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람쥐가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라임병을 옮기고 있다는 글을 보고 이 글을 올린다.



한국의 연못이나 습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무당개구리(Bombina orientalis)

군대를 갔다 왔거나 시골에 간 적이 있다면 비가 올 때마다 지겹도록 봤을 개구리다.
그런데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무당개구리가 사실 200종의 양서류들을 멸종시키고 전세계 양서류들의 1/3을 멸종 위기로 몰고 간 주범이라면 믿어지겠는가?

물론 무당개구리가 독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각하게 위험한 독은 아니다. 끽해야 만졌을 때 조금 따끔한 수준으로 열대 지방의 독개구리에 비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약한 독이다.
문제는 무당개구리가 전세계 양서류를 멸종 위기의 주범이 된 건 독 때문이 아니라

이 곰팡이 때문이다.

이 곰팡이의 이름은 항아리곰팡이(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라는 곰팡이로, 일명 와호균 또는 양서류호상균이라고 불리는 주로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에게 감염되는 곰팡이다.
이 곰팡이에 감염되면 감염된 양서류의 피부에 있는 케라틴을 먹으면서 포자로 양서류의 피부를 덮어서 각질을 형성하는 키트리디오마이코시스(chytridiomycosis)라는 질병을 일으키는데, 증상만 보면 사람의 무좀이랑 비슷하다.

문제는 인간에게 무좀은 그냥 잡병의 일종이라 무좀 걸렸다고 죽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양서류의 경우는 대부분의 호흡을 피부로 하는 특성 때문에 각질이 피부를 덮을 경우 점점 피부 호흡이 곤란해져서 죽게 된다. 또한 이 곰팡이는 35°C 이상의 온도에서는 4시간 만에 죽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지만 26°C 이하의 온도에서는 숙주가 있는 한 죽지 않는 데다 숙주가 없어도 3주 이상 생존이 가능해서 박멸도 불가능한 골치 아픈 곰팡이다.

이 곰팡이가 처음 발견된 곳은 1993년 호주였는데 이후 남미에서 황금 두꺼비가 이 항아리곰팡이에 의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전세계를 휩쓸다 못해 200종의 양서류들을 멸종시켰으며, 현재도 양서류의 1/3이 이 곰팡이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처음 과학자들이 이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 곰팡이가 아프리카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곰팡이의 발원지는 대한민국이었으며, 그 주범이 바로 이 무당개구리다.

어떻게 한국 토종 개구리가 전세계의 양서류 200종을 멸종시켰는가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곰팡이가 퍼지기 시작한 때는 발견 시기로부터 50~120년 전 쯤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때는 세계의 개구리들이 관상용, 식용, 연구용으로 활발하게 수출되는 시기였다. 그 중 이 무당개구리는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이 관상용으로 키우곤 했는데, 이렇게 수출된 무당개구리들이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은 외국의 개구리들을 감염시키면서 그로 인해 이 곰팡이의 병원성이 더 강해져서 200종의 양서류가 멸종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유라시아, 특히 한국의 양서류들은 원산지 출신답게 항아리곰팡이와 오랫동안 공존해 왔고 그로 인한 자연선택으로 면역이 형성된 종들만 생존하면서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북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황소개구리는 이 곰팡이에 대해 면역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한동안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악명을 떨치게 됐다.

다행히도 2010년부터는 양서류 특유의 번식 능력과 이로 인한 짧은 세대 때문에 호주나 북남미의 양서류들도 조금씩 면역이 형성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개체수 역시 점차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섬이나 고립된 서식지에 사는 종들의 경우는 여전히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이들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곰팡이다.

비슷한 종으로 Batrachochytrium salamandrivorans라는 곰팡이가 있는데, 이 곰팡이는 개구리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고 도롱뇽에게 주로 병을 일으키며, 역시 동아시아가 근원지다. 이 곰팡이도 아시아 지역의 도롱뇽들이 애완용으로 수출되면서 이 곰팡이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은 유럽이나 북남미 등의 도롱뇽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2013년부터 아시아 지역 도롱뇽의 수출을 규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처음으로 쓰는 글인 만큼 혹시 이 글에서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