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플로리다주에 잭 톰슨이라는 변호사가 있었다.

지금은 후술할 이유로 변호사 그만두고 사회운동가를 하고 있지만,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이 양반은 게임을 엄청 싫어하는걸로 악명이 높았다.

범죄가 일어나도 게임 탓,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둠 같은 폭력적인 게임은 그렇다 쳐도,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들도 전부 싸잡아서 욕하는 사람이었고.

GTA의 개발사 락스타 게임즈의 회장 어머니한테 매우 부적절한 내용의 편지를 어머니의 날에 보내기까지 하는 미친놈이었다.

그러던 중, 2005년. 이 양반이 ESA(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 대표 더글러스 로벤슈타인에게 보낸 서신으로 인해, 사건 하나가 벌어지게 된다.

서신의 내용은 대략.

2006년에 자기가 쓴 시나리오대로 게임을 만들고 배포하거나 판매한다면,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 전 회장 폴 이벨러의 이름으로 지정한 단체에 10000달러를 기부하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작성한 게임의 시나리오는 대략 이러했다.

주인공인 중년 남성 오사키 김(Osaki Kim)은 어느 날 아들이 14세의 게임 중독 소년에게 야구방망이로 맞아죽는 사고를 겪는다. 그러나 범인인 소년은 그저 징역형만 선고받았을 뿐... 이에 복수하기 위해 오사키 김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뉴욕으로 나가 게임중독 소년이 하던 게임을 제작한 테이크 디스(Take This)의 CEO인 폴라 이벨과 그의 가족들을 다 죽인 뒤 Take This의 변호사도 죽이고, 아케이드 체인인 게임워크스(GameWerks)에 쳐들어가 오락기를 다 때려부수고 2006년 E3쇼에 가서 비디오 게임 업계 경영진들을 다 때려 죽인다.

그리고는 또 게임을 판매하는 베스트 바이, 서킷 시티, 타깃, 월마트 본사를 습격하여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모두 죽인 뒤 외친다.

"(게임을 판매하기 전에)아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라!!"


이 작자의 논리는 이것이었다.

비디오 게임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으려면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을 죽이는 살인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는 게임에 대해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는 것.

물론 이런 요소는 매우 흔한 요소이다.

당장의 둠 2의 최종보스 대가리 구멍 속엔 제작자의 목이 이스터 에그로 숨겨져 있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상술한 서신으로 창작 게임 대회가 열리게 되었고, 이 대회의 수상작이 바로

 'I'm O.K - A Murder Simulator'라는 게임이다.

제작사의 이름은 톰슨 소프트. 위에서 지겹도록 말했던 잭 톰슨의 이름을 그대로 박아서 풍자한 이 게임은 톰슨의 시나리오와 요청을 100% 반영시킨 작품으로,  톰슨이 쓴 '겸손한 게임 제안'을 기초로 하여 중년 남성이 약간 이름을 바꿔놓은 게임 개발자들을 죽이는 스토리로 제작되었으며, 톰슨의 주문대로 매우 폭력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서양의 금기인 아동 살해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고, 톰슨 본인도 이름이 살짝 바뀐 채로 찬조출연한다. 시나리오의 충실함은 게임 끝까지 일관적으로 반영되어, 스탭롤에서는 게임의 개발자들도 죽는다.

사족으로 이 게임의 그래픽을 맡은 사람이 바로

스펠렁키를 만든 데릭 유다.


이렇게 요청 그대로의 게임이 만들어지고, 배포까지 되었다.

그리고 잭 톰슨은 약속한 10000달러를 기부하는 대신, 농담이었다고 말하며 약속을 어긴다.

그렇지만 10000달러는 실제로 기부되는데, 게임 관련 웹코믹 사이트 페니 아케이드에서, ESA를 통해 잭 톰슨의 이름으로 10000달러짜리 수표를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였다.

참고로 이 수표에는 "For Jack Thompson, Because Jack Thompson Won't"(잭 톰슨을 위해서, 왜냐면 잭은 기부를 안 할 테니까)라고 추신까지 붙여놓았으며, 기부한 금액의 출처는 온라인에서 '나는 잭 톰슨이 싫어요' 티셔츠를 판매해 얻은 수익이었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가던 이 사건은, 잭 톰슨이 본인을 놀린 페니 아케이드를 엿 먹이려고 관리자를 고소하기도 하고, 미국 부통령에게까지 투고를 하며 지랄발광을 떨었다가 그 과정에서 본인이 옛날에 저지른 온갖 위법 행위들이 적발되며 변호사 자격을 취소당하는 것으로 진정한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