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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커뮤니티 싸이트 좀 돌아다니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한자어 썼다는 이유로, 혹은 한자로 글씨를 썻다는 이유로 "님 조선족임?", "한자 왜 쓰냐? 참깨냐?" 라는 소리 들었다는 이야기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논리는 한자=중국에서 만들어진거=중국어=중국 그 자체이고 한자 쓰는 사람=중국인=조선족이다.


그러나 과연 한자를 중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까?

절대로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문자와 언어는 다른 개념임을 무시하고 있다.

우리난 항상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문자는 도구일 뿐 언어 그 자체가 아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말 그대로 문자는 언어를 표기하여 글씨로 기록하는 도구에 불과하지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가나문자와 함께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는 일본어는 중국어가 될 수 없다. 또한 한자로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한 신라, 발해, 고려 등 조선 이전의 왕조의 언어들도 중국어가 아니다.


비슷한 논리로 보자면 전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파생시키거나 있는 그대로 문자로 사용하는 로마자는 고대 로마 제국, 그러니깐 현재의 이탈리아 지역에서 만들어졌으나 그 로마자를 문자로서 사용하는 나라의 언어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것이다. 한자도 로마자 처럼 옛날엔 의외로 많은 나라들이 한자 파생 문자를 만들거나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였다. 일단 당나라 시대로 올라가보자.


이 시대에 우리나라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운 남북국시대였다. 이때 신라와 발해 둘 다 한자를 문자로 사용했는데 각자 그들의 방식에 맞추어 사용했다.


신라에서 사용한 구결자

신라는 한자를 이용해 문자를 만들어 자국의 언어를 표기했다. 그 외에도 이두나 향찰을 만들어 사용했다.


발해 문자

발해 역시 한자를 이용했는데 이들은 한자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자체계를 사용했다. 다만 발해 자체가 워낙 기록이 적어 해독이 힘들고 발해만의 독자적인 문자가 아닌 한자의 이체자라는 설도 나오는 중이다. 비록 한자의 이체자여도 역시 한자가 원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젠 송나라 시대로 가보자.


송나라 시대가 되면 더욱 많은 나라들이 한자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서하문자

서하어를 표기하는 문자다.


거란문자

거란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거란대자와 거란소자로 나뉘는데 거란대자는 거란족을 통일한 야율아보기가, 거란소자는 그의 동생인 야율질라가 만들었다. 거란대자는 표의문자이고 거란소자는 표음문자다.


여진문자

여진어를 표기하는 문자인데 이것도 여진대자와 여진소자로 나뉘나 그 둘을 구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진문자중 일부는 명백히 한자에서 유래했는데 태양을 뜻하는 '이넝기'는 한자 해 일(日) 오른쪽에 점을 하나 찍은 형태이다.


위 사례들을 보면 꽤나 많은 민족들이 한자를 이용해서, 한자에서 파생된 문자를 만들어서 언어를 표기했다는걸 알 수 있다. 이는 로마자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자국의 문자로 사용하고 독일은 몇몇 로마자 발음이 다른나라의 로마자 발음과 다르고 러시아 등 슬라브족이 로마자에서 파생된 키릴문자를 사용하는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어쩌면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는 중국과 대만, 발음은 차이가 있으나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는 일본과 조선 이전의 한국, 파생된 문자를 사용한 발해와 여진족 등과 비슷하다고할 수 있다.

한자는 로마자처럼 한중일, 베트남, 거란족 등 동북아시아/한자문화권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던 국제적인 문자다. 한자 쓰면 쨍깨라는 논리는 한자 파생 문자를 사용했던 발해, 거란, 여진, 서하가 중국의 역사라는 중국식 논리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


또한 오히려 지금 중국에서는 지들도 한자를 몰라 로마자로 표기하는 한어병음으로 글씨를 써서 대화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함. 게다가 중국에서도 한자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며 옛날 중국의 소설가 루쉰은 "한자불멸 중국필망"이라는 말을 남겼었는데 이는 한자를 멸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망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한자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음.


한국은 朴정희 이전 까지만 해도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세종대왕 전하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이후로도 한자를 사용한 역사는 꽤 길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언론사들이 박씨 이전에 쓴 기사들을 보면 거의 웬만한 단어들은 한자로 쓴게 보일거임. 조중동으로 유명한 보수적인 언론사들이 한자를 사용했었는데 그럼 걔네도 중국몽 했던것일까?


3줄요약

1: 한자는 로마자 처럼 문자로 쓰거나 파생문자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음. 비록 로마자보다는 그 경우의 수가 적었을 뿐.

2: 중국에서도 한자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

3: 그러므로 한자=중국이라는 논리는 옳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