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을 못 쓸 정도로 멍청한 영국인들도


돈 계산만큼은 10진법이 아닌 12진법, 20진법으로 할 줄 알았던 걸 보면


역시 다른 방면에서 머리가 비상한 면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10진법 도입 이전의 영국에서 사용된 동전 단위를



가장 작은 단위의 동전인 파딩(Farthing)


1/4 페니다. 왜 1/4이라는 해괴한 단위가 등장했냐면 과거 금-은본위제의 영향이 남아서 그럼

당시 동전의 가치는 그 동전을 주조하는 데 들어간 금, 은의 양에 비례했는데

그러다보니 동전 액면가보다 적은 금액을 거래해야 할 경우, 동전을 말 그대로 '쪼개서' 사용했기 때문


그래서 1/2, 1/4 단위의 동전이 생겨난 건데

영국에선 그것이 파딩으로 이어졌다



하프페니(Half Penny). 말 그대로 0.5 페니다.

이건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위니까 생략한다.



1페니. 우리로 치면 1원 동전 같은 느낌

지금도 페니라는 단위는 영국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음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12진법의 미학. 3펜스 동전

12펜스 = 1실링이기 때문에, 3펜스는 1/4실링의 가치를 지닌다.



6펜스. 이게 0.5실링이다. 

0.5실링이라고 하니 10진법에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5펜스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12펜스 = 1실링이기 때문에 0.5실링은 6펜스다.


참으로 괴랄한 화폐 단위가 아닐 수 없다




드디어 1실링(Shilling). 12펜스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단위다

이 실링 동전이 20개 있으면 1파운드가 된다


여담으로 1970년 십진법 화폐로 통화개혁을 할 적에

동전 교환비를 1파운드 = 20실링 = 100펜스로 정했는데

그에 따라 1실링 = 5펜스 동전으로 승계돼 주조되었음



2실링. 보통 플로린(Florin)이란 단위로 불렀다

이름의 유래는 플로린 은화. 즉, 과거엔 진짜 은으로 만든 동전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흔하지 않지만 2단위 화폐는 외국에서 상당히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20실링 = 1파운드기 때문에 플로린은 0.1파운드가 되는 셈이다.


10진법 통화개혁 이후에는 10펜스 동전으로 승계됨



그리고 여기에서 또 나오는 1/4 단위 동전 - 하프 크라운(crown)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크라운은 5실링 동전을 부르는 명칭임


그 5실링을 절반으로 나눈 것이 바로 하프 크라운인데

즉, 2.5실링 = 2실링 6펜스 동전이 된다


하프 크라운의 크기가 대략 500원 동전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하는데

크라운 동전은 너무 부피가 크고, 또 액면가도 높아 발행이 잘 안 되다 보니

사실상 하프 크라운이 일상에서 사용된 동전 중 최고액면가를 지니고 있었다 할 수 있겠다



크라운. 5실링 동전이다. 파운드-실링-페니 체계에서 발행된 가장 비싼 동전.


위에서 말했듯, 크기가 굉장히 크다. 거의 4cm에 육박한다. 그래서 무겁기까지 하다


10실링부터는 지폐로 발행되고 있었는데, 당시 1파운드가 지금 돈으로 치면 3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이니

5실링 동전은 7500원 정도 되는 고액 주화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상하게도 영미권에선 우리나라의 500원에 해당하는 동전이 인기가 없고

1/4 단위 동전이 널리 사용되고 있음

미국이나 캐나다의 쿼터 달러가 대표적인 사례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그런지, 크라운 동전은 기념주화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통용되지 않았다고 함

가령 10실링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 5실링을 받을 일이 생긴다면, 하프 크라운 동전 2개로 갈음하는 식.




이런 끔찍한 화폐 단위를 사용하고서도 세계 정복을 이뤄낸 걸 보면

사실 영국인들은 젓가락만 못 썼을 뿐, 실은 가장 머리가 비상한 종족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