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다가오지 말라고 앙앙 짖던 개에게 사내는 기어코 투박한 손을 뻗었다.
두 눈 질끈 감고 사내의 거친 손을 물었지만 사내에겐 무시해도 될 정도 였으리라.
아니면 공격할 의사는 아니고 자신의 영역에 다가오지 말라는 의사표현이었을 것이다.
달 빛 아래 시커먼 사내의 실루엣이 웃었다.
아니 웃음소리에 흔들렸다.
두 눈 가득 눈물을 채우고 바라본 사내의 흔들린 실루엣은 눈물탓인지 웃음소리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눈물 탓이었으리라.
따사로운 햇살 쬐던, 주인이 주던 밥을 먹던 자신의 개집 앞, 유일한 자신의 공간을
낯선 사내에게 내주고 말았다.
짖어도 안 되고 물어도 안 되고 두 눈에 가득찬 눈물이 흐를 때 패배를 예감했으리라.
개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낮게 웅크렸다.
달빛 밝은 어스름한 새벽이었다.
이윽고 사내는 개집 안으로 손을 뻗었다.
- 경험담 -
가제 : 겁 많은 남의 집 강아지
낯선 이에게 내어주지 않는 소중한 속살을 헤집고 들어오는 투박한 손을
거부하는 저항따윈 가볍게 제압하자 유일한 희망은 주인님뿐이었다.
주인님을 부르고 또 불렀다. 사내의 손길은 민감한 부위만을 골라 더듬고
또 더듬었다.
처음 저녁밥을 먹고 손질해 둔 나의 털들이 ...전부..복실복실해져버렷..
주인님이 오셨다. 주인니뮤...
"아~야 아가. 개 닳겄다... 빨리 들어가 자야지 서울갈라믄."
"네 할머니 "
- 경험담 -
부제 : 할무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