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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isisgame.com/webzine/pds/nboard/267/?n=152291

 

가디언테일즈 등 온갖 게임에 걸쳐, 여성 캐릭터를 성적으로 묘사한 게임이 여성혐오 및 성적대상화를 부른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관련 논문 하나가 발표되었다. 위 링크는 해당 논문을 간략하게 설명한 디스이즈게임의 6월 28일 기사이다. 읽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아래에 핵심 내용만 간추리고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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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통계적으로 통합,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게임플레이와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태도, 그리고 기타 정신건강적 악영향 사이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즉 게임 플레이로 인해 더 여성혐오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거나, 자기 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등의 영향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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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교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게임에서의 ‘더 나은 여성 묘사’(better representations of females)에 대한 지지 활동을 하자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다만 순전히 ‘공중 보건’ 관점에서 봤을 때 게임에 의한 정신건강문제 유발은 사회적 고려 사항이 아님을 밝혀냈을 뿐이라는 것.

 

교수는 오히려 ‘틀린 근거’ 때문에 관련 지지 활동(advocacy)의 타당성에 흠집이 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성적 묘사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이렇듯) 쉽게 거짓으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만 한다. 이런 주장만 빼놓는다면 합리적이었을 지지 활동에 대해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라고 자기 견해를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성적인 여성 캐릭터 묘사가 혐오 조장"… 실제 연구 결과는?


원본 논문은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있다. 제목은 Does sexualization in video games cause harm in players? A meta-analytic examination이고 Computers in Human Behavior이라는 학술지에 실려있다. 다만 논문이 유료라서 직접 다운 받아서 보지는 못했고, 일단 초록(abstract)만 해석해 왔다.


Whether video games with sexualized content do or do not relate to mental health and body image problems in players, and/or sexualization and hostility toward women, is an issue of broad public interest. However, evidence from empirical studies has generally been mixed. To examine this issue, we explored the degree to which sexualization in games was related to both well-being/body dissatisfaction and sexism/misogyny among players in two separate meta-analyses. Results revealed that sexualization in games was neither related to well-being/body dissatisfaction (r = 0.082, k = 10, n = 2,010, p = .066) nor sexism/misogyny (r = 0.040, k = 15, n = 15,938, p = .070). Better designed studies, and those that showed less evidence for researcher expectancy effects (for sexism/misogyny outcomes), tended to find less evidence for effects. As appears commonly in other realms of media effects, the evidence is weak that sexualized games influence player attitudes and behavior.


성적인 내용을 담은 비디오 게임이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 및 신체 이미지 문제, 또는 여성에 대한 성애화 및 적개심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대중의 광범위한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경험적 연구의 증거는 보통 혼재되어 왔다. 이 문제를 조사하고자, 우리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메타 분석으로 게임 속 성애화와 플레이어에게 주는 웰빙/신체 불만족 및 성차별/여성 혐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게임 속 성애화는 웰빙/신체 불만족(r = 0.082, k = 10, n = 2,010, p = 0.066)이나 성차별/여성혐오(r = 0.040, k = 15, n = 15,938, p = 0.070)와 관련이 없는 걸로 밝혀졌다. 더 잘 설계된 연구 및 연구자 기대 효과(성차별/여성혐오 결과에 대한)와 관련된 증거가 더 적은 연구들은 효과에 대한 증거를 더 적게 찾는 경향이 있었다. 미디어 효과의 다른 영역에서 흔히 나타나듯이, 성적인 게임이 플레이어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약하다.

참고로 웰빙/신체 불만족 어쩌구 하는 내용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대상화 이론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상화 이론이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적대상화는 자기대상화라는 걸 부르고, 그 자기대상화는 다시 불안, 수치심, 신체 불만족을 일으키고, 다시 그러한 부정적 심리 경험이 나중에 섭식 장애나 우울증 등으로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해당 초록은 그런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유의할 점은 이와 달리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분명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The Effects of the Sexualization of Female Video Game Characters on Gender Stereotyping and Female Self-Concept(링크)이란 논문에서는 성애화된 여성 캐릭터와의 게임플레이는 여성 자기효능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나오고, Effects of exposure to sex-stereotyped video game characters on tolerance of sexual harassment.(링크)에선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게임에 노출된 남성이 실제 성희롱 사례에 더 관용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말이 나온다.


종합하자면 인과 관계가 있다/없다를 확실히 할 수 없는 논란이 있는 주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긍정인 내용과 부정인 내용이 섞였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는데, 양쪽 연구 중 한 쪽이 잘못 되었거나, 혹은 더 세부적인 변인들이 있어서 그것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확실한 거는 단순히 성적대상화 운운하면서 노출 등 성적 묘사에 무작정 검열의 잣대를 들이댈 만한 과학적 정당성은 하나도 없다는 것. 


여담으로 옛날부터 비슷한 논쟁이 있었는데, 바로 매체물의 폭력성과 관련된 관찰학습이다. "폭력적인 영상을 아이들이 보면 폭력적이게 변하는가?"인데, 이 역시 학계에선 인과 관계가 분명치 않은 논란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해당 이론은 이미 많은 기관과 시민 단체에게 사실인 것 마냥 받아들여져서 수많은 정책이 탄생했는데, 대표적인 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매체물 등급제이다. 등급제에는 마침 선정성 기준도 있으니 앞서 논문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부모들 입장에선 불확실하더라도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과연 불확실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러한 매체물을 만드는 창작자나 이를 즐기는 소비자들에게만 일방적인 배려와 양보를 강요하는 게 정녕 바람직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등급제 때문에 보고 싶은 만화나 게임을 즐기지 못한 기억이 있고, 막상 그 나이가 되어서 그 게임을 접했을 때 "이걸 굳이  막을 이유가 있었나?" 식의 의문이 든 게 꽤 많았다. 또 이 글을 보는 다수도 과거에 등급에 맞지 않는 걸 즐긴 일(초등학생 때 15세 작품을 정주행한다던지)이 많았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 중 범죄 전과가 생기거나 최소한 사회에서 트러블을 일으킨 사람은 거의 없으며, 막상 그런 부적응자들의 원인을 관찰학습으로 보는 사람은 더욱 없다. 그래서 필자는 차라리 15세니 19세니 하는 등급제 자체를 없애는 게 낫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자주 했고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필자는 심리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상의 얘기는 그냥 일반인의 푸념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등급 제한이나 규제가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나 게임은 영상 매체와 달리 연구 결과가 적어 논란이 더 큰 만큼, 심의를 펼치는데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