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내용은 전반적으로 총, 균, 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기반임)



얼굴 큰 인간 놀릴 때 사골처럼 우려먹히는 모아이로 유명한 이스터 섬

사실 지금 보면 불가사의도 뭣도 아닌 그냥 거석문명의 흔적인데

당시 탐험가들이 쉬벌 이게 뭐여 하고 당황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 가까운 대륙에서 3,700km 떨어진 바다 한복판에서

뗏목으로 30km도 못 가는 항해 수준을 가진 

존나 아무것도 없는 그지새끼들만 사는 제도에 이런 게 있었으니까


더 파 보면 당황스런 건 계속 나온다

대충 서기 600년경에는 이곳에서 농사도 잘 되고 가구도 많고 잘 살다가

1400년경에는 그 잘 유지되던 옥토가 수해로 싹 밀려가고

1500년대 이후에는 서로 잡아먹은 흔적이 남아 있더라능


현재 이스터 섬은 걍 초원이랑 황무지만 있다... 가 

그나마 근대 들어 육지에서 조경 식물을 좀 옮겨 왔다고 한다

근데 유적들을 파 보면 시대순으로 신기한 현상이 발견된다


이거 짓던 시절에는 섬에 넘쳐나는 야자나무...

우리가 생각하는 코코넛 나무 이런 거 말고, 줄기 직경이 막 2미터씩 되는 

오늘날은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거목들을 기반으로

섬들 간 항행이 가능한 뗏목을 만들고 원양항해로 돌고래를 잡아오고

제도를 지배하는 왕국을 건설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근데...


문제는 이 양반들이



대충 이 정도 위치에 살았다는 것이다

인구 부양 잘 되고 문명 테크 차곡차곡 올렸으면 

다음 코스는 외부 확장을 통해서 벌크를 올리고 

침략을 하든 교역을 하든 성장해야 하는데 여기서 뭘 함

그래서 이 양반들은 쓸데없이 넘쳐 나는 힘을



지도자들끼리 이거 쌓기 경쟁 한다고 다 써버렸다

힘을 다 썼다는 건 문자 그대로인데,

이 돌들 옮기느라 굴림대로 쓴 야자나무가 으마으마했던 것

당연히 몇 번 굴리면 나무가 다 부서져 버리니 소모도 엄청났음


점점 고갈되는 야자나무 숲

그로 인해 돌 쌓기는 더 빡센 작업이 되고

경쟁 지도자들보다 위신을 잃지 않으려면 

얼마 안 남은 야자나무를 쟁탈해야 한다


근데 그 과정에서 이 양반들이 생각 못 한 건

야자나무의 뿌리가 섬의 흙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거다


결국 1400년대에 이르러 섬에서 농사 잘 되던 저지대는 

야자나무가 잡아 주지 못하자 홍수 몇 번에 싹 다 침수되고

한 백년 정도 서로 뚝배기 깨며 싸우다가 나중엔 식량이 없어 서로 잡아먹었으며

후손들은 원양항해 기술, 건축술, 뭐 싹 다 잃고 말라 죽어 갔다



연구자들은 섬에 남아 있는 원주민들의 구전 중에 '모아이가 걸어온다'는 말을 발견했다

모아이가 섬을 멸망시켰다며 당시 원주민들은 모아이를 증오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성님은 이 사례를 보여 주면서

이스터 섬의 역사가 지구 전체의 미래를 보여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은 ㅈ돼도 섬은 전혀 ㅈ되지 않았거든

지구도 마찬가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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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둡시다. 지구는 위험에 처해 있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겁니다. 

우리한테는 지구를 파괴시킬 힘이 없습니다. 동시에 구할 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구할 힘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 쥬라기 공원, 이안 말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