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 하면서 국방비 늘린다고 하는데, 독일군이 국방비 늘려도 좀 아는 사람은 웃음벨일 뿐이다.


왜 그런지 알아보자.



1. 대체 뭘 만들고 싶은건지 모를 발주


독일 산업능력은 훌륭하다.


솔직히 독일 정도의 제조업 역량을 가지는 나라가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보면 손꼽히는 나라도 얼마 없고, 독일보다 제조업 능력이 좋은 나라는 몇몇 나라 이름을 대도 정말 얘들이 독일보다 낫다고? 그게 말이 되나? 수준이긴 함.


문제는 산업 능력이 암만 좋아도 주문을 거지같이 넣으면 거지같은 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당장 미국의 연안전투함만 해도 자동화로 근무 인원을 줄이고 다양한 임무에 대응 가능한 연안전투함을 요구했지만, 근무 인원을 줄여서 승무원 피로는 높고, 이도저도 아닌데 비싸기만 한 배가 되어버렸다.


그럼 독일군이 주문을 거지같이 넣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서 살펴보자.


(1) 푸마 보병전투차


▲ Schützenpanzer Puma


푸마 보병전투차는 원래 독일 연방군의 Neue Gepanzerte Plattform 프로젝트로 개발 시작한 보병전투차임.

NGP는 전차와 보병전투차의 공용 플랫폼으로, 전차와 보병전투차가 함께 전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 목적이었음.

그러니까 한 마디로 중부유럽 전면전에 걸맞는 튼튼한 차체, 강력한 엔진, 강력한 화력 같은 사항이 요구되었지.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독일이 통일된 뒤에 통일 비용이 엄청 들어갔잖아?

군축의 칼날이 휘몰아치면서 신규 사업이 줄줄이 취소되는데(ex. G11 무탄피소총), NGP라고 예산지원을 빵빵하게 받을 리가 있나.

그래서 1996년에 시작한 사업이 1998년에 이미 예산부족을 호소하고 있었고, 결국 2001년에 취소됨. 이때 마르더 2 보병전투차가 프로토타입까지 나와있었는데, 그것도 취소했고, 판터라는 이름의 다른 개발계획도 리스트에 올라왔는데 간 좀 보다가 취소함.


그렇다고 독일군이 60년대 개발된 마르더1을 언제까지 쓸 수는 없잖아?

게다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국제안보지원군에 참여한 독일이 보니까 미국 애들은 신속대응군이랍시고 스트라이커 장갑차니 뭐니 하는 항공 수송 장갑차를 쓰고 있단 말이지?

어차피 소련이 망했으니 전면전 걱정도 없겠다. 저런 항공 수송 가능한 장갑차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독일은 생각하게 됨.


그래서 독일은 새 보병전투차 도입사업을 Neuer Schützenpanzer(NeSPz)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됨.


문제는 여기서부터 사업이 삐걱거린다.

원래 독일군이 개발하던 NGP는 50톤대의 주력전차와 전면전에서 같이 싸우는 보병전투차였고, 이건 독일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다가 취소당했다. 돈 없는데 어쩌겠어. 취소해야지.


그런데 NeSPz는 처음에 항공 수송 가능한 CV90을 사오려고 했거든.


▲ 스웨덴 육군의 Stridsfordon 90. 보통 CV90이라고 불린다. 무게는 23~35톤


무게 23~35톤 사이니까 독일군 수송기에 실을 수 있고.

이미 스웨덴군이 잘 굴리고 있는 기성품이니까 개발비 안 들고, 가격 적절할 거고. 스웨덴이 초호화 무기 굴리는 나라도 아니니까.


여기서 NGP가 취소당한 독일 업체들이 불만을 제기하는거지.


우리가 개발하면 돈 들어서 못하겠고, 국가 예산을 남의 나라 무기 사오는데 쓰는 건 괜찮냐? 국산품 애용해라.


NGP 취소해놓고 남의 나라 무기 사온다는게 사실 좋게 보이진 않잖아?

위에 미군 연안전투함은 결함투성이라 취소하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한거지만, 이건 그냥 돈없다고 그만둔 거에 가깝지, 실패한 건 아니란 말이야. 근데 독일이 기술력이 없는 거도 아닌데, 멀쩡한 국산무기개발 취소하고 남의 나라 무기 사온다? 명치마렵지. 한국에서도 그러면 국산품 애용 드립 나오는데.

게다가 가성비 좋게 만들 수 있다고까지 하는데 어떻게 참아.


그래서 NeSPz 사업이 국산 장갑차 개발로 전환된다. 이게 2002년임.

목표는 2007년까지 신형 장갑차를 도입하는 계획이었고, 실제로 꽤 빠른 시기인 2006년에 프로토타입이 인도되긴 함.

여기서 파워트레인이랑 엔진 계통 문제가 터지면서 07년 도입사업은 09년으로 연기되었고, 추가 개발비용이 들어가면서 처음의 가성비 좋게 만든다는 건 개소리가 됨.


게다가 이 장갑차 스펙을 다른 비슷한 장갑차랑 비교해보면 대체 뭘 만들고 싶었는지 의문임.


(1) 무게는 32톤 이내

사실 이건 꽤 무게가 나가는 거임. 미군이 브래들리 대신 신속대응군용으로 개발한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ICV형이 20톤이 채 안 되고, 105mm 포를 장착한 MGS형도 30톤이 채 안된다. 그렇다고 독일군 수송기가 미군보다 개쩌냐면 그것도 아니지.


(2) 증가장갑 장착 등을 통한 방어력

실제로 푸마 보병전투차는 Level A부터 Level C까지의 장갑이 있는데, Level C는 무게가 43톤이 되지만, IED나 지뢰 등을 방호하는 데는 탁월한 성능을 보임.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IED에 폭죽처럼 터져나가는데, 얘는 승무원 안 죽는 정도까진 버틸 수 있다.

다만 Level C는 항공수송이 불가능해서 신속대응군이라고 파견해놓고 현지에서 장갑 붙이고 작전 나가야됨.


(3) 강력한 엔진

대체 왜 저강도 분쟁에 신속전개하는 차량에 1090마력짜리 엔진을 얹어놨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군 스트라이커는 350마력, 브래들리 장갑차는 600마력, CV90도 550~800마력 엔진임. 증가장갑 붙이는 걸 고려했다고 하기에는 중량 42톤의 전면전용 장갑차인 한화 레드백이 1000마력 엔진에 70km/h 속도임. 그러니까 얘도 전차랑 같이 다니는 전면전용 차량급 엔진을 달아놓은 셈.


(4) NBC 방호 (??????)

저강도 분쟁에 투입하는 차량이라며? 대체 이딴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CV90도 NBC 방호가 가능하긴 한데, 걔는 애초에 저강도 분쟁용을 상정하고 개발된 것도 아님. 냉전 시절에 계획이 잡혀서 기동성, 생존성, 방호력, 화력을 다 챙기는 장갑차가 개발 목표였지.


이런 상황이니 문제가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하다. 푸마 장갑차의 문제는 다음과 같음.


문제1) 가격이 존나 비쌈.

한 대당 가격이 1700만 유로. 한국돈으로 236억이 넘음.

참고로 독일이 원래 사려고 했던 CV90은 각국의 도입 사업에서 차량당 500만 유로를 넘은 적이 없음.

심지어 특별히 CV90보다 더 좋은 것도 없음. NBC 방호? CV90도 됨. 항공수송? CV90도 무게 비슷한데 안될 이유가 없다. 독일군이 쓰는 A400M 수송기는 37t 수송이라 가능함.

그나마 차이가 증가장갑 붙이면 튼튼하다는 거 정도? 그리고 대전차 미사일이 좀 더 달리는 정도? 그게 1200만 유로나 차이날 정도로 비쌀 이유가 있는 건가?


문제2) 알고보니 문제있는 방어력

방어력을 Level C로 올린 거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 방어력 자체는 문제 없음.

그런데 그게 알고보니 무리하게 장갑을 붙인 거였음. 실제로 2013년에 푸마가 보기륜이 늘어나는 (???) 일이 생기는데, 갑자기 보기륜이 늘어나는 건 이상한 일임. 독일군 발표에 따르면 구동계통 문제로 재설계해야 된다고 함. 당연히 이는 비용증가/배치지연으로 이어지는 문제고.

심지어 그 자랑하던 NBC 방호능력도 없었다는게 밝혀짐. 2016년에 해치 결함으로 물이 샌다는 게 밝혀졌는데, NBC 방호 차량에 물이 샌다? 그럼 그게 어떻게 방호가 됨?



(2) 바덴-뷔르템베르크급 호위함


▲ 바덴-뷔르템베르크급 호위함. 만재배수량 7200t급.


이 배도 저강도 분쟁 신속대응용으로 만들어진 배다.

만재배수량은 7200t에 헬기도 2대나 운용가능하고, 고속단정 4척도 탑재할 수 있는 배임.


문제는 이 배, 저강도 분쟁 신속대응용이라기엔 또 문제가 있다.


문제 1) 가격이 너무 비쌈.

건조비용이 6억 5천만 유로. 프로그램 코스트가 아니라 척당 건조비용이 6억 5천만 유로다.

문제는 이 배, 개수를 통해 장착 가능하긴 하지만 VLS도 없다. 독일군의 작센급 호위함은 3척에 21억 유로고, VLS 32셀에 APAR 레이더가 달려있어서 함대방공도 되는 배임. 그런데 씨발 이건 VLS도 없으면서 6.5억 유로라고.

그래. 저강도분쟁 신속대응용이니 무장으로 비교하긴 적절하지 않은데, 비슷한 역할을 바로 옆에 네덜란드는 홀란트급 원양초계함이라고 4척에 5.3억 유로에 굴리고 있다. 배가 크지도 않음. 3천톤급. 이렇게 크고 비싸게 만든 이유가 대체 뭐야?


문제 2) 저강도분쟁 대응용이라기엔 과무장, 전면전용이라기엔 경무장

독일군이 말한 대로 저강도 분쟁에 대응하는 용이라면 애초에 127mm 함포, 하푼 대함미사일, 4면 AESA 레이더 같은 건 필요 없다.

해적이 굴리는 배가 무슨 3천톤급 넘는 이상 되는 정규 군함도 아닌데, 거기다 하푼 쏠 거야? 127mm 함포질 할거야? 결국 부무장으로 달아놓은 27mm 기관포로 교전하게 될 텐데, 이러면 단 이유가 없다.

전면전에도 쓸 수 있는 함이라기엔 소나가 겨우 다이버 감지 소나고, VLS도 없다. 한국의 인천급/대구급 호위함(3000톤급)과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화력인 셈. 이걸로 전면전을 하겠다고? 언제나 전면전 위협에 노출된 한국 배들의 미칠듯한 과무장이 아니더라도 이걸로 전면전은 불가능하다. 전쟁 터졌는데 한가하게 개수하고 있을래?


문제 3) 그래서 항속거리는 길지?

저강도 분쟁 신속대응이라고 하면 유럽이 아니라 중동 등지에 파견되는 걸 걱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절반 크기인 한국군(심지어 얘들은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않는데) 대구급 호위함보다 항속거리도 짧고, 속도도 느리다. 저강도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배라며?

물론 이 녀석은 베이스캠프로 쓰는 배긴 하다. 대 해적, 대 테러리스트 작전에 테러리스트를 파견하는 베이스캠프. 그런데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LPD(상륙수송선거함)를 건조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인력 부족,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면서 전세계 저강도 분쟁에 들이밀겠다고 이딴 배를 만들어서 배치하고 자빠진 이유는 뭘까.



그러니까 발주를 이따위로 하면 독일 산업계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좋은 무기는 안 나온다는 사실.



2. 독일의 한심한심 운용능력


여기서부터는 그냥 쭉 나열하겠다. 너무 문제가 많아서 자세히 적으면 스압 개쩜.


▲ KampfPanzer Leopard 2


한때 최강의 전차, 무적의 레오신으로 불리던 레오파르트2는 지금 후발주자 한국에게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이 잘해서 그런 것도 있지. 있는데 독일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한다.


당장 저 위에 푸마 장갑차에서 언급된 NGP 계획으로 레오3을 만들 예정이었는데, 그걸 취소해버렸다. 그러고는 돈 없다고 개량을 방치해버림. 구세대 사통장치, 구세대 열상장비, 통합전장구현능력 미달 등등의 산적한 문제가 있었다. 이제 와서 개량한다고는 하는데, 먼저 개량하기로 계약한 폴란드에 비싼 비용을 요구하고 납기 지연까지 하면서 열 받은 폴란드는 때려쳤다.


심지어 독일 의회가 쓸데없이 태클 걸면서 생산라인 유지하면서 팔아먹을 기회도 날려먹음. 사우디아라비아가 무려 800대를 사겠다고 했는데, 독일 의회가 태클 걸어서 사업은 날아가고, 독일군이 야심차게 내놓은 레오2A7+ 계획의 가격은 신나게 인상될 예정임. 대량의 개량/도입으로 개발비를 분담할 나라가 폴란드, 사우디였는데 둘 다 나가리 났으니.


위에 언급한 푸마는 유지보수 인력과 예비부품을 운용부대에 안 줘서 고장나는 미친 사례가 있었다. 그것도 2022년에.

https://www.yna.co.kr/view/AKR20230122000300082

하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 기사 첨부함.



▲ Die Panzerhaubitze 2000


PzH 2000은 냉전 종결 이후 군축한다고 만들다 말아서 가격이 폭등함.

그렇게 가격이 폭등하다보니 개량은 꿈도 못 꾸고, 그러다 보니 미친 화력덕후 대한민국 K-9에 점점 따라잡히는 중. K-9 썬더는 무인 포탑 같은 걸 도입해서 PzH2000을 뛰어넘을 계획이 있다.


▲ EC-665 Tiger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개발한 공격헬기 타이거다.

이름은 참 2차세계대전 때 전차 생각나는 이름인데, 성능은 개판임.

https://www.flightglobal.com/australian-government-auditor-slams-tiger-attack-helicopter/121607.article

여기 기사가 구독해야 볼 수 있는 기사인데, 기사를 참조하면 유지비 비싸고, 가동율 낮고, 로켓포드가 오작동하며, 열상장비 성능이 구데기고, 데이터링크도 없음. 사실 개량도 지지부진하고.


독일군조차 슈피겔지 기사(https://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bundeswehr-startverbot-fuer-alle-53-tiger-hubschrauber-a-1280899.html)에서 53대 헬기 중에 11대 운용중이냐고 까는 기사가 있을 정도임.


그나마 최근 나아지고 있는 NH90과 유로파이터는 제외한 게 이 정도다.


장비만 문제가 아니라 KSK에 네오나치가 들어가서 쿠데타 모의하다 적발된 게 2022년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20130#home


이 기사가 2019년 기사인데, 예산만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국가 전략 자체가 개판임.


2014년 이후로 군축을 멈추고, 2018년부터 예산을 증강했다는 나라가 독일인데, 당장 위에 2022년 12월에 푸마 장갑차 사고 사례 있지? 예산 증강하면 뭐하는데? 저러고 있는데. 예산을 그냥 쓰기만 한다고 강군이 되는게 아니다.



3줄 요약

1. 발주 개판으로 하고

2. 운용 개판으로 하고

3. 돈만 쓴다고 국방력이 강해지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