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본문의 내용은 다소 자극적일 수 있음**


바다의 신 에기르는 맛있는 꿀술을 잘 빚기로 유명했음


이 때문에 툭하면 신들이 에기르의 바다 궁전에 쳐들어와서 만들어둔 꿀술을 털어다가 연회를 즐기곤 했음


그리고 발두르가 죽고 부활마저 실패한 뒤, 신들은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또다시 에기르네에 놀러가서 술독 뚜껑을 따기로 했고, 이번엔 평소보다 술이 좀 더 필요했기에 아예 전쟁의 신 티르가 아버지인 요툰 히미르에게서 받아온 거대한 술독을 공수해와 만들면서 먹기로 함


그리고 가장 술을 많이 퍼마시는 토르는 라그나로크 전에 미리 거인 개체수를 조절하려 동쪽으로 떠나있었기에 연회에 좀 늦게 되었음




그렇게 시작된 연회에서 에기르는 모인 신들을 대접하도록 시종들을 내보냈고, 이들의 접객은 완벽에 가까운 것이어서 신들은 잠시나마 슬픔을 잊고 그 기예에 찬사를 보냈음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이게 아니꼬웠던 인물이 있었으니

또 장난의 신 로키였음


로키는 신들이 슬픔을 잊은 것에 심사가 뒤틀렸고, 갑자기 급발진해서 시종들 중 하나인 피마펭을 살해해버리고 맘


신들은 갑자기 접대의 관습을 어기고 칼부림을 벌인 로키의 모습에 크게 성을 냈고, 파티를 망친 눈새는 그 길로 신들의 손에 들려 숲 한가운데 던져짐


신들은 다시 돌아와 잡친 기분을 풀기 위해 다시 술잔을 기울였고, 버려진 파망눈은 포기하지 않고 연회장으로 돌아옴




파망눈 로키는 마침 연회장 바깥에 나와있던 에기르의 시종 엘다르에게 말을 걸어 함께 신들을 욕하자고 제안하고, 엘다르가 이를 거부하자 그대로 연회장 문을 열어제치고 들어가서 접대의 관습을 요구하는 뻔뻔한 짓을 함


로키의 요구에 시와 웅변의 신 브라기가 파티를 망치는 눈새가 앉을 자리는 없다며 퇴짜를 놓았지만 로키는 그를 무시한 채 오딘에게 '의형제를 맺을 때 했던 약속(술을 마실 때 항상 함께하자는 것)'을 들먹이며 자신의 자리를 요구함


오딘은 어쩔 수 없이 로키를 원래 자리에 앉도록 했고 로키는 술잔을 들어 모든 신에게 경의를 표함, 브라기만 빼고


로키가 제대로 삐졌음을 직감한 브라기는 로키가 다시 파티를 망치기 전에 얼른 달래려고 자신의 가장 훌륭한 보물들을 선물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한번 풀리기 시작한 로키의 혀놀림은 멈출 줄 몰랐음


그렇게 로카센나라고 불리는 로키의 디스랩이 시작됨




첫 번째 타겟은 돌아온 로키를 쫓아내려 했던 브라기였음, 로키는 브라기가 '주둥아리만 나불대고 전쟁터에서는 꽁무니를 빼는 겁쟁이'라며 조롱했고, 이에 브라기가 목숨이 아까우면 그만하라고 위협하자 입만 털지 말고 덤비라며 도발함


진짜 싸움이 터질 듯하자 브라기의 아내인 청춘의 여신 이둔이 그냥 로키에게 말을 걸지 말라며 남편을 말리고 나섬, 그리고 로키는 그렇게 나선 이둔을 '제 오라비 목을 날린 놈이 좋다고 결혼한 색정광'이라고 모욕함


이둔은 그냥 로키를 무시했지만 대지의 여신 게피욘*은 로키가 운명의 장난에 놀아난 줄도 모르고 입을 놀린다며 한숨을 쉬었고, 로키는 그런 게피욘에게 '목걸이 하나 얻자고 예쁘장한 애새끼한테 가랑이 벌린 년이 말이 많다'며 반격함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오딘은 로키를 말렸고, 로키는 그런 오딘에게 '운명을 본다는 전쟁광 놈이며 신의 선물을 아무한테나 뿌리는 병신 노친네'라고 욕함


오딘은 자신의 실수들을 인정하면서도 로키가 계집애같이 찡찡댄다고 반격했고, 로키는 그에 '인간계에서 세이드(방중술)**나 배우며 어기적거리고 다닌 놈이 사내다움을 논하냐'며 더 큰 모욕을 가함


보다못한 가정의 여신 프리그가 옛 일은 묻어두고 연회를 좀 즐기자며 타이르자 로키는 프리그의 면전에서 '남편 몰래 시숙과 놀아난 년은 닥치라'고 내뱉음, 이에 프리그가 발두르만 살아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한탄하자 로키는 자신이 발두르를 죽게 했다고 만천하에 떠벌림


프리그가 충격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가 대신 나서서 로키를 잘못도 반성하지 못하는 미치광이라고 비난했고, 로키는 그런 프레이야에게 '아홉 세계의 모두와 한번씩 한 것도 모자라서 제 오라비와 붙어먹은 년'이라고 희롱함



그 뒤로도 로키는 프레이야의 아버지인 바다의 신 뇨르드에게는 '인질로 끌려와서 에시르의 후장이나 핥아먹는 등신'이라고, 티르에게는 '우정 따윌 믿다가 오른손 날려먹고 아내가 나외 붙어먹는 것도 모른 호구새끼'라고 조롱했고, 풍요의 신 프레이가 그만두지 않으면 재갈을 채워버리겠다고 외치자 '돈과 협박으로 아내를 사오느라 칼까지 팔아먹은 병신은 불에나 타 죽으라'고 욕함


예지의 신 헤임달은 로키를 내쫓으려다 '하늘이나 감시하는 천한 놈'이라는 모욕을 들었고, 사냥의 여신 스카디는 '전에는 느이 애비 죽인 걸 알면서도 나한테 안기더니 이제 와서 화난 척하냐'는 희롱을 당함


로키는 빨리 술에 꼴아서 자라고 조용히 옆에서 술잔이나 채워주던 대지의 여신 시프에게까지 '네년은 머리 삭발을 당했는데 그만한 이유(간통)가 있던 것이 아니냐'며 입을 놀렸고


다음 순간 토르가 거인 사냥을 마치고 연회장에 들어옴




신들이 로키의 팩트에 기반한 모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자신의 아내마저 머리카락을 잃은 건으로 음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토르는 화가 많이 났지만 일단 묠니르를 휘두르기 전에 로키에게 입을 다물라고 말부터 함


하지만 로키는 이미 발동이 걸려서 우트가르트 로키와의 일을 꺼내들며 토르를 세 번이나 욕했고, 토르가 그에 대한 답으로 세 번이나 '묠니르가 네 눈 앞에 있다'고 으르렁댄 뒤에야 말은 가깝지만 묠니르는 그보다 더 가깝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만둠




로키는 연회장을 떠나며 연회를 연 에기르에게 '네놈은 궁전과 함께 불타서 뒈질 것이니 이제 연회는 영원히 끝이다'라며 폭언을 날리고 달아났고, 온갖 모욕에 더해 발두르 살해 자백까지 들은 신들은 로키를 추격함


로키는 프라낭의 폭포라는 외딴 곳에 물고기로 변신해 숨었지만 결국 신들에게 붙잡혔고, 동굴 안에 아들들***의 창자로 속박되어 얼굴로 스카디가 가져온 독사가 흘리는 독액을 맞는 형벌을 받게 됨


로키의 아내 시긴이 남편을 위해 커다란 그릇으로 독액을 받아내 주었지만 그릇이 가득 차서 버리러 간 동안에는 독액의 작열통이 로키를 괴롭혔고, 로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라그나로크의 시간까지 묶여있게 됨





*대지의 여신은 여러 명이 있는데, 시프가 가을의 황금빛 대지를 상징한다면 게피욘은 봄의 쟁기질된 대지를 상징함

**세이드는 성행위를 통한 주술로서 남성의 음경을 형상화한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통에 여성의 전유물로 취급받았음, 즉 로키는 오딘이 게이라고 욕한 것

***시긴과의 사이에서 나온 아들들로, 하나가 오딘의 마법으로 늑대가 되어 다른 아들을 살해했고 죽은 아들의 내장이 로키를 묶는 밧줄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