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게, 산해경보면 그 부분이 이해가 가게 됨. 거기에서는 그 요괴같은애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음. 기본적으로 천적이 없어서 활개를 치게 됨. 때문에 요괴=재앙으로 인지함. 근데 한국의 설화의 경우에는 인간쪽에서 워낙 넘사벽인 인물(지나가던 선비, 승려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인물. 심지어 신숙주나 한명회는 아예 요괴를 수하에 두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음)이 많은데다가 왕실 안에서도 요괴잡는 검(사인검)이 따로 있으며, 귀신의 대표적인 카운터인 호랑이가 드글드글함. 문제는 호랑이가 개쎄서 사람도 죽였었지만....
게다가 도교적 성격이 워낙 강하다보니까 자연에 있는 요괴=정령이라는 인식도 강해서 걔들이 나빠져봤자 삐진거지 이런 인식임.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요괴가 오히려 신성시 되는 성향이 크다
또한 역사적 바탕이 굉장히 큰데, 요괴를 두려워 할 수록 외부로 침략을 했거나 난세가 많았거나 쿠데타가 많았다는 의미도 됨. 인간의 공포는 곧 자신의 죄책감에 투영되니까. 중국의 경우 당장 암살과 시해 그리고 고문이 악독한데다가 땅이 넓다보니 악행이 빈번했음. 일본의 경우 아예 지 자식 죽일때 자기합리화 하게 될 정도로 이기적인 시대가 되었었음. 물론 한반도에서도 경신 대기근때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자, 그때 기하급수적으로 요괴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때 등장한게 망태 할배)
이거랑 대강 비슷한 이야기가 북유럽 신화랑 그리스로마 신화가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니고 있는 거랑 비슷하다고 봄.
북유럽 신화는 결국 신화의 끝은 라그나뢰크고 온 세상이 다 멸망하고 새로운 세상이 온 거다, 라는 식으로 사는 환경이 개좆같으니까 이따위 세상 멸망해버려라, 라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음. 북유럽은 자연환경이 좀 헬인 편이고. 현대에 와서야 북해유전 덕에 잘 사는 나라가 됐지만 그거 제외하고는 농사 짓기도 힘들고 여름 제외하곤 늘 우중충한데다 비나 눈도 겁나 많이 오는 동네다보니까. 이 경우가 일본, 중국에 대입하면 그럭저럭 맞음. 일본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전국시대라는 지칭명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존나게 치고받고 사람 죽어나가던 동네니까.
반대로 그리스로마 신화는 이미 멸망 위기는 지나갔다는 식으로 멸망할 뻔한 사건인 티탄과의 전쟁은 이미 끝났다는 식으로 가는데 이 경우를 한반도에 대입하면 살기 팍팍할지언정 옆나라들마냥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죽어나가지 않는 환경이니만큼 중국, 일본에 비해 요괴들이 다소 순한 경향이 있는듯.
결론적으로 설화/전설에서 나라가 망하거나 세계가 망하는 건 그만큼 사는 환경이 빡세다는 의미인듯.
전문가 의견은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전통적으로 인본주의적인 성격이 강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더라. 한국 신화보면 하늘에서 사는 신도 인간이 되려고 하고 요괴도 인간이 되려고 함. 한국신화나 전설같은 거 보면 인간이 걍 존나 짱짱맨임. 괴력난신을 멀리하는 유교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민족정서가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자국 설화/신화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적어서 그런것도 있는것같음
중국은 신화나 요괴물이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고 일본은 자기네 옛날이야기를 소재로 서브컬처화를 잘하는데
우린 한국의 설화나 신화가 대중문화에 녹아들만한 자리가 전혀 없음 그러니까 관심도 적고 연구도 안되고 발굴도 안됨
한국은 성리학적 사상이 민간의 도교신앙과 퓨전해서 여자 요괴나 귀신이 유독 불쌍하게 그려지는 경향이 있는듯
조선 후기로 갈 수록 마을마다 열녀비도 점점 많아지고 여자들이 부당하게 소박맞는 케이스가 많이 보이는데
그걸 전부 핍박받는 여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 보단 사회문제로 받아들였던 것 같음
중국은 인권 자체가 씹창이고 통념에 어긋나는 여자는 무조건 악녀라고 씹어대니까
구미호도 나라 망치는 무서운 년 정도로 여겨진 걸테고
일본은... 거긴 워낙 괴상한 요괴들이 많아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