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은 다국적 조사팀의 결론인 해당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하여 일어났다는 전제 하에 설명함.
2. 이 글은 북한이 대한민국 초계함을 왜 공격했는지는 다루지 않음.
3. 이 글은 천안함이 어뢰공격으로 격침된 이후에 발생한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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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안함이란 어떤 함선인가?
▲ PCC-772 천안함. 폭침 3일전인 2010년 3월 23일 촬영된 사진이라고 함.
천안함은 대한민국의 포항급 초계함 4차 사업을 통해 도입된 함선임.
정확한 날짜로는 1987년 7월 24일 진수, 1988년 12월 30일 해군 인도, 1989년 1월 5일에 취역한 함선이다. 그리고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격침되었고.
그렇다면 포항급 초계함이란 무엇일까? 이걸 알려면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용 함선 역사를 알아야한다.
광복 직후에 만들어진 조선해안경비대는 일본 해군이 건조 중에 방치하고 간 배를 완성하고 초계정(Patrol Gunboat)으로 써먹었는데, 이걸 충무공급 초계정이라고 한다. 충무공정, 제2충무공정의 2척이었는데, 원본은 일본 해군의 어뢰운반선이었으니 실제로는 초계정 출신도 아님.
▲ PG-313 충무공정의 모형.
문제는 이 배들은 일본 제국이 패퇴하면서 방치한 배를 대충 땜질해서 쓰는 수준이었고, 무장도 열악했다는 거다.
초기에는 중기관총도 아닌 .30 구경 기관총 정도만 얹어서 쓰는 수준이었고, 이후 14연대 반란사건(혹은 여순사건)을 겪으며 M3 37mm 대전차포를 얹었지만, 이마저도 충무공정과 제2충무공정이 포를 돌려써야 했다.
창군 직후에 미군이 배를 좀 더 넘겨주기는 했지만, 이들은 전부 초계에는 부적합한 소해정, 상륙정 수준이었던 터라 전투함이 필요했던 대한민국 해군이 모금운동을 벌여 배를 사오니, 이 배들이 백두산급 초계함이다.
▲ PC-701 백두산
원본은 PC-461급 구잠함(Submarine Chaser)로, 37mm 대전차포도 돌려쓰던 대한민국 해군 눈에는 만재배수량 450톤에 함수쪽에 3인치 50구경장 양용포, 함미에 3인치 50구경장 양용포나 40mm 보포스 포, 3~5개의 20mm 기관포 등을 달 수 있는 이 함선은 어마어마한 고급 배였다.
다만 실제로 이 함급을 4척이나 도입한 대한민국 해군은 돈이 없어서인지 3인치 포 1문에 중기관총만 썼음.
이 배는 대한해협 해전에서 북한 해군 육전대가 탄 수송선을 격침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리고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대한민국의 자체 해안을 경비와 영해 초계를 위해 함선을 몇 척 더 제공하는데, 이 배들 중에 PCS-1376급 PCS(Patrol Craft Sweeper)가 1952년에 대한민국에 인도되어 수성급 초계정이 된다.
한국 전쟁 이후에도 미국은 한국에 PCE-842급 초계함을 제공해 한국에서 노량급 초계함으로 썼고, Admirable급 소해함은 거진함으로, 오크급 소해함도 신성급 초계함으로 써먹었다.
문제는 이 함선들이 전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건조된 함선이라 70년대가 되면서 슬슬 함선 노후화가 우려되었고, 한국 해군은 자체 건조를 통해 국산 초계함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게 동해급과 포항급이다.
▲ 동해급 초계함 2번함인 PCC-752 수원함.
당시 한국 해군은 울산급의 개발 성공으로 국산 전투함을 확보했으나 울산급은 동해/서해의 초계 임무까지 맡기엔 너무 비쌌다.
그래서 울산급을 기반으로 좀 저렴하고 많이 만들 수 있는 함선을 배치하기로 했는데, 이게 동해급 초계함이다.
하지만 동해급 초계함 1차 계획 이후 추진된 2차 계획에서 함선 성능 향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고, 이에 동해급의 크기를 키우고, 함선 안정성을 높여 건조하기로 해서 우리가 아는 포항급 초계함이 된다.
▲ PCC-762 충주함. 한국형 초계함 3차 사업으로 도입되었다. 현재는 퇴역.
우리가 말할 천안함도 이 한국형 초계함의 4차 사업으로 도입된 함선임.
2. 천안함의 정확한 성능은 어떻게 되는가?
동해급/포항급이 계획될 당시, 대한민국 해군에게 시급한 문제는 북한의 간첩선 침투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미 67년 격렬비열도 간첩선 격침, 69년 1차/2차 흑산도 간첩선 격침 등의 간첩선 관련 사건이 있었고, 71년에는 소흑산도 근해, 75년에는 동해에서 간첩선이 발견되어 격침하는 등 북한 간첩선 침투는 일상적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은 30노트를 넘는 빠른 속도와 간첩선을 격침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장을 갖춘 함선을 원했다.
그래서 탄생한 포항급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경하 : 950톤 / 만재 : 1220톤
최대속력 : 32 knot
주포 : 76mm 오토멜라라 함포 1문 (3차 사업 이후 2문)
부포 : 에머슨 오리콘 KCB 30mm포 쌍열탑재 전동식 포탑 2기 (3차 사업 이후 DARDO 40mm 쌍열 CIWS 2기)
대함유도탄 : MM38 엑조세 2기 (3차 사업에선 미탑재, 4차에선 하푼 Block 1B 2x2기, 5차 이후 해성 2x2기)
대잠무장 : 324mm MK.32 어뢰발사관 3x2기 (5차 사업 이후 KMK.32 3x2 청상어 어뢰 탑재)
어뢰기만 디코이 : 3차 사업 이후에만 SLQ-260KA2 예인형 어뢰탐지기, SLQ-261K 어뢰음향대항체계 (2006년 이후 순차 설치)
수상용 레이더 : AN/SPS-64 (5차 사업 이후 AN/SPS-55, 일부 함정은 SPS-300K)
소나 : AN/SQS-58
탐색/추적 레이더와 전투 시스템, 사통장치 등은 뺐음.
이 스펙에 맞춰 천안함의 성능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설명하면 이렇게 됨.
(1) 강력한 수상 화력
대함 미사일도 최대 4기까지 싣고, 76mm 포 2문에 40mm 기관포까지 달린 막강한 화력
(2) 빠른 속도
최대 32노트의 속도로 간첩선을 추격할 수 있음
(3) 빈약한 대잠/대어뢰능력
AN/SQS-58은 선저소나로, 함선의 자체 소음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
애초에 이 소나는 초기 도입 당시에도 저가형 소나로 알려져 있기도 함.
어뢰 방어를 위한 어뢰음향대항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음.
(4) 빈약한 대공능력
심지어 일부 함선에만 장착한 SPS-300K조차 수면 정도나 감시 가능한 레이더.
DARDO CIWS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이외의 대공 능력은 전무함.
여기까지 알면 천안함이 왜 격침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3. 그래서 결론은?
일단 천안함이 공격을 탐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천안함이 일상적인 초계를 하면서 예인용 어뢰탐지기를 끌고 다닐리도 만무하고 (그물이나 어선에 걸리적거리니까)
자체 소나는 도입시기에조차 염가형이어서 성능이 부족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군의 당시 함선 보유상황을 보면 대잠 능력이 그나마 있는 함선은 이렇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1척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
진짜 이게 끝이다.
인천급/대구급 호위함은 제일 빨리 취역한 인천급이 2013년에 취역했으니 이때는 리스트에도 없었다.
울산급 호위함은 천안함보단 낫지만 대잠/대어뢰 능력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는 건 다를 바 없었다.
그 이하의 함정은 애초에 소나가 없다.
그러니까 처맞으면 격침될 배가 격침된 거임. 거기 함장을 이충무공께서 하셔도 안 되는 건 안됨.
4. 기타 나올 만한 질문
(1) 구축함 뒀다 뭐했냐?
답변 1 : 초계에 구축함을 동원하는 놈들이 미친놈 아닐까?
답변 2 : 애초에 구축함도 존나 바쁘다. 그나마 숫자가 있던 충무공 이순신급은 청해부대 파견까지 나가는 배임.
(2) 왜 배를 이따위로 만들었음?
답변 1 : 1970년대, 80년대 대한민국이 뭔 부자라고 ㅅㅂ 돈 없는데 물량이 필요하면 싸게라도 뽑아야지.
답변 2 : 최신 함선들도 대잠작전 버거워함. 대잠헬기, 해상초계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님.
(3) 그따위로 만든 배를 투입한다고?
답변 1 : 투입 안하면 간첩선이든 납북이든 100% 도발한다. 배 후달리던 60/70년대 대남도발사 찾아봐라
(4) 소나 있었잖아? 왜 탐지 안됨?
답변 1. 소나라는게 레이더가 아니라서 서해 같은 곳은 탐지거리가 더 줄어듬.
답변 2. 배 자체 소리에 소나 탐지능력이 저해됨. ㄹㅇ임.
5. 요약정리
(1) 천안함 대잠능력은 구데기라 잠수함이 노리고 패는 걸 막을 방법은 없었음.
(2) 근데 이 배 계획할 땐 애초에 대잠능력이고 지랄이고 싼 배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음
(3) 앞으로는 잘 해야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