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항공모함은 초강대국만이 보유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의 무기이며, 적국을 압박하는 최고의 군사수단이고, 동시에 군대의 척추를 담당하는 가히 국력 그 자체를 상징한다.


항공모함의 전력투사능력은 당연히 실려있는 함재기에서 온다.

함재기야말로 항공모함의 존재 이유이며, 항공모함의 사기적인 전투수행능력을 유지해주는 중추같은 존재이다.


이 강력한 항공모함과 함재기의 유착관계, 나아가 해군과 비행기의 협동의 시작은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하늘에 뜨던 때부터, 미 공군의 아버지 빌리 미첼은 항공기의 군사적 이용에 집중했다.

물론 나무젓가락을 덕지덕지 붙여 만든 것 같던 초기 비행기들은 사람 하나 태우고 날기도 벅찼고, 이를 공격에 사용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로지 물리적 공격만이 적국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것은 아니였다.

비행기는 태생부터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수평선 바깥의 적 함대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최초의 함재기 발진은 체스터급 정찰순양함 2번 버밍엄에서 이루어졌다.

선수를 뜯어내고 대충 갑판을 붙인 조잡한 생김새였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비행기가 워낙 가벼운지라 문제없이 잘 날아다녔다.

비행기가 배에서 뜰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아예 2달 뒤에는 펜실베니아의 함미에 40미터짜리 활주로를 같다붙여 복엽기를 띄우는 데 성공한다.


아니 현대 항공모함은 함수부터 함미까지 갑판이 쭈욱 이어지는데 저딴 코딱지만한 갑판으로 발진이 됨?

초기 함재기들은 전부 느리지만 안정적인 복엽기라 저딴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했다.

물론 비행기가 프로펠러 단엽기로 바뀌면서 발전함에 따라 항공모함도 덩달아 형태가 변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길쭉하고 평평한 디자인의 항공모함의 시초는 커레이저스급 "경순양함" 3번함 퓨리어스다.

퓨리어스는 독일 연안 포격 임무를 이행하기 위한 18인치 주포를 2문을 앞뒤로 장착한 "경순양함"이다. 

18인치??


이거 야마토 주포 구경이다.

기억하자 퓨리어스는 "경순양함"이다.


퓨리어스가 취역할 시점에 영국은 갈리폴리 반도 상륙작전을 실시했었는데, 무려 56만 병력이 탈탈 털려나가면서 퓨리어스는 태어나자마자 존재의미가 사라져버렸다. 시즈박을 언덕이 있어야 시즈를 박지

영국 해군은 이 고철을 어떻게 쓸모있게 사용할까 머리를 굴리다가 아예 전방주포를 떼버리고 비행갑판을 붙인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퓨리어스가 개수 이후 의외의 작전능력을 선보이자, 1918년에는 아예 후방 주포까지 떼어버리고 함수와 함미에 갑판을 개장한다.

영국 해군은 이 반푼이 항공모함을 의외의 용도로 써먹었는데, 바로 세계 최초의 항모 공습을 실행한 것이였다.

퓨리어스는 영국 해안에서 출발해 덴마크 톤던의 독일군 비행선 기지를 폭격했고, 항공모함 공습이란건 상상조차 못해봤던 독일군은 불벼락을 얻어맏고 비행선 2척을 태워먹게 된다.


1차 대전 후기, 영국은 이 세계 최초의 항모 공습 경험을 십분 활용하며 아예 개수 시작부터 선수에서 선미까지 쭉 이어진 평갑판을 깐 아거스급 항공모함도 취역시켰으며,


1년 후에는 비행기 이착륙을 지휘할 함교를 한쪽에 밀어넣어 배치한 최초의 근대적 디자인을 가진 항공모함 허미즈까지 취역시킨다.


이렇게 태생부터 남달랐던 항공모함이라는 배는 영국의 대성공에 이어 지구 반대편 일본에서도 톡톡히 제 할일을 해내게 된다.


당시 워싱턴 군축조약으로 군비제한이 걸려버린 일본은 온갖 꼼수를 덕지덕지 발라 아마기급 순양전함과 카가급 전함을 폐기하지 않고 정규항모 아카기와 카가로 바꿔 개장하고,


1만톤 이하의 항모는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희대의 대두 항공모함 류조까지 건조한다.

이렇게 1920년대의 일본 제국은 순식간에 정규항모 3척을 뻥튀기해내는데 성공하고,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히류와 소류까지 건조해서 아카기, 소류, 카가, 히류, 호쇼, 류조까지 무려 6척의 항모를 보유하게 된다.


그러면 일본은 이 6척의 항모로 뭘 했을까?


진주만을 기습때린다.


단 한번의 기습공격으로 미국의 전함 대부분이 제로센들의 폭격을 맞고 잿더미가 되어버렸고, 미 해군은 재기불능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만다.

진주만 공습으로 일본 제국은 확실한 태평양 제해권을 가져오게 되고, 그렇게 태평양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는것밖에 남은 줄 알았다.


그러나, 일본군 희대의 병신같은 보안으로 미군에게 암호체계가 뚫려버렸고, 진주만 다음의 공격 목표가 미드웨이란 것까지 들켜버리게 되고...

심지어는 모든 상황을 모의전투로 시뮬레이션까지 성공했는데, "미국은 이런거 못함"이라는 초딩도 안할만한 발상으로 신뢰할 만한 모의전 결과를 싹다 휴지통에 쳐넣어버리고 개전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걸 꿰뚫어보고 있던 미국과 아무것도 모르던 일본제국이 맞붙게 되고, 미드웨이 섬을 폭격할 생각에 신나게 폭탄을 장전하다 USS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 폭격기 대대에 의해 단 5분만에 무려 항공모함 3척을 털려버리며 태평양 전쟁의 판도가 순식간에 뒤집어엎어지게 된다...


쓰기힘들었는데 개추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