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의 개척자는 미국의 라이트 형제입니다.


이 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했던 해가 1903년이예요








겨우 10년이 조금 지나서 항공기는 벌써 병기로 데뷔합니다.


이런걸 보면 하여튼 새로운 발명품을 제일 먼저 주목하는 사람은 다 군인들 같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벌어진 공중전은 하늘에서 1대1 전투를 한다고 해서 


최신 병기를 타고 벌이는 기사들의 대결이라고 불렸습니다.


조종사 분들은 그런 자부심들이 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때의 공중전은 전쟁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위력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항공전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는 1936년에서 39년 사이에 벌어졌던 스페인 내전입니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을 지원하면서 독일군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이때 독일 공군의 사령관이 볼프람 폰 리트호펜입니다.


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에이스였던 '붉은 남작' 리트호펜의 친척입니다.








그는 새로운 항공전술을 선보였어요.


그가 보인 전술 중 하나가 오늘날에 극도로 지탄을 받고 있는 바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 폭격'입니다.







독일 공군의 맹활약에 고통을 겪던 스페인 혁명군 병사 중에 


동물농장의 저자인 조지 오웰이 있었습니다.


이상적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은 기자로 스페인에 왔다가 


전쟁터에서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는 자신이 싫어져서 파시스트 한명이라도 죽이겠다는 각오로 의용군에 입대합니다.







그 오웰이 하늘에서 새로운 전술을 시연하고 있는 미래 병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잔악한 전쟁범죄의 시작, 고통받는 민중의 희생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을까요?







의외로 그는 조금 엉뚱한 감상을 남깁니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악다구니와 증오가 언제나 일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아니라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싸울 때가 오면 바로 달아날 사람들이 이런 증오를 토해낸다.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들은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이런 격한 분노를 느꼈던 오웰은 하늘 위를 떠다니는 공포의 병기를 보면서 이런 위안을 얻습니다.


'다음 전쟁에서는 몸에 총알구멍이 난 후방의 애국자를 보게 되겠구나...'







사람들은 정의롭다는 말에 묘한 쾌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정의로 포장하기를 좋아하죠.


그리고 남의 행동을 정의감으로 재단하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평소에 또 이런걸 분석해야 한다, 저런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그런 말에 대해서도 굉장히 분노하는 분들이 많아요.


왜 그걸 굳이 분석하려고 하느냐? 악을 변호하려는 행동이 아니냐


이렇게 비판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이상적 정의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현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정의로운 선포를 하기가 편하거든요. 얘는 악이다, 저거는 나쁜 것이다


단정짓기가 너무 편합니다.








오웰같은 사람이 전선의 군인들은 그냥 두고 후방을 폭격하고 있는 전투기들, 


알고 보면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폭격하는 이 거대한 재앙의 시작을 보면서도 


'후방에 앉아있는 나팔수와 선동가들, 니들에게도 이제 총알이 날아갈거야' 라는 생각부터 떠올렸던 것을 보면


그들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컸는지, 그들의 존재가 민주사회에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출처 : 임용한 전쟁사 조지 오웰과 스페인 내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