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6년, 한창 페미 이슈가 이제 들끓을 조짐이 보이는 시점이었다. 당시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이른바 '잠재적 가해자' 같은 쌉소리가 태동하고 있었고, 궤변과 혐오를 담은 포스트잇이 역사를 뒤덮은 상황이었다. 한창 피가 끓던 본인은 이에 대하여 또 본능적으로 참을 수 없었다.
이에 나는 한번 즉석에서 현장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당시 커뮤니티에서 즉석으로 3인팟을 결성, (지금 생각해보니 ㅈㄴ 어렸다..) 차를 타고 3인은 수원에서 서울까지 아닌 새벽중에 진격하게 된다.
당시 역에 도착하여 내 눈으로 실제 포스트잇들 확인해보니 내용은 당연히 뭐 가관이었다. '여자 1명 죽었으니 남자 10명 죽여라' , '이 나라가 죽였다' 뭐 등등... 그러던 중 우리 3인팟에서 가장 연장자시던 한 분이 그걸 사진으로 찍었고, 그 순간 마른 남자 한명과 키 큰 매부리코 남자 한명이 달려와서 경찰임을 밝힌 후, 우리를 끌고 갔다.
다짜고짜 반말로 우리를 끌고 간 그들은 우리에게 '너희 일베지?', '여자 죽은 거 보고 놀리는 인간같지 않은 것들' 과 같은 모욕을 행하며 왜 사진을 찍었는지 묻고 강제로 폰을 가져간다고 협박하더라.
여기서 끝이 아니고, 정말 내가 이 글을 쓰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 상기한 사진 찍은 연장자분 조인트를 경찰이 까버린 것이다. 아직도 그 경찰의 얼굴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경찰은 그 분 목덜미를 잡고 경찰들이 타고 다니는 봉고차 안에 넣어서 꽤 오랜 시간 심문했다. 우리는 당시 분위기에 짓눌려 가만히 있을 따름이었다... 사실 연장자라고 해봐야 다 나이차이도 얼마 안나는 학생들이었던데다, 공권력이라는 게 물리력을 사용하는 상황 앞에서 전부 겁먹었고, 특히 어렸던 나는 더더욱 그랬다...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연히 그 경찰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5공때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지 따져묻겠지.. 그런데 그때 난 진짜 너무 무서웠다... 하여튼 각설하고 난 군대 다녀온 지금도 그렇고 경찰이라는 조직이 어떠한 좋은 미담을 가지고 오던, 내게 도움 되는 일을 해 주든간에 그 조직 자체를 믿지를 않음. 그 날 이후로 공권력이 날 부당하게 억압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혐오하고, 법적 지식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내 몸은 내 스스로 지키자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3줄 요약.
1. 어렸던 내가 강남역 시위 가 봄
2. 경찰이 내 옆에 있던 사람 조인트 깜
3. Fuck the police
아 참고로, 저 일 있은 다음날 실제로 발발한 시위에 난 반페미 측으로 참가함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