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에스키모”와 같은 이름은 인종차별적인 단어니까 “아메리카 원주민”과 “이누이트”로 바꿔 불러야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거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유래를 떠나서 인디언들은 남들이 자기를 인디언이라고 부르면 싫어할까? 에스키모들은 스스로가 이누이트라고 불리길 원할까? 

인디언이라는 단어는 흔히 알려진대로 자기가 발견한 곳이 인도라고 믿었던 콜롬버스가 지 마음대로 가져다붙인 이름이다. 그렇다면 콜럼버스 이전에 원주민들이 스스로를 불렀던 이름을 그대로 쓰면 되는거 아닐까? 

문제는 그런 이름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이 아는 세상은 아메리카 대륙이 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의 사람을 다른 대륙의 사람과 구분지어 부르는 단어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고, 그냥 “나바호 부족 사람” 같은 식의 나라 이름이나 “인간”을 뜻하는 말이 있었을 뿐이다. 21세기 한국에 사는 사람이 스스로를 “지구인”이라고 부르면 엄청나게 어색한 것처럼 구태여 인디언들도 자기들이 아는 인종 전체를 묶어 부르는 일은 없었다.

거기에 더해 북미 원주민들도 사람인지라 서양의 정착민들이 넘어오는 와중에도 서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일이 잦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파치어 “사람”과 수우어 “사람” 중 어느 쪽도 양쪽 모두를 포괄해 부르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당장 미국에서 한중일 사람을 묶어서 “런민”이나 “닝겐”이라고 부르면 납득할 한국인이 몇 명이나 있겠나.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인디언이란 단어가 중립적인 표현이 된다. 수우나 아파치나 이로쿼이나 모히칸이나 불만가지지 않는, 백인에 대비되는 이름으로써 “붉은 피부의 사람” 혹은 “인디언”이라는 모두가 공유하는 이름이 생겨난거지. 인디언은 인도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인도가 뭔지 원주민들이 알게 뭐야. 그러다보니 대충 (백인이 아닌) 자기들을 통틀어 말할때 스스로도 인디언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거기에 중남미 원주민들은 스페인 콩키스타도르들이 가서 스페인식으로 “인디오”라고 부르다보니 “인디언”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말과 다르게 점차 북미 대륙 원주민들이 백인과 중남미 원주민 양쪽 모두와 차별된 스스로를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시간이 지나 미국이 서부 개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이 때 인디언들을 학살하면서 “인디언”이란 단어는 (백인 사회에서는) 멸칭으로 전락한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 미국이 최강대국이 되고 기들의 역사를 되돌아볼 여유가 생기니까 “인디언이란 단어는 우리 조상들이 인종차별할 때 쓴 단어니까 이제 쓰지 말자.” 라고 말하기 시작하게 됐다.

문제는 정작 인디언들은 인디언이란 단어를 한중일 묶어서 동아시아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써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디언이란 단어는 인종차별적이다” “근데 정작 자기들은 스스로를 인디언이라고 한다” 이 두개가 합쳐져서 인디언이라는 단어가 흑인들의 니그로랑 같은 걸로 인식이 변해버린다. 정작 인디언들은 남들이 자기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러도 별 불만 없는데. 

그러다보니 정작 인디언 보호구역에 가까이 산다든지 하는 이유로 접점이 많은 사람들은 (인디언이란 단어가 모욕적이지 않다는걸 아니까) 거리낌없이 인디언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저기 멀리 대도시에 있는 언론사나 학계에서는 안전빵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자기들 판단에선 가장 안전한 표현을 쓰게 된다. 

괜히 인디언이라고 썼다가 불편함을 느낀 깨시민들(인디언 아님)이 “어떻게 저런 인종차별적 단어를 쓰나요! 무한 RT해주세욧!” 이라며 지랄발광하면 그걸 일일이 설명하고 반박하는 동안 기업 이미지는 바닥을 칠게 뻔하니까. 

다시 말해 “아직도 인디언이란 단어를 쓰다니 정말 uneducated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군요” 하는 식의 말을 하고 있는 놈들이 오히려 지식이 부족한 놈들이니까 비웃어주면 된다.

3줄요약

1. 인디언이란 말은 통념과는 다르게 중립적인 단어다

2. 인디언 본인들도 스스로를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3. 어디가서 “인디언이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인데요?” 이딴 소리하면서 지적 우월감을 느끼는 PC충이 있다면 대가리를 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