지금 갑옷이랑 창이 조금 모자라서요... 조금 기다려주셔야 될것 같은데요?
이거요?
????그게 왜 있어요????
아 도끼가 아니라 창으로 가져와야 되나요? 창도 있긴 한데 고증에 안 맞아서...
아니 고증 문제가 아니라 도끼랑 갑옷이 왜 있으세요?
톨킨 작품 읽다보니까 꿀잼이길래ㅎㅎ 주문제작해서 왔는데요?
오 마침 모자랐는데 감사합니다ㅎㅎ. 그런데 진짜 문제는 말이라서요... 일단 훈련받은 말 구할때까진 그래도 기다리셔야...
말: 히이이잉
????????그건 또 왜 있어요?????????
제가 목장을 해서요 ㅎㅎ 기왕 찍을거면 제 말로 찍는게 잘 될것 같아서 ㅎㅎ
오 개꿀ㅎㅎ 그럼 일단 시급이랑 교통비 같은건 얼마로 해드리면 되나요?
필요없는데요?
????????????????????????
대신 간지나게 찍어주셈ㅎㅎ
톨키니스트는 아예 톨킨 작품을 가지고 연구해서 논문을 쓰거나 톨킨학이라는 학문까지 만들 정도의 하드씹덕들인데 영화에서 자기가 로한 기사단이 되서 사우론 군대에다 기마돌격까지 하게 해준다? 이건 못 참지ㅋㅋ. 실제로 고증 맞춰서 소품 준비해온 리인액터들은 기본이었고, 아예 자기 소유 목장에서 말을 끌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 덕에 예산이 엄청나게 절약되었고, 실력도 검증된 인력까지 거의 무료봉사 수준으로 쓸 수 있었다. 촬영 도중 2명이 낙마하는 사고가 있었는데(이 이전의 이야기가 참 웃긴 게 촬영진과 배우들 모두 "이거 찍다가 사고 나면 어떻게 하죠?"라며 묻자 피터 잭슨 감독은 그저 "행운을 빌어야죠"라며 답했다.), 감독이랑 스태프 모두 큰일 난 줄 알았지만 로한군 모두가 낙마한 사람을 피해서 돌격한 덕에 그 2명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이때 스태프들 전부 이 사람들이 진짜 로한군처럼 느껴졌다 한다. 아무튼 이런 노력 덕에 3억 달러도 안쓰고 영화 역사상 최고의 기마 돌격을 찍을 수 있었다. 스케일만 보면 20년 전 영환데도 요즘 영화에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역시 덕중의 덕은 양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