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은 현대 대표적인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임. 기존에 정치철학의 주류는 공리주의였다가 롤스 이후로 자유주의로 넘어갔는데, 샌델은 다시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을 제시했음.

자유주의 정치철학은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적 인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건 칸트에서 계승된 거임. 칸트의 선험적 주체 논변이 롤스의 '원초적  입장'으로 이어짐. 자유주의적 인간관은 공통적으로 개인이 가진 목표, 목적, 선호, 정체성보다 우선하는 자아상임. 자유주의적 인간관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경험적인 요소가 아니라, 거기에 앞서는, 그런 경험적인 요소들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임.

샌델을 비롯한 공동체주의자들은 이러한 자유주의적 인간관에 비판을 던졌음. 자유주의적 인간관은 인간이 자신의 목적, 정체성, 선관념을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이러한 자유주의적 인간관은 현실의 실제 자아를 반영하지 못한 '무연고적 자아'일 뿐이라는 것임. 샌델은 무연고적 자아를 자아의 배경에 존재하는 사회, 문화적 맥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자아관이고, 개인의 선택에 앞선 공동체 의식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한다고 비판했음.

그리고 두 번째로, 자유주의의 핵심 명제는 '옳음이 좋음에 우선한다.'임. 이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첫 번째는 개인의 권리는 전체의 선을 위해 희생될 수 없다는 의미고, 공리주의랑 대립함. 두 번째는 정의는 '좋음'에 대한 특정한 관념이나 관점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건 목적론적 정의관과 대립함. 즉 정의 원칙은 특정한 도덕 규범이나 선관념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아예 독자적인 기반에 따라 구성되고 정당화된다는 이야기임.

샌델은 이 두 번째 의미의 '옳음의 좋음에 대한 우선성'을 비판하고 대신 '좋음의 옳음에 대한 우선성'을 주장했음. 즉 우리 사회의 정의 원칙은 필연적으로 도덕적, 종교적 신념과 공동체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는 세워질 수 없다는 뜻임. 우리의 모든 의무가 사회계약이나 선택에 의해 나왔다는 자유주의의 관점에 반대하며 샌델은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무와 소속의무 등을 제시하고, 이미 공동체의 가치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으므로 정의 역시 여기에 기반해 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임.

좀 더 실천적인 측면을 하나 다뤄보자면, 자유주의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국가의 중립성'임. 위에서 '옳음의 좋음에 대한 우선성'을 다뤘듯, 자유주의는 정의 원칙은 도덕, 공동체의 가치, 선관념 등에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음. 자연스럽게 정부는 보편적 정의 원칙을 기반으로 개인의 각 도덕관과 선관념에 대해서는 중립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임. 예를 들자면, 국가가 개신교도나 이슬람교도들의 눈치를 보고 낙태금지법, 불륜금지법 등을 입법한다면 국가의 중립성에 어긋나는 사례임.

샌델을 비롯한 공동체주의자들은 이 국가의 중립성 개념을 크게 세 가지 이유를 통해 반박했음. 첫째, 어떤 윤리적 문제들은 해답을 찾기 위한 도덕적 숙고가 필수적임. 이러한 문제들에서 도덕과 선관념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음. 둘째, 도덕적 중립성의 추구는 종종 결론적으로 특정한 도덕적 견해에 대한 옹호로 나타나게 됨. 셋째, 국가의 중립성 하에서 오히려 도덕적 자원을 활용하는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할 수 있음.

이거 말고도 하여간 겁내 방대하긴 한데, 아직 배움이 얕기도 하고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정도만 소개하겠음. 본인이 모른다고 업적이 없는 게 아님. 샌델의 이론 자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지 몰라도,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은 20세기 후반부터 몇십 년간 영미 법철학, 정치철학계에서 이어져왔고, 실제로 정책, 법, 제도 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