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폭탄'이라는 것이 있음.


무슨 말인고 하니, 통계적으로도 개개인 간의 오차를 보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다량 수집한 특정 인종의 유전자, DNA 등을 분석해서 유전자 레벨에서의 특정 인종의 취약점을 진단하고 그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결과적으로 어느 한 인종을 인종청소 레벨로 슥삭해버릴 수 있는 생화학 무기 개념임. 가령, A 민족이 유전적으로 특정 질환에 취약하다는 것이 규명되면 그 질환을 야기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나 세균을 장치한 폭탄을 터뜨려 '비교적', '상대적으로' A 민족만을 선택적으로 몰살시킨다는 그런 개념이라는데,


여느 B급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허황되어 보이는 무기체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활약상을 추적해 온 '고든 토마스'라는 어느 프리랜서 기자의 논픽션 리포트 <기드온의 스파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북한 등이 실제로 추진했던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인종 폭탄'을 소개하고 있음.


당시 김일성이 아들놈이 특히 총애했던 여성 과학자로 '리용수'가 있었다고 함. 리용수가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총책임자였고 그 휘하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실무진으로 '리채우'라는 과학자가 있었는데 어떤 계기에 의해서인지 리채우가 탈북했다는 정보가 서방 측 정보기관에 입수되었음. 대놓고 DMZ 이남으로 내려올 수도 없었고 아마 시기상 이한영 암살사건 등의 여파도 있고 해서 대한민국으로 직접 귀순하는 건 위험하다고 느꼈던 모양인지 리채우는 한동안 중국을 떠돌았음.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붕괴 이전 남아공 정부가 이런 경악할 만한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서방 측 정보기관은 당연히 이 리채우라는 인물이 갖고 있을 연구기술정보가 혹여라도 다른 반서방 적성국가 등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계속 리채우를 추적했고, 이는 이스라엘 모사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지라 리채우의 행방을 계속 뒤쫓았음.


그렇지만,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적 끝에 모사드가 겨우 꼬리를 잡나 싶었는데 리채우가 MSS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들과 함께 사라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포섭된 듯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 이상의 추적은 힘들다고 판단한 모사드 당국에서는 리채우 개인에 대한 추적은 공식적으론 종료했다고 저 서적에 기술되긴 했음.


그렇지만 정보기관의 특성상 아마 비공식적으로는 MSS 내부에 어떻게든 침투할 끈을 찾아내고 끝내는 그대로 침투 성공해서 리채우를 죽이든 납치해오든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MSS 내에서 기술만 뽑아먹힌 뒤 그대로 리채우는 토사구팽되었음을 감지했기에 추적을 종료하는 대신 이제 리채우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을 다시금 적으로 상정해서 움직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인종 폭탄이라는 개념이 허황된 것이라는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우선시해서 리채우는 이젠 무가치한 존재라고 판단해서 그대로 내버려뒀을 수도 있고...



다만,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일단 저 서적 내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향하는 화물열차가 폭발했다'고만 서술되었지만 전후 맥락상 2004년에 발생한 '룡천역 열차폭발사고'로 짐작되는 그 열차폭발 사고가 어쩌면 진짜로 모사드의 보복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한층 짙어짐. 그 열차에 타고 있었다던 시리아 출신 핵 과학자 12명도 12명이지만, 계속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협하려는 시도를 거듭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와 본보기였을 수도 있다고 봐서.



이거 진짜 첩보스릴러 소재로 누가 안 주워가나.

시나리오 잘만 쓰면 ㅈㄴ 쫄리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헌트'가 그리 잘 뽑혔다는데 그 역량을 여기에도 투자해 볼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만.


아 근데 또 그 흔해빠진 K-신파영화 식으로 만들 것 같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안 건드리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