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데 갑자기 윾머챈이 인공지능 그림 얘기로 떠들썩하길래 급발진해서 짧은 식견으로나마 끄적여본다.

그림 인공지능을 전공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개발자로서 글 써봄

일단 조공 짤 하나 투척하고 시작한다.



1. 그림 인공지능의 2가지 줄기

그림 인공지능, 특히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내가 쓴 글이 그림으로 바뀌는 Text to Image임. 대표적으로 StableDiffusion이 있지.


보통 AI짤쟁이들을 비하할 때 프롬프트 잘 조절해서, 속된 말로 클릭 몇 번으로 그림 그린다고 하지? 그런게 다 Text to Image라 생각하면 된다.

클릭하는게 왜 Text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prompt 조절하는 것도 결국 가장 효율이 좋은 Text(=Prompt)를 선택하는 방식이거든.


두번재는 내가 그린 그림이 다른 그림체로 바뀌는 Image to Image임. 대표적으로 침착한 생성모델이 있지.

아니면 최근 유행하는 해리포터+발렌시아도 Image to Image라 보면 됨


이 중에서 논란이 되었던건 Text to Image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을거임. 그러니 이거에 대해서 개발자 나부랭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자.


2. ??? : 그림 인공지능은 인간만큼의 그림을 그릴 수 없고 결국 도태될 것이다!!

약간 혐짤이긴 하지만 예시를 위해서 인공지능 그림의 손 부분을 확대해봤다.


주의하셈





위 그림을 보면 질감, 명암, 그림자 등을 보면 그냥 실제 사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퀄리티지만

결정적으로 손이 많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이건 비단 실사 그림만의 문제가 아님


씹덕 그림체에서도 손삐꾸는 많이 발생한다.


교황이 하얀 롱패딩을 입었다는 가짜 뉴스의 시발점이 된 그림도 마찬가지다. 오른손을 잘 보면 손삐꾸가 된 것이 보인다.


그래서 현직 짤쟁이들이나 화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당당히 들고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간과하는게 있다.


최초의 대중적인 Text to Image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DALL-E가 2년 4개월 전에 출시됐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감히 인간들의 미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그림을 그린 미드저니가 출시됐다.


이제는 그림 AI의 대표격이 되어버린 스테이블 디퓨전이 한 달 뒤에 출시됐고



씹덕짤쟁이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NovelAI가 거의 1달 뒤에 출시됐음.


이게 뭘 뜻할까? 사람들이 "그림 인공지능은 절대 사람의 기술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희망과는 달리

실제로는 불과 1~2년 만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급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 

더 잘 정리된거 여깄다 달리1 이후의 그림ai 행보


이게 과연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국가 규모의 빵빵한 지원 하에 전세계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루어졌을까?

물론 나보다야 몇 배는 뛰어나겠지만 일개 대학원, 연구소에서 순식간에 개발해낸거임.

그리고 지금도 민간 단위, 인공지능 개발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조차도 자기한테 알맞게 인공지능 모델을 선택하고 학습시키면서 발전시키고 있음.



3. ??? : 인공지능이 쓰레기 같은 그림을 그리고 그걸 학습하므로 결국 도태될 것이다!!

이건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어도 말이 안된다는 걸 알겠지만 굳이 설명해드림.


일단 스테이블디퓨전이든, 노벨AI든, 모든 인공지능 모델들은 기본적으로 미리 학습이 완료된 상태로 출시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아무리 일부러 ㅈ같은 그림을 그려도 그게 실질적으로 이미 출시된 인공지능 모델에 적용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도 될거임.


쉽게 이해하자면 당장 챗지피티 켜서 실험을 해보자.

니가 아무리 챗지피티를 조교해서 냥체를 쓰는 음탕끼순이NTR추종자봇을 만들어도

NewChat을 쓰는 순간 음탕끼순이NTR추종자 챗봇과 별개의 새로운 챗봇이 만들어지는걸 알 수 있을거임.


음탕끼순이NTR추종자 검색하니 나온 짤


이것만 보더라도 아무리 짤쟁이들이 악의적으로 쓰레기같은 그림을 그리더라도 이미 출시된 모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거임.


그러면 그림ai들은 도대체 어떤 그림을 가지고 학습할까?

당연히 개발자들이 선택한 좋은 그림이겠지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언정

실패한 그림으로 학습할 확률은 거의 없다는 뜻임


따라서 일부가 주장하듯이 "그림ai는 쓰레기 같은 그림을 많이 만들고 그에 따라 쓰레기 같은 그림체를 학습할거임 ㅋㅋ" 따위는


그런건 없다 게이야 ㅋㅋㅋㅋㅋ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있을 수가 없다 게이야 ㅋㅋㅋㅋㅋ




라고 100%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위의 얘기를 쉽게 비유하자면


인공지능 모델은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이를 파인튜닝(미세조정)이라 하는데 최근 나오는 대다수의 AI들이 사용자가 직접 구성한 데이터셋을 가지고 모델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파인튜닝 API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ChatGPT을 포함한 자연어 인공지능을 주로 파인튜닝해보고

그림 AI는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하려면 할 수 있을것이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스테이블디퓨전 소스코드에서 본인이 준비한 그림(데이터셋)을 왕창 학습시키면 그게 파인튜닝이거든.


그러니 AI가 실패한 그림을 그러모아서 학습시킨다면 실패한 그림만 그리는 ai를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다시 말하자면, 그림ai의 약점만 집중적으로 학습시킨다면 금방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림ai는 현재의 모든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것이다.

만약 그림ai 개발자가 "아 그거 불가능 ㅋㅋ"이라고 한다면

그건 기술적으로 불가능이 아니라 돈이 안되서 혹은 양심에 찔려서 아니면 저작권 법 때문에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함.


물론 지금 당장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한계가 찾아온 분야도 있지만 ㅋㅋㅋㅋㅋㅋ



4. ??? : 인공지능 그림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하는 바임.

아무리 인공지능 개발자라 하더라도 그림ai는 작가의 창의력이 온전하게 들어갔다고 하기는 힘들지.

말이야 프롬프트니, 기술적 문제니 했지만 결국 펜을 들고 직접 그리는 것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노동력이 들어간 것도 맞긴 함.


이 정도 수준의 그림?을 순식간에 몇 번의 클릭질로 뽑아내는게 그림ai인데

하물며 CFG가 높아질수록 미소녀가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음.


그런데 재밌게도 최근 이와 관련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새벽의 자리야" 사건


미국의 한 작가가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화를 그린거임. 즉, 얘는 펜 한번 들지 않고 만화를 그려서 팔았음.

그림ai로 만화를 그려서 돈을 받고 팔앗다고 하니 당연히 저작권 시비가 붙었지.

결과는 "그림에 대한 저작권은 ai한테 있음. 따라서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없음. 대신 스토리 저작권은 인정함" 이었음


기존 만화가들에게 있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지. 하지만 인공지능 만화에 대한 도전이 여기서 끝일까?



5. ??? : 인공지능 그림이 기존 작가들을 대체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저작권 문제와는 달리 2023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재팬에서 공개한 개와 소년은 배경 작화에 당당하게 AI를 집어넣었고


미드저니로 그린 만화 사이버펑크 모모타로가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함


corridor라는 유튜버팀이 만든 가위바위보 애니는 세계 각국의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음.


그나마 화제성을 띈 작품들만 해도 이정도이고, 이미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만화 커뮤니티도 꽤나 활성화됐음.

국내 ai챈 수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아예 작가를 자칭하며 만화를 연재하는 중임.


그럼 작가들이 과연 그림ai를 무조건적으로 적대시할까??

네이버 웹툰은 만우절마다 웹툰 썸네일에 재밌는 장난을 치는걸로 유명함.

그런데 올해에는 인공지능 그림으로 썸네일을 그렸지. 이것만 봐도 일단 네이버 웹툰은 그림ai를 터부시하는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음 애초에 국내 만화 웹툰 ai쪽으로는 네이버가 압도적이지만 ㅋㅋ


그렇다면 현역 작가들은?

솔직히 내가 보기에 이 사람들은 관심은 있지만 대중의 비난이 무서워서 못쓰는게 많을거임.


이 때도 많은 사람들이 "돈 주고 보는 웹툰인데 왜 우리가 그림ai를 봐야하냐"면서 논란이 상당했음.

이에 작가는 "궁금해서 써봣음 ㅋㅋ"라면서 무마했지만

내가 보고자 한 건 현역 프로 작가들도 어쨋든 그림ai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거임.

사실 당연한거지. 잘만 학습시키면 본인 업무가 급격하게 줄어들텐데 ㅋㅋㅋㅋㅋ

자동사냥 키가 바로 앞에 있는데 노가다에서 벗어나고 싶은건 인간의 본능 아니겠음???


근데 이건 젊은 작가니까 그런거 아닐까??


2020년 일본에서는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그림체와 스토리텔링 방식을 학습시켜

순수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게 하는, 일명 "파이돈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음 (물론 인간이 많이 보조했겠지만)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이현세 작가님도 자신의 그림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는 이현세ai 프로젝트를

작년 말부터 시작하셨음.


이런 것만 봐도 작가, 관련 종사자 할 것 없이 ai가 만화를 그린다는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즉 짤쟁이들 중에는 "내가 밥벌이를 인공지능에게 뺏길 수는 없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짤쟁이들 중에는 "그림을 오지게 잘그리지 않아도 짤쟁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건가?"라고 생각하는 거지



6. 그래서 이 새끼는 하고싶은 말이 뭐야

보잘 것 없는 개발자이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림ai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음.

그림ai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발전할거임. 그렇게 되면 진지하게 경쟁력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그저 씹덕 그림체 하나만 파던 짤쟁이들은 도태되겠지.



하지만 "새벽의 자리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직 인간 고유의 창작성의 영역까지는 들어오지 못했음(물론 이것도 chatGPT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ai가 자작 스토리를 만들고 있어서 시간문제임)


따라서 앞으로의 짤쟁이들은 그림ai를 인정하고 직접 써보면서 이걸 어떻게 써먹을지, 혹은 자신이 이것과 다른 어떤 무기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지.


너무 원론적인 얘기지만 암튼 결론은 "노오력을 해라"라는 거임. 엘프화가님의 "AI의 영향과 웹툰작가의 생존전략"

엘프화가님의 강의 ppt


만약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개 짤쟁이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라면

엘프화가님의 강의 ppt 초반 부분이라도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한 3분만 투자하면 그래도 감이 올거임.


이상 개발자 나부랭이의 그림ai에 대한 사견이었음.

글을 쓰다보니 그림 그리는 작가들에게 정작 문제되는 부분은 달랐을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쨋든 기술의 흐름은 막을 수 없고 그 안에서 생존전략을 빨리 찾는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겠지.


사진이 등장해도 아직 그림쟁이들이 살아남은 것처럼

그림ai가 유행해도 그에 순응하거나, 혹은 살아남는 그림쟁이들이 생기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