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미인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귀화인이 대상을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다문화가정의 자녀나 귀화인들의 미인대회 수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일각의 정서적 거부감은 여전히 표출되고 있다.


23일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미스 일본 콘테스트’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시노 카롤리나(26)가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시노는 부모가 모두 우크라이나인이었으나, 어머니가 이혼 뒤 일본인 남성과 재혼하면서 5살 때부터 일본에서 자랐다. 2022년에는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시노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해도 자신은 어색하게라도 일본어를 사용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도 생각도 일본인으로 자랐는데, 코의 높이나 머리 색깔 등 외모로 인해 외국인으로 치부되곤 했다”며 “일본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에 일본인으로 인정받아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모델 활동을 시작해 2020년쯤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이국적인 외모를 강조한 활동이었기에, 그에게서 ‘용기를 얻었다’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의 반응도 나왔다. 시노는 그랑프리 수상 뒤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람을 외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사회 만들기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어난 고향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도 전했다. 그는 대회 심사 시 ‘외교장관이 되면 어느 나라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전쟁 상황을 일본에 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시노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관련 보도가 감소하는 분위기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 미인대회에서 다문화가정의 여성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미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야모토 아리아나가 미스 유니버스 저팬에서 우승했으며, 2016년엔 ‘미스월드 저팬’으로 인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요시카와 프리안카가 뽑힌 바 있다.



하지만 혼혈인이나 귀화인의 입상 소식은 아직 논란거리다. 시노의 입상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내 뉴스사이트의 댓글에서는 “재능을 다투는 대회라면 상관없지만 ‘미스 일본’은…(달랐어야 한다)” “일본 대표라면 동양인이 갖는 장점을 보이는 대표였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면 “일본 국적을 가진 만큼 인종은 상관없다” “운동선수도 외국인을 받아들이는데 미인대회라고 다를 이유는 없지 않나” 등의 의견도 보였다.