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nt Matches

타버린 성냥


눈 쌓인 어느 촌동네...

주인공은 눈밭을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집에서 더 먼 곳을 가보고 있던 주인공은

눈밭에서 이상한 걸 발견하게 된다



눈 속에는 웬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인공은 빛이 나오는 틈새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자세히 보니 웬 화면이 옅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직 작동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화면은 오랜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알아들을 수 없는 괴문자와 화이트 노이즈만을 뿜을 뿐이었다



그 때, 텅 빈 화면에서 눈을 돌려 다른 쪽을 보니 눈 속에 웬 문이 파묻혀 있는 것을 발견한 주인공

주인공은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문 겉면은 말라비틀어진 라일락과 얼음투성이였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듯 하다

문에는 웬 이상한 동그란 도형이 새겨져 있었다

주인공은 잠시 고민했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안에는 복도가 있었다



복도에는 라일락 조각, 거친 콘크리트 벽, 분필 자국, 콘크리트 조각, 그리고 왕관을 쓴 작은 목각인형이 있었다.

왕관이라... 아무래도 보물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계속 복도를 걸어 나가자 콘크리트와 곰팡이 냄새가 진해지고, 공기가 무거워진다

점점 축축해 지는 것이 느껴지고 나무 뿌리가 콘크리트를 벗삼아 밑까지 내려와 있다.

히아신스 조각이 놓여 있고 콘크리트의 곳곳이 깨져 있으며 웬 붉은색 바위도 보인다

주인공은 계속 걸어나가 보기로 한다


새의 뼛조각, 익사체가 그려진 카드같은 살벌한 물건들을 지나 복도의 끝에 다다르니 한 줌의 빛이 문을 비추고 있었다

주인공은 또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웬 방이 하나 나왔다

의자와 책상이 있고, 어두컴컴했던 복도와 달리 천정에는 전등도 있었다

액자는 뒤집어진 채 책상에 놓여 있었고, 벽에는 시계가 걸려 있었다

퀴퀴한 냄새의 산들바람이 환풍기를 타고 잔잔하게 불어오지만, 웬 작은 뼈다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 산 지 꽤 된 곳으로 보인다.


방의 한 구석에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옆에는 밖에서 본 것과 같은 모습의 화면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문자 대신 그림들이 잔뜩 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주인공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자세히 보니 일부 그림들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퍼즐인가 보다



붉은 색으로 빛나는 그림을 몇 개 터치하니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 층계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주인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층계참을 걸어 나간다

층계참은 매우 깊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서였을까, 주인공은 층계참 끝에 도달한다

층계참 끝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또 다른 방이 나왔다

낙엽, 나무 조각, 담배꽁초 등 잡동사니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멀리서는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옅은 빛이 방을 비추고 있다


춥다, 아주 추운 날씨이다

썩어 문드러진지 오래되어 백골만을 훤히 내보이고 있는 쥐들이 무성히 누워 있다

어디에 쓰는 지 모를 단추는 벽에 매달려 하염없이 시간만 축내고 있다


방 한 구석에는 역시 화면이 있었다



하지만 화면은 역시 못 알아들을 이야기만 전하고 있었다

알아듣지도 못할 말만 몇 번에 걸쳐 전하는 화면에 주인공은 싫증이 났는지 대충 넘겨버린다



화면을 다 넘기니 문이 열렸다

문을 여니 오래된 조명이 주인공을 간신히 비춘다



문 안에는 또 다시 끝이 없어 보이는 내리막길이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광대한 콘크리트 벽과 끝없는 어둠이 주인공을 반긴다

내리막길은 땅 속으로 점점 파고들어만 가고

태양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생각될 무렵

내리막길 끝에서 문 하나가 주인공을 맞이한다



이번 방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오니 온 사방이 물이었다

비록 냄새가 나고 언제부터 차 있었는지 모를 똥물이었지만

호기심은 주인공을 이끌고 물 반대편에 보이는 화면으로 인도하였다

다행히 어렸을 적에 수영을 배워 놓아서 반대편 스크린 쪽으로 간신히 몸을 옮길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이, 화면은 못 알아들을 말만 전하고 있었다



근데 이번엔 뭔가 이상했다

이전에는 끽해야 터치 몇 번이면 수신을 종료했던 스크린들이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긴 장문으로, 몇 번에 걸쳐 메세지를 수신하고 있었다

메세지를 전부 다 넘기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루한 시간 끝에 스크린을 다 넘기자

화면 근처에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자

아주 깊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앞에는 다른 화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화면은 상태가 더 안좋다

안 그래도 못알아볼 글씨는 계속 깜빡이고

수시로 문자가 지워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화면을 간신히 넘기자

옆에 있던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이끼와 녹이 가득한 문이 힘겹게 스스로를 움직였다

문 안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어둠 속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땀 젖은 얼굴을 붉게 비춘 횃불이 있은 이래

서릿발같은 침묵이 동산을 덮은 이래

돌밭에서의 고뇌를 겪은 이래

아우성 소리 울부짖는 소리가

감옥과 궁궐과 잔향

먼산을 넘어오는 봄 천둥의 울림

살아 있던 자는 지금 죽었으며

살아 있던 우리는 지금 죽어 가노라

조금 버티다가



문은 잠겼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본 주인공은 마지막 문을 열었다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이 파편들로 나는 나의 폐허를 버텨왔노라








주인공이 사는 곳은 황무지가 되고 말았다




문에 새겨져 있던 도형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구체의 형상



다름 아닌 방사능 주의 마크였고


주인공이 복도를 걸어오며 보았던 그 살벌한 그림과 물품들도

주인공을 방해하던 물바다도 전부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못 알아들을 화면 속의 그 깨진 글자들마저도

선대 인류가 어떻게든 이 곳에 접근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겨 놓은 것이었다


주인공이 들어간 곳은 거대 핵폐기물 저장고, 온칼로 (Onkalo)

주인공의 호기심은 결국 세계를 독과 오염으로 뒤덮었다






위의 게임 Burnt Matches는 Pippin Barr가 만든 웹 텍스트 게임으로 여기서 플레이해볼 수 있다

게임의 주제가 된 핀란드의 온칼로(Onkalo)는 실존하는 지역으로, 핀란드어로 '은둔자', '숨겨진 곳'을 뜻한다

여기는 실제로 지하 500m 밑에 핵폐기물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금 출입금지인 것은 당연하거니와 앞으로 10만년 후 미래, 문명 사회가 전부 붕괴하고 현대 인류의 모든 것이 잊혀졌을 그 시기까지 전부 대비하여 현재도 열심히 건설하고 있는 핵폐기물 보관 시설이다


그렇다 사실 출입금지 시리즈 번외편이다

어그로 끌려고 게임글로 식품위장했다 미안한데스



온칼로 폐핵연료 저장고 - 핀란드, 에우라요키

(Onkalo Spent Nuclear Fuel Repository, Onkalo Ydinjätteen Loppusijoitustila)


온칼로가 세워지게 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온칼로를 갖고 있는 핀란드는 대충 1983년부터 원전 4기 정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람이 밥을 먹으면 똥이 나오듯이

원전도 가동을 하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방사능 똥쓰레기를 대충 처분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핀란드 정부는 이 똥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적합한 환경을 찾아 10년간 핀란드 여기저기를 지질조사하며 다녔는데

고군분투 끝에 총 4곳, 에우라요키, 로비사, 쿠모, 아아네코스키의 4곳이 선정되었고

이들 중 남부 핀란드의 해안도시 에우라요키 (Eurajoki)가 2000년 온칼로 건설지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핵시설이 동네에 지어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하게 들릴수도 있다

님비현상이 뒤지게 심한 느그나라와 우리나라는 물론 구라파도 그 예외는 아니다

지금도 원전 건설하겠다고 하면 주민들이 환경단체를 끌고 와서 시위를 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환경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미지의 독일에서도 바커스도르프(Wackersdorf)라는 동네에 재처리 공장을 지으려다가 동네 사람들이 화염병과 쇠몽둥이를 들고 나와서 1980년대 내내 시위를 하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고 끝난 적이 있다

지금은 핵발전소 예정 자리에 시위대가 기념 건물을 지어 놨다


빌(Wyhl)이라는 동네에서도 원전을 짓겠다고 하다가 지역 주민들의 헬프요청을 받은 환경친화도시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발 3만명의 시위대 대군세가 빌을 점령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며 흐지부지 되었다

 

재처리 공장과 핵발전소가 이 모양인데 핵폐기물 저장소를 짓는다고 하면 당연히 주민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그린피스 할애비까지 들고 와서 시위를 할 것이 뻔하다


특히 온칼로 건설지가 정해진 2000년은 초르노빌 원전이 대폭발을 일으킨 지 10여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던 때이다

그 끔찍한 사건을 전 세계 사람들이 라이브로 보고 그 사건의 여파로 소련이 뒤져버리는 것까지 직관했으니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질 만도 하다


핀란드 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책을 세우고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에우라요키 주민들에게 다가가서 적절한 소통을 나누고, 모든 건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들였고

에우라요키 주민들도 이에 수긍하여 올거면 아예 원전 새거나 동네에 좀 세워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에우라요키의 주민은 1만명도 안 되고 온칼로가 지어지는 올킬루오토(Olkiluoto) 섬은 수백명 정도 주민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리하여 온칼로는 드디어 2004년 첫 삽을 뜨게 된다

이 동네에 존재하는 18억년 전 생성된 화강암 지층을 기반으로 건설되며, 10만 년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화강암은 안 그래도 뒤지게 단단해서 이를 5km나 뚫어 내니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1만~6만년 후에 지구에 9만년동안 이어질 빙하기가 찾아온다고 하는데

온칼로는 이 빙하기에 대한 대책까지 철저하게 마련하여 건설 중이다

또한 촘촘한 점토들을 이곳저곳에 발라다가 지진과 지하수 유출을 대비하기도 했다



그 단단한 암반을 수직 500미터 정도 뚫고 들어가니 웬만한 굴착 장비로는 택도 없는 위치일 것이다


무식하게 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방사능 폐기물 처리를 위한 추가 연구시설도 같이 공사중이며 처리 방안이 마련되면 처리 시설을 같이 마련할 예정이다

그래서 2020년부터 100여년 간 6500톤 가량 방사능 폐기물이 이 온칼로에 저장, 2100년경 영구폐쇄를 목표로 지금도 추가 터널들을 뚫고 있는 중이다

영구 폐쇄 이후에는 존나 두꺼운 콘크리트로 입구를 밀봉해버린 후 완전히 저 깊은 땅속으로 묻히게 되고, 이 일대는 온칼로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온칼로가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처럼 '위장'하게 된다.

온칼로 폐쇄 후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곳에 다시 돌아와 집도 짓고 빌딩도 짓고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단다




근데 문제는 온칼로의 목표 자체이다

온칼로의 메인 목표는 10만년간 끄떡없을 시설을 짓는 것이다


단단하고 존나 깊고 아무튼 그런건 뭔지 알겠지만 문제는 또 사람이다

우리는 미래의 인류를 잘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지구에 출현한 게 10만년 전이고

구석기 시대가 끝난게 최대한 늦게 잡아야 1만 5천년 전이며

제대로 된 인류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메르가 출현한 게 기원전 4500년경이었으니 인류의 문명 역사는 꼴랑 6500년 정도 남짓이다


이 정도인데 앞으로의 그 10만년간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막말로 위의 게임처럼 웬 모지리가 들어와서 핵폐기물이 있는 곳까지 접근할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류가 다 뒤진 후 문명이 다시금 싹트면서 우가우가 상태로 돌아가

핵폐기물이 뭔지도 모르는 뉴-원시인들이 저장고 속에 들어올 수도 있고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스캐빈저들이 뭐라도 털어먹을게 없나 싶어서

핵폐기물이 있는 저장고까지 내려올 수도 있고



외계인들이 침공해서 인간을 조질 확실한 물건이 있다면서 핵폐기물을 한움큼 들고 나갈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별 일도 없고 나름대로 발전한 미래에서 다 같이 뒤지자며 테러 집단이나 불량국가가 이 온칼로를 뚫어버리고 핵폐기물을 꺼내와 더티밤을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고대 이집트 시절 그 난다긴다 하던 파라오들의 무덤도 저주문도 쓰고 트랩도 쓰고 겁나게 큰 화강암 문짝도 써 가면서 어떻게든 보안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대부분은 현대, 근대는 커녕 고대 이집트가 끝나기도 전인 이집트 제1중간기, 그러니까 기원전 2000년경에 이미 도굴꾼들이 씹고뜯고 골수까지 쪽빨아먹고 간 상태였다

그 개좆밥 투탕카멘의 무덤 발견이 '우와 도굴이 하나도 안되있네용'라는 사실 하나로 유명해졌고, 그 투탕카멘 부장품들도 영길리 놈들과 아랍 이집트놈들이 싹 털어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리고 투탕카멘 무덤도 실제로는 털려 있었다. 털린 티가 안 나서 그렇지...


비단 이집트의 역사만 아니라 인류 곳곳이 다 이 모양이었다. 근대 중국 군벌들의 주 수입은 황족 무덤 도굴이었고, 지금도 페루 나스카의 그 사막 모랫덩어리밖에 없는 고대 원주민 무덤들에도 도굴꾼들이 꾸준히 출석체크를 하고 있다

현생 인류들도 이 모양인데 핵폐기물이 뭔지도 모르는 후세 인류라고 다를까?

다른 것도 아니고 방사능에 쩔은 똥쓰레기를 밖으로 가져온다면 그야말로 후세에 대참사가 생길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온칼로 건설자들은 여러가지 꾀를 내었는데

방사능의 방자도 모를 후세 인류들을 위해 존나게 무서운 인상을 주는 것이다

게임에서 나온 익사체 그림이나 왕관 쓴 목각인형이 바로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런 푸씨같은 방법 말고도 사진과 같은 뒤지게 무섭게 생긴 가시탑 가시벽들을 완공 후 근처 여기저기에 배치하는 방법도 고안되었고




뭉크의 절규 같은 임팩트 쩌는 회화를 이용하여 겁을 주는 방안도 고안되었다



스카이림마냥 미로와 트랩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요


기존에도 많이 사용하던 방사능 표지판들은 당연히 기본 출두다


위에 거는 여러 가지 방안들 중 일부이고, 현재 가장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4단계 마커 시스템이다. 이게 어떻게 되어 있는 건가 하면...




1. 존나 큰 비석에다가 UN 공용어들과 각종 상형문자를 이용하여 온칼로에 대한 정보를 적어 놓고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온칼로가 묻혀있는 깊이의 중간쯤에 묻어놓을 계획이라 한다



2. 거대한 화강암 벽을 지어다가 온칼로의 입구를 막는다. 



3. 2의 화강암 벽이 뚫릴 것을 대비하여 콘크리트 벽을 하나 더 만들어놓고 현존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문자와 언어로 경고 메시지를 적어 놓는다



4. 온칼로 깊숙한 곳으로 통하는 방은 일부러 숨겨 놓는다. 일단 방의 겉은 자갈, 화강암, 콘크리트로 도배를 해 놓는다. 어떻게 이 3중벽을 뚫고 들어왔을 경우를 대비해서 방 안에는 여러 가지 정보를 담아 놓는데 10만년동안 들어오지 말라고 천체 달력을, 니가 만지면 좆될 물질들이 여기 들어있다고 주기율표를, 그리고 프로젝터를 자체 전력 시스템에 연결해서 만약 이 방에 침입자가 들어올 경우 경고 메시지와 경고음이 울리게 한다.


또한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방사선 피폭으로 참혹한 몰골이 된 동식물들과 인간의 모습, 기타 온갖 혐짤들을 사방에 상영하여 침입자에게 공포감을 준다.



4단계도 최종 무시하고 들어가면 뭐... 고대 방사능 똥쓰레기와 조우하고 뒤지는 일만 남은거다



보면 미래 인류가 마냥 빡대가리일 것은 아니라고 상정하고 여러모로 힘써서 대처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어느 정도 문명이 남은 인류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이 많기도 하다

어떻게든 오지 말고 좀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남기려는 그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근데 이것도 자세히 파고들면 문제점이 꽤 많다

후대 인류가 천체 달력과 주기율표를 모르면 어찌할 것이며, 지금 사용하는 문자와 상징들이 그 때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자체 전력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내부의 트랩들이나 경고가 오히려 후대 인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면?

오히려 온칼로를 훌륭한 고대인들의 유적으로 여겨서 탐사를 시작하게 된다면?



물론 저 지랄들을 마주하려면 존나 단단한 콘크리트와 그거보다 더 단단한 화강암 벽을 뚫을만한 기술력이 있어야 하므로 별 큰 의미는 없는 걱정이긴 하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면이 있는 것도 맞아서 프로젝터 대신 보이저 1호에 실려 있는 골든디스크같이 별의 별걸 다 집어넣어 보는 건 어떨까요~ 하는 정도에서의 고민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온칼로 건설자들은 어떻게 직관적으로 후대인들에게 이 곳에 접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길지 열심히 생각 중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에게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서...












아 맞다 참고로 Burnt Matches에는 해피엔딩도 있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그냥 집에 가면 된다

애초에 이따위 곳은 안 가는 게 정답이었던 것이다


봐줘서 고맙다


1편 https://arca.live/b/singbung/85737757

2편 https://arca.live/b/singbung/85860274

3편 https://arca.live/b/singbung/86345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